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정확도 78.4% 달성한 AI 진단 기술
LG AI연구원은 9일 발표한 '엑사원 패스 2.0'이 유전자 변이 예측 정확도를 세계 최고 수준(SOTA)인 78.4%까지 높였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의료 AI 모델들을 크게 뛰어넘는 성과로, 실제 임상 현장에서 의료진들이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의 정확도를 달성한 것이다.
이번 모델의 핵심은 병리 조직 이미지 분석 기술의 혁신에 있다. 기존 AI 모델들이 대용량 전체 슬라이드 이미지(WSI)를 수천 개의 작은 패치로 나누어 분석하면서 발생하는 '특징 붕괴(Feature Collapse)' 현상을 해결했다. LG AI연구원은 패치 단위부터 전체 슬라이드 이미지까지 통합적으로 학습하는 신기술을 적용해 이 문제를 극복했다.
박용민 LG AI연구원 AI 비즈니스팀 리더는 "엑사원 패스 2.0을 활용하면 기존 2주 이상의 유전자 검사 소요시간을 1분 이내로 단축해 암 환자의 치료 골든타임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며, "의사와 제약사가 빠른 시간 내에 암 환자의 조직 표본 병리 이미지를 분석해 어떤 유전자에서 변이가 발생했는지 빠르게 확인하고, 이에 맞는 표적 치료제를 식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멀티오믹스 기술로 정밀 의료 실현
엑사원 패스 2.0의 또 다른 특징은 멀티오믹스(Multiomics) 기술의 활용이다. 이 모델은 병리 조직 이미지와 생명 현상을 이해하고 질병의 원인과 치료법 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 유전 정보를 담은 DNA와 RNA 등 멀티오믹스 정보를 학습했다.
특히 LG AI연구원은 폐암과 대장암 등 특정 질병에 특화된 모델도 추가로 공개했다. 이러한 특화 모델은 불필요한 검사를 줄이고, 질병을 치료하는 표적 약물을 사용할 수 있는 환자군을 조기에 선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LG AI연구원의 의료 AI 도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암을 정복하는 의료 AI 실현을 위해 미국 밴더빌트대학교 메디컬 센터의 황태현 교수 연구팀과 손을 잡고 세계 최고 수준의 멀티모달 의료 AI 플랫폼 개발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황태현 교수는 미국 밴더빌트대 의과대 교수로, 미국 정부가 주도하는 암 정복 프로젝트인 캔서문샷(Cancer Moonshot)의 위암 프로젝트를 이끄는 한국인 석학이다. 그는 밴더빌트대학교 메디컬 센터에서 인공지능과 분자 의학 융합 연구를 진행하는 분자 AI 이니셔티브(Molecular AI Initiative)를 창립하며 AI를 이용한 공간 멀티모달 분석 분야의 선구자로 인정받고 있다.
이번 협력의 핵심은 기존의 '기술 개발 후 활용처 모색' 방식에서 벗어나 실제 임상 현장의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것이다. 양 기관은 임상시험에 참여 중인 암 환자들의 실제 조직 표본과 병리 조직 이미지, 치료 과정 데이터를 기반으로 질병 발생 근본 원인 식별, 질병 조기 진단, 새로운 바이오마커와 타깃 발굴, 환자 개인별 유전자 정보에 맞는 치료 전략 개발, 치료 효과 예측 기술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실제 임상 현장 구현을 목표로 한 차별화 전략
황태현 교수는 "우리의 목표는 단순히 새로운 AI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의료 현장에서 의료진이 환자를 진료하고 치료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고, 활용할 수 있는 AI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라며, "우리가 개발하는 AI 플랫폼은 단순한 진단 도구가 아니라 신약 개발의 전 과정을 혁신하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이 개발하는 멀티모달 의료 AI 플랫폼의 핵심은 실제 임상시험 환자들로부터 수집한 조직 표본을 공간 전사체(Spatial Transcriptome)와 공간 단백체(Spatial Proteomics) 기술과 결합해 분석하는 것이다. 이는 현재 글로벌 AI 헬스케어 기업 중 실제로 병원 내부에 AI를 성공적으로 구현하고 배포한 사례가 없는 상황에서 '임상 AI 구현(Clinical AI Implementation)' 분야의 세계 첫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세스 카프(Seth Karp) 밴더빌트대학교 메디컬 센터 외과학 주임교수는 "우리는 치료제를 찾는 수준을 넘어 치료제를 언제 어떻게 환자에게 적용해야 하는지 찾는 시대에 와 있다"라며, "LG AI연구원과 황태현 교수 연구팀의 연구가 전환점이 될 것이며, 실제로 환자를 치료하고 생명을 살리는 데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 개발에 나선다는 것이 이번 협업의 가장 큰 의미다"라고 강조했다.

신약 개발 혁신과 글로벌 협력 확대
새롭게 개발하는 AI 플랫폼은 의료 현장과 제약업계 모두에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병원에서는 환자의 조직 검사 결과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최적의 맞춤형 치료를 제공함으로써 치료 성공률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제약회사에서는 AI로 최적 환자군을 선별해 적응형 임상시험(Adaptive Clinical Trial)을 수행함으로써 임상시험 비용과 신약 개발 기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다.
황태현 교수는 "임상시험 중 실시간으로 수집되는 환자의 데이터를 분석해 어떤 환자가 특정 치료에 반응할지 예측하고, 반응하는 혹은 반응하지 않는 메커니즘까지 규명, 반응하지 않을 때 빠르게 치료 방법을 바꾸고 가장 치료 효과가 좋은 치료제를 실시간으로 제공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LG AI연구원은 암 분야를 시작으로 향후 이식 거부와 면역학, 당뇨병 등으로 연구 범위를 확장할 계획이다. 또한 엑사원 패스를 엔비디아에 공급하는 등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현재 LG AI연구원은 미국 잭슨랩(The Jackson Laboratory)과 알츠하이머 인자 발굴 및 신약 개발, 백민경 서울대 교수 연구팀과 차세대 단백질 구조 예측 AI 개발 등 다양한 질병 분야에서 AI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전 세계 제약·바이오 기업들과 신약 개발 AI 협업 논의를 활발하게 이어가고 있다.
한국 의료 AI 기술의 글로벌 경쟁력 입증
LG AI연구원의 이번 성과는 한국의 의료 AI 기술이 글로벌 수준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LG AI연구원이 '파운데이션 모델 불모지'라고 불리는 국내에서 단연 돋보이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2021년 12월 처음 엑사원 모델을 공개한 후 지속적인 기술 발전을 이루어왔다.
특히 엑사원 패스 2.0은 지난해 8월 1.0 모델을 선보인 후 올해 6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종양학 학술 행사인 ASCO 2025에서 1.5 모델을 공개하는 등 빠른 기술 발전을 보여주고 있다.
구광모 LG 대표가 AI와 바이오를 고객의 삶을 변화시킬 미래 기술로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LG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AI와 바이오의 융합 분야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 AI연구원은 22일 'LG AI 토크콘서트 2025'에서 엑사원 패스 2.0을 공식 소개할 예정이다.
LG AI연구원의 이번 발표는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실제 의료 현장에서 환자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실용적인 AI 플랫폼 구현에 한 걸음 더 다가선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세계 최고 수준의 정확도와 빠른 처리 속도를 동시에 달성한 것은 한국의 AI 기술 경쟁력을 글로벌 무대에서 입증한 성과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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