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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회장, ‘G마켓 구하기’는 성공할까

신세계–알리바바 조인트벤처 이사회 의장 선임 … 글로벌 공략 나서

2025-11-12 10:18:00

정용진 회장, ‘G마켓 구하기’는 성공할까이미지 확대보기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신세계 정용진 회장이 최근 신세계-알리바바 조인트벤처(JV) 이사회 의장에 정식 선임되면서 G마켓 재도약의 신호탄이 올라갔다. 지난 2021년 3조5000억원대 대규모 인수 이후 4년간 누적 손실 1650억원이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인 신세계그룹의 '최후의 승부수'가 본격화되는 것이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쿠팡과 네이버의 양강 체제 속에 고전해온 G마켓이 중국의 거대 플랫폼 알리바바와 손잡으며 글로벌 플랫폼으로의 변신을 시작했다. 과연 정용진 회장의 직접 경영과 알리바바와의 협력이 G마켓 부활의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아픈 손가락' G마켓, 4년간의 실적 악화
신세계그룹의 이커머스 사업은 지난 몇 년간 뚜렷한 침체 신호를 보여왔다. G마켓의 연간 매출은 2022년 1조3185억원에서 2024년 9613억원으로 약 27% 급락했다. 특히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개년도 누적 영업손실이 1650억원에 달했다는 점은 단순한 경기 부진을 넘어 구조적인 경쟁력 약화를 의미한다.

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현 G마켓)를 인수할 당시 책정된 기업가치 3조5000억원 대비 현재의 실적을 감안하면, 엄청난 규모의 영업권 손상차손이 불가피했던 상황이었다. 월간활성이용자(MAU)도 2021년 668만명에서 2024년 562만명으로 약 16% 감소했다. 쿠팡이 3200만명을 훌쩍 넘긴 것과 비교하면, G마켓의 위기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여실히 드러난다.

12년만에 등기 임원 된 정용진 회장
정용진 회장이 신세계-알리바바 JV 이사회 의장직을 직접 맡은 결정은 상징적 의미가 크다. 2013년 이후 12년 만에 그룹 내 등기 임원에 선임되는 것으로, 이는 G마켓 재도약을 이 회장 본인의 경영 숙제로 설정했다는 뜻이다. JV 이사회는 신세계그룹 측 정용진 회장, 알리바바 측 제임스 동 AIDC 인터내셔널 마켓플레이스 사장, G마켓 대표 장승환, 알리익스프레스 대표 레이 장 등 양사의 최고경영진 5명으로 구성되며, 주요 의사결정은 만장일치로 진행하기로 했다.

올해 9월 공정거래위원회의 조건부 승인 이후 2개월 만에 이사회 체제를 완성한 신세계와 알리바바의 적극성은 양사가 이 JV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정용진 회장의 직접 개입은 "G마켓 살리기는 그룹 차원의 최우선 전략"이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알리바바와 협력, 'K상품 세계화' 플랫폼 도약 기대
신세계-알리바바 협력의 핵심은 G마켓을 단순한 국내 오픈마켓에서 '글로벌-로컬 마켓'으로 진화시키는 것이다. 신임 대표 장승환(제임스 장)은 라자다 싱가포르 CEO 출신으로 알리바바의 동남아 사업 경험을 갖춘 인물이다. 그가 G마켓의 방향타를 잡으면서 국내 60만 셀러의 상품을 알리바바의 글로벌 유통망으로 연결하는 시스템이 구축되었다.

현재 G마켓의 상품은 알리바바 계열 플랫폼 라자다를 통해 싱가포르, 베트남,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5개국에 입점했다. 라자다는 동남아 전역에서 1억6000만명의 이용자를 보유한 거대 플랫폼으로, 고객의 평균 주문 객단가가 매년 30% 이상 증가하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G마켓은 2027년까지 남아시아와 남유럽(스페인, 포르투갈)으로 확대하고, 이후 북미, 중남미, 중동까지 진출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G마켓 셀러들이 담당해야 하던 통관, 물류, 고객 응대 등의 복잡한 절차가 알리바바의 인프라로 처리된다. 셀러들은 '해외 판매 동의'만 하면 손쉽게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구조가 완성된 것이다.
연 7000억 투자, 5년 내 거래액 2배 달성 목표

G마켓의 구체적인 재도약 계획은 매년 7000억원이라는 대규모 투자로 집약된다. 지난해 G마켓의 연간 매출이 9613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는 매출의 70%를 상회하는 투자 규모다. 투자 배분은 셀러 성장에 5000억원, 고객 혜택과 AI 활용에 각각 1000억원으로 책정됐다.

