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과의 결별 후 정인영 명예회장은 1962년 설립한 현대양행을 기반으로 한라그룹을 만들어 독립했다. 한때 한라건설, 한라시멘트, 한라중공업, 만도기계 등을 계열사로 둔 명실상부 재계 12위에 랭크됐지만 90년대 말 외환위기 여파로 그룹이 부도나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HL그룹 혼맥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개신교 교회를 중심으로 인연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정인영 명예회장의 부인 김월계 여사가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고, 1989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정 명예회장도 UCLA메디컬센터에서 치료를 받던 중 기독교에 귀의했다. 이러한 신앙적 배경은 자녀들에게도 이어져 혼맥 형성의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
정인영-김월계 부부는 장녀 정형숙(1951-1974)씨와 장남 정몽국(1953) 엠티인더스트리 회장, 차남 정몽원(1955) HL그룹 회장을 낳았다.
정몽국 회장-이광희 여사, 교회에서 맺어진 혼맥
장남 정몽국 엠티인더스트리 회장(1952)은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곧바로 그룹 경영에 참여했다. 정몽국 회장은 이광희 여사(1954)와 결혼을 했는데 같은 교회에 다니던 어머니가 연결시켜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광희 여사는 한라그룹과 깊은 인연을 맺으며 한라대학교 총장을 맡기도 했다.
정몽국-이광희 부부는 3남매를 두었는데, 장녀 정지혜, 장남 정태선, 그리고 차녀 정사라가 있다.
정몽원 회장-홍인화 여사, 방송계 출신과의 인연
이윤행 부사장, 정몽준 회장 절친 이재성 아들
정몽원 회장의 장녀 정지연(1982)씨는 2012년 이재성(1952) 전 HD현대중공업 회장의 아들 이윤행(1982) 부사장과 결혼했다. 정지연 씨는 미국 마운트 홀리오크 칼리지를 졸업하고 뉴욕대학에서 석사를 마친 후 만도 미국 주재원 등으로 근무하며 경영 수업을 받다가 이윤행 HL만도 부사장과 결혼하며 현재 HL그룹에서 퇴사했다.
HL클레무브는 라이다, 센서, 카메라 등 첨단주행보조시스템(ADAS) 관련 부품을 개발·생산하는 자율주행 전문 자회사로, 2024년 최고 매출액 1조6306억원을 기록했다.
정지수-강인찬 부부, 방송계 명문가와 결합
가장 주목받는 혼맥은 정몽원 회장의 차녀 정지수(1995년생) 상무와 백지연 전 MBC 앵커의 외아들 강인찬(1996) 씨의 결혼이다. 두 사람은 2023년 6월 2일 서울 종로구의 종교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종교교회는 정 회장이 장로로 활동하는 교회다.
이 결혼은 개신교 교회를 통한 인연으로 성사된 대표적인 사례로, 한국 재벌가 혼맥 형성의 새로운 패턴을 보여준다. 백지연 전 앵커는 1987년 입사해 오랜 기간 MBC 뉴스데스크 앵커로 활약했으며, 홍인화 여사 역시 전 TBC 아나운서 출신으로 방송계 출신들 간의 인연이 자녀들의 결혼으로 이어진 흥미로운 케이스다.
3세 경영체제 구축 … 정지수 상무보 경영 일선에
정몽원 HL홀딩스 회장의 차녀 정지수 씨는 최근 임원 승진했는데 그룹 지주사 지분을 다량 확보하며 경영 일선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1995년생인 정지수 상무보는 28세이던 2023년 10월 31일부로 임원 승진하며 기업 공시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
정지수 상무보는 2024년 초 HL홀딩스 주식 5만2989주를 매입해 지분율이 0.02%에서 0.54%까지 상승했다. 이는 HL그룹 총수일가 중 정몽원 회장(25.03%) 다음으로 많은 지분이다. 현재 미국 뉴욕에 위치한 스타트업 컨설팅 업체 HL벤처스 매니지먼트에서 고위급 임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개신교 공동체 혼맥 … ESG 가치 중시로 이어질까
HL그룹의 혼맥이 여타 재벌가와 차별화되는 점은 개신교 신앙 공동체를 기반으로 한 인연 형성이다. 정인영-김월계 부부에서 시작된 기독교 DNA는 정몽원 회장과 백지연 전 앵커가 사돈 관계가 되면서 확실한 결실을 맺었다.
정몽원 회장이 장로로, 백지연 전 앵커가 집사로 활동하는 신앙 공동체 내에서의 만남이 혼맥으로 이어진 것은 한국 재벌가 혼맥 형성의 새로운 패턴을 보여준다.
이러한 혼맥 형성 방식은 단순한 사업적 이해관계를 넘어 종교적 가치와 신념을 공유하는 관계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HL그룹이 향후 기업 경영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가치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6·25 전쟁 중 피난길에서 시작된 정인영 명예회장의 기업가 정신은 오늘날까지도 HL그룹의 DNA로 이어지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불굴의 의지와 교육에 대한 열정, 그리고 신앙을 바탕으로 한 윤리 경영은 한국 기업사에 중요한 교훈을 남기고 있다. 개신교 교회를 중심으로 한 독특한 혼맥 네트워크는 HL그룹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어갈 수 있는 차별화된 자산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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