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는 그곳에 있지 아니함이다. 비움이란 내용물을 비우거나 지우는 것으로 생각한다. 내용물이 아닌 어떤 일을 할 때 목표에 대한 집착이나 강박 없이 여유로움도 포함된다. 비움이 물질이 아닌 ’자기비움(케노시스)‘라 한다.
우리 생각에 처음부터 없던 것이기에 부재는 ’무‘ 이며, 비움은 깨달음이다. 내가 가진 또는 소유한 것에 대한 고백이다.
주선희 작가에게 부재중이던 공간에 찾아온 것이 불편함을 느낄 때 다시 부재로 돌아가고자 함이다.
자연의 생성과 소멸을 비움으로 드러내고자 한다. 채워진 것을 엎어버리거나 쏟아버리는 것이 비움이 아니다. 작가의 비움은 동질적으로 같아지려는 이기적이고 탐욕스러운 것에 멀리하고자 하는 자기 보호이다.
도자는 그 자체로 행복을 준다. 재료가 주는 무한함과 둥근 형태가 주는 고유한 언어를 가지고 있다.
보이는 도자의 성질은 흙이다. 소성되지 않은 천연 재료가 가진 원소는 흙 그리고 자연 또 인간이다.
하지만 작가의 의도는 의미로서 도자이다. 도자가 가진 완벽함보다 넉넉함이다. 백토에 코발트블루나 철화백자에 집착하지 않고 도리어 경계를 부수어 버린다. 쓰임을 위한 용기가 아니다. 그래서 도자를 지칭하기보다 의인화된 도자인 듯싶은 메시지가 복선으로 깔려있다. 도자가 가진 비움은 채움이나 담는 용도보다 사람이 지녀야 할 마음가짐인 듯싶다.
주선희 작가는 홍익대대학원과 개인전 10회를 하였다. 오는 17일까지 금보성아트센터에서 초대전을 갖는다.
이수환 글로벌에픽 기자 lsh@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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