셀러 지원 측면에서는 빅스마일데이 등 대형 프로모션의 고객 할인 비용 100%를 플랫폼이 부담하고, 연간 약 500억원 규모였던 할인쿠폰 수수료를 전면 폐지한다. 신규·중소 셀러 육성 예산은 기존 대비 50% 증액된 연 200억원 이상을 투입할 방침이다. 또한 입점 상담과 컨설팅을 위해 100명 이상의 전담 인력을 새로이 채용한다.

고객 혜택 강화를 위해서는 연 1000억원 이상의 마케팅 투자로 진행 중인 프로모션 규모를 확대하고, 알리바바의 직소싱 네트워크를 통해 글로벌 브랜드 100만개(SKU)를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이마트와의 협력을 강화해 내년 상반기에는 온·오프라인 연계(O2O) 퀵배송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신선식품과 마트 장보기 부문의 경쟁력도 동시에 강화한다.

AI 기술력, G마켓 플랫폼의 차별화 축

G마켓이 알리바바와의 협력에서 기대하는 또 다른 핵심 자산은 AI 기술력이다. 연 1000억원을 투입해 알리바바가 보유한 우수 AI 기술을 플랫폼에 내재화할 계획이다. 딥러닝과 LLM(대언어모델), 멀티모달 기술 기반의 검색 시스템으로 고객의 의도를 더욱 정확히 파악하고, 개인화된 상품 추천을 제공하는 '초개인화 플랫폼'을 목표로 한다.

기존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고객이 이미 구매한 상품을 중심으로 추천해왔다면, G마켓은 고객의 잠재의식과 자신도 모르는 취향까지 파악해 맞춤형 결과를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광고 영역에서도 자동 입찰과 타깃팅을 활용한 효율성 극대화, 챗봇 기반 고객서비스 자동화, 셀러 CS 자동화 등을 추진한다. 2027년까지 글로벌 수준의 플랫폼 경쟁력 구축을 목표로 초당 트래픽 및 주문 처리 여력도 대폭 증설할 방침이다.

역직구 1조원 시장 개척, 새로운 성장 엔진

G마켓의 가장 공격적인 목표는 5년 내 연간 역직구 거래액 1조원 달성이다. 현재 G마켓의 역직구 매출은 전체의 1~2% 수준에 불과하지만, 알리바바의 글로벌 네트워크 활용으로 이를 대폭 확대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K뷰티, K패션, K푸드 등 한국 상품에 대한 해외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 속에서, G마켓은 60만 셀러가 보유한 2000만개 상품을 글로벌 시장으로 연결하는 '수출 창구'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알리바바의 광군제(광군절 세일) 같은 대형 쇼핑 행사에 국내 셀러들이 참여해 협업 마케팅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열렸다.

신세계-알리바바 JV 전체의 거래액 목표도 야심차다. 2030년까지 40조원을 넘기겠다는 계획인데, 이는 현재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의 거래액을 대폭 상향조정해야 함을 의미한다.

규제 극복 과제, 데이터 분리 조건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 조건은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 간 국내 소비자 데이터의 기술적 분리다. 해외직구 시장에서 알리익스프레스(37.1%)와 G마켓(3.9%)의 결합으로 시장점유율이 41%에 달해 과도한 시장지배력 강화를 우려한 결정이다. 향후 3년간 양사가 국내 소비자 데이터를 상호 이용할 수 없으며,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는 국내 시장에서 독립적인 운영 체계를 유지해야 한다.

이는 협업의 효율성을 제약하는 조건이지만, G마켓이 강조하는 '데이터 보안 원칙'으로도 볼 수 있다. G마켓은 고객 개인정보를 독립된 국내 클라우드에 저장·관리하고, AI 학습을 위한 데이터도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는 전송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러한 투명성 확보가 소비자 신뢰 회복의 기초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성공의 가능성과 남겨진 과제

정용진 회장의 G마켓 살리기 프로젝트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여러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우선 국내 시장에서 쿠팡과 네이버의 우월적 지위를 어느 정도 견제할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 쿠팡의 '로켓배송'과 네이버의 '멤버십 전략'이 구축해 놓은 소비자 신뢰도를 뒤흔들기는 쉽지 않다.

다만 G마켓이 셀러 중심의 전략으로 전환하고, 글로벌 역직구 시장에서 차별화를 추진하는 접근은 쿠팡과 네이버와의 직접 충돌을 피하면서도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측면에서 전략적 가치가 있다. 60만 셀러의 네트워크와 2000만개 상품의 시너지, 알리바바의 기술력이 실제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면,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판도 변화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G마켓의 재도약은 단순한 한 기업의 부활을 넘어 한국의 유수한 제조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는 새로운 통로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담고 있다. 정용진 회장이 직접 의장직을 맡으며 보여준 결단이 실제 경영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그리고 알리바바와의 협업이 예상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2026년을 '재도약의 원년'으로 선언한 G마켓의 변신이, 과연 신세계그룹이 안고 있던 4년간의 적자를 벗어나고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을지는 앞으로의 실행력이 판가름할 것이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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