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원 규모 인수, 연내 완료 예정
삼성전자는 8일 젤스와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인수 금액은 수천억원 수준으로 알려졌으며, 경쟁당국 심사 등을 거쳐 연내 절차를 완료할 예정이다. 이번 인수는 삼성전자가 올해 들어 추진한 세 번째 M&A로, 앞서 독일 냉난방공조업체 플랙트그룹(15억 유로), 마시모 오디오사업부(3억5천만 달러) 인수에 이은 대형 투자다.
젤스는 2016년 미국 대형 병원 그룹인 프로비던스 헬스 시스템(Providence Health System)에서 스핀오프(기업분할)를 통해 설립된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기업이다. 젤스는 의료진이 단일 디지털 헬스케어 통합 플랫폼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벤더들을 연결해 치료를 주문, 전달,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젤스는 지금까지 총 5,71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2021년 기준 55명의 직원을 보유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회사는 프로비던스 헬스 시스템, 애드버케이트 헬스, 배너 헬스 등 미국 주요 대형 병원 그룹을 포함한 500여 개의 병원과 당뇨, 임신, 수술 등과 관련한 70여 개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 기업을 파트너로 보유하고 있다.
젤스는 현재 30개 디지털 헬스케어 벤더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의료 제공자들에게 플랫폼을 라이선스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 젤스의 플랫폼은 의료진이 환자 상태를 종합적으로 파악해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을 환자에게 처방·추천할 수 있게 하고, 환자의 건강 상태를 실시간으로 조회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예를 들어, 젤스와 협력을 맺은 병원의 의사는 젤스 플랫폼에서 당뇨 환자에게 혈당과 생활 습관을 관리할 수 있는 솔루션 파트너 기업의 앱을 추천하고, 이를 통해 혈당 변화, 식이 조절, 운동 기록 등을 한 눈에 모니터링할 수 있다.
갤럭시 웨어러블과 의료 서비스 연결
삼성전자는 앞으로 젤스 플랫폼을 활용해 갤럭시 스마트폰, 워치, 링 등 웨어러블 기기에서 측정되는 사용자 생체 데이터를 전문 의료 서비스와 연결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미국에서 먼저 시작한 이후 차차 서비스 국가를 늘려나가겠다는 복안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커넥티드 케어 서비스를 본격화하면 환자의 평소 상태와 병원 의료 기록이 별도로 관리되면서 발생하는 정보 공백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며 "환자와 의료진의 연결을 한층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급성장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는 2020년 1,500억 달러에서 2025년 약 3,30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고령화, 원격의료 도입, AI 기반 진단 등이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 발표에 따르면,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2023년 2,408억 5천만 달러에서 2033년 1조 6,351억 1천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성장 전망 속에서 삼성전자의 젤스 인수는 시의적절한 전략적 투자로 평가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갤럭시 워치와 링 등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수집한 건강 데이터를 삼성 헬스 서비스로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왔다.
사법 리스크 덜며 대형 M&A 잇따라 성사
이번 인수는 삼성전자가 DX(디바이스경험)부문을 중심으로 근래 이뤄진 대형 M&A의 연장선상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로봇(레인보우 로보틱스), AI(옥스퍼드 시멘틱 테크놀로지스), 메드텍(소니오), 오디오·전장(룬, 마시모 오디오 사업부), AI 데이터센터 공조(플랙트) 등을 잇따라 인수했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사법 리스크를 상당 부분 덜어내면서, 삼성 내부에서 M&A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바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산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AI, 로봇, 차세대 이동통신, 디지털 헬스케어 등을 중심으로 추가 M&A를 적극 추진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재용 픽'이었던 하만이 전장 사업 성장과 함께 삼성이 주요 먹거리로 떠올랐다"며 "아직 비교적 경쟁력이 약한 로봇 등의 분야는 적극적인 M&A와 지분 투자가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노태문 사장 “일상에서 자신의 건강을 관리토록”
노태문 삼성전자 DX부문장 직무대행 사장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자신의 건강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며 "젤스의 폭넓은 헬스케어 네트워크와 전문성을 더해 초개인화된 예방 중심 케어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마이클 맥셰리 젤스 최고경영자(CEO)는 "양사는 헬스케어 분야에서 진정한 커넥티드 케어를 구현하고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를 한 단계 발전시키겠다는 공통된 목표를 가졌다"며 "웨어러블 기기로 수집한 생체 데이터와 병원의 의료 기록간 결합을 통해 새로운 디지털 헬스케어 가능성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젤스 인수는 단순한 기업 인수를 넘어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의 패러다임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웨어러블 기기 기술력과 의료 플랫폼 전문성의 결합이 어떤 혁신적인 서비스를 만들어낼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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