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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재편 나선 태광산업, 갈 길 못찾나?

중국 스판덱스 공장 가동 중단 … 애경산업 인수 난항

2025-07-14 15: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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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에픽 안재후 CP] 석유화학 업계의 대표 기업 태광산업이 중국 스판덱스 공장 가동을 사상 처음으로 중단하며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섰다. 동시에 신사업 진출을 위한 애경산업 인수전에서는 자금 조달 차질로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중국 스판덱스 사업 완전 철수 검토
태광산업은 중국 법인인 태광화섬상숙유한공사의 스판덱스 생산 라인을 14일부터 일부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2003년 설립된 이 법인은 한때 태광산업의 핵심 수익원이었으나, 최근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태광화섬상숙은 총 3개 설비를 통해 연간 2만 7000톤 규모의 스판덱스를 생산해왔다. 하지만 중국 경쟁사들의 잇단 대규모 증설과 더딘 수요 회복에 현지 설비의 수익성이 날로 악화하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우선 5천500톤 규모의 생산 라인을 14일 가동 중단하고, 이어 21일 추가 생산 라인을 멈춘 뒤 다음 달 공장 전체 폐쇄도 검토하고 있다.

이 법인의 매출 급감은 심각한 수준이다. 2021년 3282억원에 달했던 매출액은 지난해 943억원으로 3분의 1토막이 났다. 2022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누적 적자 규모는 1365억원에 달한다.
중국 스판덱스 시장의 경쟁 환경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 최대 스판덱스 생산업체인 후아폰의 지난해 기준 연간 생산능력은 태광화섬상숙의 10배인 20만톤에 달하는데, 현재 30만톤을 목표로 증설을 진행 중이다. 화신, 화화이, 헝셴 등 현지 주요 업체들도 각각 추가 설비투자를 진행하고 있어 공급과잉이 심화되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 사업도 줄줄이 가동 중단

태광산업의 구조조정은 중국 사업에 그치지 않는다. 국내에서도 올해 1월 울산 석유 2공장의 프로필렌 생산공장(연산 30만톤) 가동을 중단했다. 최근에는 석유 3공장의 아세토니트릴과 아크릴 공장도 절반 이상 가동을 멈췄으며, 나일론 등 역시 대부분 감산에 돌입했다.
앞서 태광산업이 LG화학과 합작사를 설립해 아크릴로니트릴(AN)을 생산하려던 계획도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태광산업이 2022년 태광화섬 닝샤유한회사를 설립하고 8600억원을 투입해 연간 10만 8000톤 규모의 스판덱스 생산설비를 갖추려던 중국 닝샤 2공장 건설 프로젝트도 이미 중단된 상태다.

1조5000억 신사업 투자로 '체질 개선' 시도

주력 사업인 석유화학과 섬유 부문의 부진이 심화되자, 태광산업은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다. 지난 1일 발표한 '투자 로드맵'에 따르면, 올해와 내년에 총 1조5000억원을 투입해 구조조정과 신사업 진출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신사업 분야로는 화장품, 에너지, 부동산 개발을 선정했다. 이 중에서도 화장품 사업은 최우선 과제로, 애경산업 인수를 통해 본격적인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태광산업은 지난해 12월 티시스와 공동 출자해 투자 전문 자회사 '티투프라이빗에쿼티'를 설립했으며, 이를 통해 애경산업 매각 주관사인 삼정KPMG가 선정한 쇼트리스트 4곳에 이름을 올렸다.

2024년 기준 애경산업의 연결 매출은 6791억원, 영업이익은 468억원,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630억원 수준이다. 매도 측 희망가는 약 6000억~7000억원으로, EBITDA 기준 16배 수준의 멀티플로 평가되고 있다.

교환사채 발행 논란으로 자금 조달 차질

하지만 태광산업의 신사업 진출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애경산업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추진한 교환사채(EB) 발행이 주주 반발에 부딪힌 것이다.

태광산업은 보유한 자사주 전량인 27만 1769주(지분율 24.41%)를 교환대상으로 하는 사채를 발행해 3200억원을 조달하고, 이 중 2천억원을 애경산업 인수에 사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2대 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자사주를 활용한 교환사채 발행이 이사 위법 행위라고 판단,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교환사채 발행에 대한 논란이 예상보다 거세지자, 태광산업은 발행 절차를 일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서울중앙지법 제50민사부는 18일 이사위법행위 유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심문기일을 진행할 예정이며, 이달 중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가처분이 인용될 경우 태광산업의 신사업 진출 계획 전반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지난 5월 말 기준 태광산업이 보유한 현금성 자금은 1조9000억원에 달하지만, 실제 신규 사업에 투자할 수 있는 자금은 1조원 이하로 알려졌다. 여기에 업황 악화에 대비해 3년5개월치 예비운영자금 5600억원을 의무 보유해야 한다.

애경산업 인수전 판도 변화 예상

태광산업의 자금 조달 차질은 애경산업 인수전의 판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돼 온 태광산업의 자금 조달 계획이 차질을 빚으면서 인수전의 판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태광산업이 트러스톤자산운용 및 다른 주주들과의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주주간 소통이 이미 물밑에서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며 "태광산업 입장에선 법원의 가처분 결과가 나오기 전에 합의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교환사채 발행이 당장 보류되더라도 태광그룹이 애경산업 인수에서 손을 떼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애경산업 적격 예비 후보자들의 실사 일정과 본입찰까지는 아직 시간적 여유가 많다"며 "태광산업이 대출에 실패하더라도 플랜B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태광산업의 이번 위기는 국내 석유화학 업계 전반의 구조적 어려움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중국 업체들의 공급과잉 공세와 글로벌 경기 둔화로 전통적인 석유화학 사업 모델에 한계가 드러나면서, 업계 전반이 신사업 발굴과 구조조정이라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태광산업의 1조5000억원 규모 투자 계획이 성공할 수 있을지, 그리고 애경산업 인수를 통한 화장품 시장 진출이 실현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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