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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기업 AX 대전환 ② 모빌리티] 현대차그룹, IT 기업보다 더 IT 기업 같은 회사 됐다

정의선 회장 8년 전 선언 성과로 … 생산 중단 86% 감소, 자료 탐색 90% 단축

2026-08-19 15:2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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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에픽 안재후 CP] 생산 라인에서 설비 오류로 부품 대차의 순서가 뒤엉켰을 때 최대 50분이 필요했던 복구가 이제 7분 이하로 줄었다. 남양기술연구소에서 충돌시험 자료를 탐색하고 분석하는 시간은 약 90% 단축됐다. 차량식별번호를 읽는 비전 AI는 연간 52억4000만원의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2018년 정의선 현대차그룹 당시 부회장이 "IT 기업보다 더 IT 기업 같은 회사가 되겠다"고 선언한 이래, 8년에 걸쳐 조용히 준비해온 변화가 이제 현장에서 구체적인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조직 전체의 일하는 방식을 AI 중심으로 재구성하는 변화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오른쪽)이 지난 5월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회사 임원진과 바이브 코딩 실습 교육을 받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이미지 확대보기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오른쪽)이 지난 5월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회사 임원진과 바이브 코딩 실습 교육을 받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8년의 단계적 준비
현대차그룹이 현장에서 AI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었던 배경은 명확하다. 그들은 생성형 AI 시대가 오기 전부터 데이터와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읽고 있었다.

2018년 회장의 선언 이후,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협업 혁신과 데이터 중심 경영 체계 구축을 본격화했다. 2019년부터는 전사 디지털 전환(DX)을 체계적으로 추진했는데, 목표는 단순히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 간 정보와 데이터를 공유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일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는 것이었다.
2022년부터 지라(JIRA), 두레이(Dooray), 컨플루언스(Confluence), Microsoft 365 같은 협업 플랫폼을 도입했다. 임직원들의 업무 진행 현황과 의사결정 사항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연구개발·생산·품질·판매 데이터를 연결하는 '글로벌 원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구축했다. 이것이 훗날 AI의 토대가 되었다. 2024년 이 파이프라인이 완성됨에 따라, 2025년부터 본격적인 생성형 AI 플랫폼인 H Chat Pro를 임직원 전체에 개방할 수 있었다.

'현대차그룹 AX 성과 발표회'에서 (왼쪽부터) 현대차 제네시스고객경험팀 장영석 책임매니저, 현대차·기아 ICT담당 진은숙 사장, 정보보안2실 이상홍 상무, 웹프론트엔드개발팀 서창윤 책임매니저가 발표하는 모습. 사진제공=현대차그룹이미지 확대보기
'현대차그룹 AX 성과 발표회'에서 (왼쪽부터) 현대차 제네시스고객경험팀 장영석 책임매니저, 현대차·기아 ICT담당 진은숙 사장, 정보보안2실 이상홍 상무, 웹프론트엔드개발팀 서창윤 책임매니저가 발표하는 모습. 사진제공=현대차그룹

현장에서 일어나는 변화
2026년 8월 12일 현대차그룹이 양재 본사에서 연 AX 성과 발표회에서 공개한 숫자들은 이 8년 준비가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개발 현장에서는 남양기술연구소의 '충돌안전 AI 어시스턴트'가 운영 중이다. 과거에는 충돌시험 결과, 시험 이미지, 해석 자료 등이 여러 시스템에 분산되어 있었다. 엔지니어가 숙련도와 경험에 의존해 유사 사례를 찾아야 했고, 시험 조건·차량 구조·상해 원인·개선책을 비교하는 데 며칠이 걸렸다. AI 도입 이후, 이런 자료 탐색과 분석 검토 시간이 약 90% 줄었다. 엔지니어는 절약한 시간을 설계 개선과 시험 전략 수립에 투입하고 있다.

생산 현장의 변화는 더 직관적이다. 부품을 공급하는 대차(AGV)의 이동 순서가 설비 오류로 뒤엉킬 때 복구에 최대 50분이 필요했다. 경우의 수가 무한에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기존 탐색 알고리즘에 강화학습 기반 AI를 결합해 최적 경로를 자동으로 도출하도록 했다. 그 결과 불필요한 생산 중단 시간을 약 86% 줄일 수 있었다. 계산 시간은 밀리초 단위지만, 현장 복구 시간은 50분에서 7분 이하로 단축됐다는 뜻이다.

