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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K-뷰티 신흥강자 APR, 거품인가 신뢰인가

‘알고리즘 마케팅’ 내세워 패러다임 바꿔 … 제품 경쟁력 못 갖추면 모래성

2025-10-30 13:44:14

김병훈 에이피알 대표. [사진 에이피알]이미지 확대보기
김병훈 에이피알 대표. [사진 에이피알]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지난 몇 년 사이 한국 뷰티 시장의 지형도가 크게 변했다. 과거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독점하던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무섭게 추격하던 기업이 있었다. 바로 36세의 젊은 기업가 김병훈 대표가 이끄는 에이피알(APR)이다. 2024년 말 5만 원대에 머물던 APR의 주가는 2025년 10월 초 25만 원대를 넘어서며 5배 이상 급등했다. 2025년 6월에는 LG생활건강의 시가총액을, 8월 초에는 아모레퍼시픽의 시가총액을 뛰어넘으며 K-뷰티 신흥 강자로 자리 잡았다. 현재 APR의 시가총액은 9조1000억 원으로, 아모레퍼시픽 7조1000억 원을 크게 앞서고 있다.

이러한 성과로 김병훈 대표는 만 36세의 나이에 약 1조8000억 원의 자산을 보유한 '30대 억만 장자'라는 영광을 얻게 되었다. 하지만 주목할 점은 APR이 단순히 한두 기업의 주가를 앞질렀다는 것만이 아니다. 과거 10대와 20대 사이에서만 알려진 '메디큐브'라는 브랜드가 아모레퍼시픽이라는 대명사 같은 기업을 시장에서 제치고 올라선 것이다. 이는 K-뷰티 시장에서 기성 강자들이 주도하던 패러다임이 완전히 뒤바뀌었음을 의미한다.
36세에 1조8000억 자산가 된 김병훈 대표

APR의 실적 성장세는 숫자로 말한다. 2024년 연결 기준 매출액은 전년 대비 38% 성장한 7,200억 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률은 17%에 달했다. 2025년 상반기 들어서는 속도가 더 빨라졌다. 1분기 매출은 2,66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9%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546억 원으로 97% 증가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영업이익률도 20.5%로 개선되었다. 2분기에는 더욱 인상적이었다. 매출 3,277억 원(전년 동기 대비 111% 증가), 영업이익 7억 원(202% 증가)을 기록하며 계단식 성장을 이어갔다.

이러한 성장을 견인한 것은 메디큐브 에이지알이라는 뷰티 디바이스다.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으며, 특히 미국 시장에서는 전년 동기 대비 285% 성장을 기록했다. 아마존에서만 월 매출 약 1,320만 달러(한화 약 150억 원)를 기록하며 지난 12개월 동안 902.5%의 놀라운 성장률을 달성했다. 화장품 브랜드인 에이프릴스킨 등도 뒤를 받쳐주며 포트폴리오의 안정성을 높이고 있다.
다만 APR이 주가에 비해 '고평가'되었다는 비판은 여전히 존재한다. 혹자는 현재의 주가를 '마케팅으로 쌓아 올린 모래성'이라고 표현하며 '버블(거품)'이 있다고 주장한다. 2014년에 설립된 비교적 역사가 짧은 기업이며, 제품 제조는 모두 코스맥스 같은 OEM 업체에 외주를 맡기고 있다는 점도 약점으로 지적된다. 독보적인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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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마케팅으로 MZ세대 사로잡다
그렇다면 APR은 어떻게 이렇게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을까? 그 핵심은 트렌드와 속도감에 있다. APR의 비용 구조를 살펴보면 제조원가율은 24% 정도로 안정적이지만, 마케팅 및 판매 수수료가 매출액의 30% 이상을 차지한다. 2024년 광고비와 판매 수수료 합계액은 2,350억 원으로, 매출액 7,200억 원 대비 30% 이상을 사용했다. 흥미롭게도 이 규모는 제품 원가 1,800억 원보다 많다. 즉, 소비자가 3만 원짜리 화장품을 구매할 때 약 7,500원은 원가이지만, 1만 원 정도는 광고와 판매 수수료로 지출되는 셈이다.

이렇게 마케팅에 투자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APR은 SNS 광고, 특히 틱톡과 인스타그램을 주력 채널로 삼고 있다. 10대에서 30대 여성이 주요 고객이며, 이 세대는 TV보다 SNS를 통해 정보를 얻기 때문이다. APR의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신계'에 가까우며, SNS에서 '인해 전술'을 펼치는 것과 같다. 유재석, 장원영 같은 유명 모델을 기용하지만, 이는 신뢰성과 트렌디함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며, TV 광고에는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APR의 '알고리즘 같은 마케팅'이다. 소비자가 특정 제품군이 유행하고 있음을 알게 될 때쯤이면, APR은 이미 상품 기획, 양산, 마케팅까지 모두 마친 상태다. 예를 들어, PDRN 앰플이 유행하면 인플루언서들이 관련 제품을 노출하며 구매를 유도한다. 이는 뷰티 시장의 트렌드를 정확히 읽고, 이를 속도감 있게 반영하는 기획력과 브랜딩 능력에서 비롯된다.
글로벌 시장 공략, 'K-뷰티'의 새로운 아이콘

