
류 회장은 지난 18일 제주 서귀포에서 열린 한경협 CEO 제주하계포럼 기간 중 기자간담회에서 "인구가 감소하며 축소경제에 돌입한 것은 국가적으로 심각한 문제"라며 "해법은 결국 기술 혁신"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생산성 제고와 내수 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 ▲인공지능(AI) 활성화 ▲지역 랜드마크 건설 ▲K바캉스(국내 여행)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미래를 위해 미국 정부에 줄 건 좀 줘야”
류 회장은 트럼프 정부의 상호관세 발효를 앞두고 긴박감을 드러냈다. 미국 정부가 한국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공식 발표한 상황에서, 류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게 뭔지 잘 생각해야 한다"며 "우리가 다른 나라보다 좋은 조건을 얻게 되면 '헤드 스타터(선두)'로 선제적으로 치고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미래를 위해서 우리가 줄 건 좀 줘야 한다"며 현실적인 협상 전략을 제시했다. 재계에서 대표적인 '미국통'으로 꼽히는 류 회장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 취임식에 초청받은 것으로 알려져, 한미 경제외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법개정 "취지는 공감하지만 페이스 조절 필요"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2차 상법 개정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류 회장은 "저도 자사주는 앞으로 좀 소각하려고 한다"면서도 "한꺼번에 하면 부작용이 있으니까 우리 경제를 위해서 속도를 늦추면 안 되나"라고 우려를 표했다.
김창범 한경협 부회장 또한 "취지는 공감하고 기업도 그 방향으로 가야 하지만 지금은 경제 복합위기에 놓였고 풍전등화 상황"이라며 "기업에게 미치는 파장이 막대하다"고 설명했다. 이사의 충실 의무 확대, 3%룰 조항을 담은 상법 개정안이 통과된 이후, 민주당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을 포함한 2차 상법 개정안을 다음 달 통과를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부당합병·회계부정 사건에서 대법원의 최종 무죄 판결을 받으며 10년간 이어진 사법 리스크 족쇄를 벗었고, 이에 따라 한경협 회장단 가입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상황이다. 4대 그룹은 국정농단 사태 이후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탈퇴했다가 지난해 한경협에 다시 합류했지만, 아직 회장단 회의에는 복귀하지 않고 있다.
"내수 활성화로 대외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최근 전국적인 집중 호우를 언급하며 "이재민이 많이 생겼으니 호우가 지나가면 기업들이 먼저 (이재민들을) 도우며 내수 활성화를 촉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최고경영자(CEO) 등 기업 고위급 임원부터 국내 여행을 떠나며 선례를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역 경제 활성화 방안으로는 '세제 혜택'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기업이 본사를 지방에 옮긴다고 하면 막강한 혜택을 줘버리는 것"이라며 "한경협은 정부와 상의하며 지방 이전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정책에 대해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류 회장은 "저출산으로 인한 축소 경제 시대에서 해법은 AI 등 기술혁신에 있다"며 "한경협은 지난 3월 민간 경제단체 중 처음으로 'AI 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다"고 소개했다. 그는 "밖에서 거센 바람이 몰아쳐도 흔들리지 않고 버틸 수 있어야 한다"며 경제의 내적 역량 강화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한경협 재건 성과와 미래 과제
2023년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한국경제인협회로 새롭게 출발한 지 2년을 맞은 가운데, 류 회장은 조직 재건 성과를 점검했다. "한때는 전경련이 남느냐 없어지느냐 고비에 있었는데 2023년 한경협 신임 회장 취임 이후 가장 노력했던 것은 어떻게든 협회를 제 자리로 돌아오게 하는 거였다"고 회고했다.
그는 "과거의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윤리위원회를 만든 것이 가장 잘한 일"이라며 "하이브와 네이버, 카카오 등 46개 기업이 새로 합류했다"고 성과를 설명했다. 류 회장은 "제가 15번째 회장인데 월, 수, 금요일에 한경협에 나오는 등 한경협 사무실에서 시간을 가장 많이 보낸 회장"이라며 "임기가 2027년 2월까지인데 그때까지 최선을 다해서 협회의 당면 과제들을 잘 수행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한경협 CEO 제주하계포럼은 올해로 38회째를 맞은 경제계 지식 교류의 장으로, 경제계 주요 현안과 미래 전략을 논의하는 대표적인 포럼이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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