차량식별번호(VIN)를 비전 AI로 판독하는 'AI 자동화 인식 서비스'는 국내외 현대차·기아의 약 70개 생산 거점에서 운영되고 있다. 생산 차량 정보를 실시간으로 시스템에 대조하면서 연간 52억4000만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내고 있다.
정비 현장에서도 변화가 있다. 해외 정비소에서 사용하는 LLM 기반 '정비 지원 AI 서비스'는 차량 오류 코드나 증상을 입력받으면 정비 매뉴얼과 과거 기록을 분석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정비 대응 시간이 약 42% 줄었다.

고객 대응도 AI가 맡고 있다. 현대차·기아·제네시스 고객이 모바일 앱에 남긴 리뷰를 AI가 자동으로 분석·분류하고 답변 초안을 생성한다. 과거 리뷰 한 건을 처리하는 데 평균 35분이 걸렸다면, 지금은 5분 수준이다. 현재 전체 고객 리뷰의 85% 이상을 AI가 처리하고 있으며, 2026년 9월부터 전체 리뷰 대응을 자동화할 예정이다.

80%의 조직이 AI 활용한다
2026년 7월 기준 H Chat Pro 사용자는 3만명을 넘어섰다. 현대차·기아 일반·연구직 임직원의 약 80%다.

이 수치가 의미 있는 이유는 단순히 사용자 수 때문이 아니다. 일반 직원들이 문서 작성, 정보 검색, 데이터 분석을 넘어 자신의 업무에 필요한 AI 에이전트를 직접 만들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자동화를 위해 개발 조직의 지원을 받아야 했다면, 이제 현업 담당자가 필요한 도구를 직접 구현한다. 현대차그룹이 제조 현장용으로 구축한 'E-FOREST: POLARIS'는 이런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플랫폼이다. 품질·생산·설비·물류 등에 축적된 업무 경험과 노하우를 AI 에이전트 형태로 구현해 현장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경영층도 직접 움직였다. 정의선 회장을 비롯한 그룹 주요 경영진은 '바이브 코딩(Vibe Coding)' 교육을 받았다. 자연어로 AI에 명령해 간단한 게임을 만들고, 데이터를 분석해 대시보드를 구현하는 등 소프트웨어 개발 과정을 직접 체험한 것이다. 경영진이 먼저 기술을 이해하고 조직 전체로 변화를 주도한다는 신호였다.

진은숙 현대차·기아 ICT담당 사장은 "AI는 분명 중요한 기술이지만 결국 기업이 활용해야 하는 도구"라며 "중요한 것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AI를 얼마나 빠르게 이해하고 업무와 사업에 적용해 조직 경쟁력으로 내재화할 수 있는지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목표는 AI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업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AI를 가장 제대로 활용하는 기업이 되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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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체질의 전환
현대차그룹의 AX는 투자 규모나 기술 도입만의 문제가 아니다. 조직이 어떻게 이를 내재화하고 실행하는가가 핵심이다.

8년에 걸친 단계적 준비는 모두 이 지점을 향하고 있었다. 2018년 회장의 선언은 거창했지만, 실제 실행은 조용했다. 데이터를 정리하고, 협업 방식을 바꾸고, 일하는 문화를 개선했다. 생성형 AI 시대가 오자, 그 기초 위에 AI를 얹을 수 있었다.

생산 현장에서의 86% 중단 시간 감소는 순수한 기술적 성과가 아니다. 이는 숙련자의 경험을 데이터로 변환하고, 그 데이터를 AI가 빠르게 처리하는 조직적 성과다. 개인의 역량이 조직의 자산으로 재구성되는 변화다. 이것이 진은숙 사장이 말하는 "제대로 활용하는 기업"의 의미다.

다음 단계: 피지컬 AI의 확장
현대차그룹이 지금 축적하고 있는 것은 단순한 AI 활용 경험이 아니다. 데이터와 운영 경험, 그리고 실행 역량이다.

모빌리티 산업은 이미 변했다. 제조 경쟁력 중심에서 데이터와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로 옮아갔다.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로보틱스, 스마트팩토리 등 물리적 세계와 AI가 결합하는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AX를 통해 축적한 모든 경험과 역량은 이 다음 단계를 준비하기 위한 것이다. 연구개발·생산·정비·고객 대응에서 얻은 데이터와 운영 경험이 차량과 로보틱스, 제조시설 같은 물리적 환경에서 AI가 실제로 판단하고 움직이게 하는 토대가 될 것이다. 그 성공 여부는 기술 개발만큼 조직의 내재화 속도에 달려 있을 것이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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