APR의 성공은 국내를 넘어 글로벌로 확장되고 있다. 한국에서 성공한 마케팅 전략을 그대로 해외 시장에 적용하되, 현지 플랫폼에 맞게 조정했다. 미국 진출 시 현지 소비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틱톡에 집중했으며, 유명 인플루언서 헤일리 비버가 부스터 힐러를 사용하는 장면을 SNS에 공개하면서 미국 시장 확장에 크게 기여했다. 이후 GlowHouse라는 Z세대 중심의 틱톡 뷰티 크루(팔로워 220만 명)와의 협업으로 현장 콘텐츠를 제작하고 SNS에 확산시켰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는 놀라웠다. 수출 비중은 계속 증가했다. 2023년 42%에서 2024년 59.9%로 상승했고, 2025년 상반기에는 77.4%를 달성했다. 이는 2025년 상반기 현대차의 글로벌 판매 비중(약 60%)보다 높은 수치로, APR이 현대차보다 '더 글로벌한' 기업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2025년 2분기 기준 전체 매출의 78%가 해외에서 발생했으며, 북미 시장 중심으로 강력한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그렇다면 APR의 높은 마케팅 비중이 정말 비난받을 만큼 특이한가? 업계를 자세히 보면 그렇지 않다. 아모레퍼시픽도 매출원가율이 20% 후반대로 APR과 유사하며, 광고 선전비와 판촉비, 유통 수수료 합계는 매출액 대비 22~24%를 차지한다. APR의 이 비율이 30%가 넘어 아모레퍼시픽보다 높지만, APR의 판매가가 비교적 낮다는 점과 시장 추격자로서 공격적인 마케팅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2025년 뷰티 시장은 히알루론산, 시카, 펩타이드 등 성분 중심으로 재편될 전망이며, 어필리에이트 마케팅과 시딩을 결합한 전략이 부상하면서 데이터 기반의 인플루언서 협업이 업계 전체의 트렌드가 되고 있다. 이는 화장품 업계 비용 구조의 패러다임을 바꾼 것이 아니라, 업계의 로컬 룰을 따르는 것에 불과하다.

마케팅만으로 승부할 수는 없어

하지만 APR이 명성에 비해 아쉬운 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본연의 가치 측면에서 볼 때, 화장품도 제품 자체가 좋아야 지속적인 소비를 유도할 수 있다. 마케팅만으로 승부할 경우, 끊임없이 마케팅 전쟁에서 이겨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한계가 있다.

경쟁 환경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2024년에 새로 창업한 화장품 회사는 4,600개이며, 국내 누적 회사 수는 3만 개가 넘는다. 뷰티 업계의 마케팅 전쟁은 끝나지 않을 것이며, 또 다른 '광고 천재'가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 더 나아가, 마케팅 전쟁은 잘하고 있지만 '벌판에서 싸우는 느낌'이며 '나만의 튼튼한 성'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K컬처와 K-뷰티 흐름의 최대 수혜자이지만, APR 제품만의 대체할 수 없는 강점이 무엇인지는 여전히 애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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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개발 투자 매출액 0.4% 불과

가장 큰 우려는 연구개발 투자 부분에서 나온다. APR의 연구개발비 비중은 매출액의 0.4%에 불과하다. 절대 액수로 비교하면, APR의 연구개발비 지출액은 35억 원인 반면, 아모레퍼시픽은 1,360억 원으로 38배가 더 많다. 아모레퍼시픽은 매출액의 3% 이상을 연구개발비로 꾸준히 지출하며, 이는 영업이익률 대비 결코 낮은 비중이 아니며, 제품의 내재 가치에 탄탄하게 투자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소비자들은 아모레퍼시픽 제품의 기능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외부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강력한 방어막이 되어왔다.

아모레퍼시픽은 한한령과 코로나 시국 같은 외부 환경 변화에도 버텨올 수 있었던 주된 요인이 바로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무너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APR은 현재 'APR DEVICE R&D CENTER'와 '에이피알팩토리', 그리고 '글로벌피부과학연구원'을 통해 연구개발 역량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아직 아모레퍼시픽과의 격차는 크다.

K-뷰티 대장주 진검 승부는 지금부터

APR은 의심할 여지 없이 뷰티 업계의 가장 핫한 기업이다. 마케팅과 상품 기획에 집중하고, 제조는 완벽하게 외주화하여 아모레퍼시픽과는 다른 비즈니스 모델로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매출액 대비 30%가 넘는 마케팅 비용과 판매 수수료 지출에 대한 비판은, 일부 타당하지만, 업계 전반의 특징이라는 점에서 비난만 할 수 없다.

그러나 마케팅과 상품 기획에만 집중하고, 회사의 미래를 결정할 본연의 가치인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가 너무 낮다는 비판은 귀 기울일 만하다. K-뷰티 대장주가 되었음에도 뚜렷한 자신만의 장점이나 요소를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은 앞으로 험난한 가시밭길이 될 수도 있다는 경고다.

현재의 주가에는 이러한 긍정적인 내용들이 이미 반영되어 있을 것이다. 앞으로는 APR이 가진 '내재 가치'가 중요해질 것이다. 장점으로 분석된 사항들이 지속된다면 주가는 더 높이 날아오를 것이고, 반대로 의문이 제기된 한계점들이 부각된다면 주가는 내려갈 수 있다. 긍정적 요인과 부정적 요인이라는 '양쪽 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면서, 앞으로 APR의 행보에 주목해야 한다. 마케팅 강자로서의 APR이 연구개발을 통해 진정한 '뷰티 강자'로 진화할 수 있을지, 그 여정이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낳고 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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