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산업은 1일 화장품, 에너지, 부동산개발 관련 기업 인수와 설립을 위해 조 단위 자금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올해와 내년에 1조5000억원 가량을 투입하는 투자 로드맵을 세우고, 연말까지 1조원 가량을 집행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회사측은 주력 산업인 석유화학과 섬유 업황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투자를 통한 사업구조 재편 없이는 미래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는 위기감에 투자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반복되는 대규모 투자 발표, 실행은 '제로'
하지만 태광산업의 이번 투자 계획에 대해 시장반응은 차갑다. 과거에도 유사한 대규모 투자 계획을 여러 차례 발표했으나 실제 집행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2022년 12월 발표된 10조원 투자 계획이다. 태광산업은 당시 향후 10년간 10조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실시한다고 공시했지만, 이후 실질적인 투자 집행은 거의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2대 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은 "2022년 12월에 10조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공시했지만 이후 실질적 집행이 거의 없었다"고 지적했다.
당시 세간에서는 이 계획이 이호진 전 회장의 사면을 겨냥해 발표한 것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태광산업 측은 이에 대해 "적극적인 투자 의지에는 변함이 없지만, 산업환경 변화와 석유·화학 부문의 업황 부진 등으로 인해 투자의 방향, 속도, 시기 등을 지속적으로 조정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오너십(총수) 부재를 이유로 2022년 발표했던 대규모 투자를 사실상 미뤄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부 추진 중이 주주보호 정책 피하려는 꼼수”
의구심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교환사채(EB) 발행으로 일부 투자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하자 논란이 되고 있다. 태광산업은 지난 27일 보유 자사주 전량(지분율 24.41%)을 교환 대상으로 하는 3,2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 발행을 결정했다.
특히 트러스톤 측은 태광산업의 현재 재무 상황을 근거로 추가 자금 조달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태광산업은 올해 1분기 기준 1조4000억원의 현금성 자산과 SK브로드밴드 지분 매각 대금 9000억원을 보유하고 있는 반면 부채는 880억원에 불과하다"며 "1조원 상당의 서울 성수동 부동산 외 다수 토지를 보유한 자산 부자 기업인 만큼 추가적인 EB 발행 필요성 자체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태광산업이 교환사채 발행 소식에 주가가 급락하면서 30일 전 거래일 대비 11.24% 급락한 97만 9000원에 장을 마쳤다. 이는 시장이 태광산업의 투자 계획보다는 주주가치 훼손 우려에 더 주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태광산업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반복적으로 발표하면서도 실제 집행은 거의 하지 않는 패턴이 지속되고 있다"며 "이번에도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나 성과 지표 없이는 시장의 신뢰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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