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12일 대법원은 삼성증권의 내부통제 부실 책임에 더해 민법상 사용자책임까지 엄중히 인정하면서 8년 4개월 동안 이어진 법정 공방의 마침표를 찍었다.
[사태의 발단] 현금 대신 주식 입고…112조 유령주식에 주가 11.7% 폭락
사건은 지난 2018년 4월 6일 삼성증권 담당 직원의 전산 입력 오류에서 비롯됐다. 우리사주 조합원들에게 주당 1천원의 현금 배당 대신 주당 1천주의 주식이 잘못 지급되면서, 삼성증권 정관상 발행 한도를 수십 배 초과하는 28억1천295만주가 직원들의 계좌에 무더기로 입고됐다. 당시 종가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112조원에 달하는 규모였다.
시스템상 입력 오류를 차단할 내부 방어벽이 작동하지 않은 가운데, 직원 21명이 매도 주문을 냈고 이 가운데 16명이 501만주가량의 매도 계약을 체결했다. 이 여파로 삼성증권 주가는 장중 한때 전일 대비 최대 11.7% 폭락했고, 거래량은 전날의 40배 이상으로 치솟으며 증시 전체가 큰 혼란에 빠졌다.
[제재와 처벌] 금융당국 중징계·거래소 제재금 이어 관련 임직원 유죄 확정
금융당국은 이번 사고를 삼성증권의 내부통제 부실 문제로 규정했다.
금융위원회는 2018년 7월 정례회의에서 삼성증권이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상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와 위험관리 비상계획 마련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 6개월간의 신규 투자중개업 일부 정지와 1억4천4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당시 대표이사 등 임원진에 대해서도 해임요구 상당과 직무정지 등의 조치가 이뤄졌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도 별도로 10억원의 제재금을 부과했다.
이처럼 사고 발생 초기부터 행정 제재와 형사처벌이 잇따르며 삼성증권의 관리 책임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졌고, 이 연장선에서 국민연금공단의 민사소송이 본격화됐다.
[민사 소송] 국민연금 299억원 손배소…법원, 삼성증권 책임 50% 산정
2024년 8월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는 삼성증권이 배당의 과·오지급 위험을 방지할 내부 처리 기준이나 방침을 마련하지 않았고, 사고 발생 이후에도 매도금지 공지와 매도주문 차단 조치가 지연돼 대량 매도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다만 국민연금이 함께 주장한 사용자책임에 대해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사고가 배당 담당 직원의 의도하지 않은 오류와 매도 직원들의 개인적 일탈이 겹쳐 발생한 것이어서 손해 전액을 회사에 지우는 것은 가혹하다고 보고, 삼성증권의 책임을 전체 손해의 50%로 제한했다.
이에 따라 정상 주가와 실제 매도가의 차액 손해 38억6천만원의 50%에서 국민연금이 주가 하락기에 되사들여 얻은 이익을 상계해 배상액을 18억6천만원으로 산정했다. 양측 모두 이 판단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2026년 1월 15일 서울고법 제22-1민사부는 쌍방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을 유지했다.
[대법원 판결] 민법상 '사용자책임' 추가 인정…18억6천만원 배상 확정
국민연금과 삼성증권은 2심 판결에도 불복해 나란히 상고했다. 대법원은 상고기록 접수 후 4개월의 심리불속행 기간을 넘겨 본격적인 법리 검토를 진행했으며, 이는 통상적인 상고심 처리와 달리 이번 사건에 짚어볼 법리적 쟁점이 있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12일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이 같은 심리 끝에 원고 일부승소로 판단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배당 담당 직원들의 업무상 과실과 국민연금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될 여지가 크다고 보면서, 2심과 달리 민법상 사용자책임까지 추가로 인정하는 법리적 판단을 내놨다.
다만 사용자책임이 추가로 인정되더라도 2심이 산정한 배상 범위와 금액(18억6천만원)은 결과적으로 정당하다고 판단해 양측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시사점] 내부통제 부실 책임 명확화…책무구조도 확산에도 영향 전망
이번 판결로 2018년 발생한 삼성증권 배당오류 사고는 사고 발생 8년 4개월 만에 행정 제재와 형사처벌에 이어 민사상 책임 소재까지 모두 가려지며 마무리됐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임직원의 단순 실수가 회사 전체의 리스크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과, 이를 막기 위한 내부통제 체계 구축이 회사의 법적 책무라는 점을 재확인한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당국이 2024년부터 대표이사에게 내부통제 총괄 책임을 지우는 책무구조도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대법원 판결이 사용자책임 법리를 통해 금융회사의 관리·감독 책임 범위를 넓게 해석했다는 점에서 향후 유사한 금융사고 소송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에픽 성기환 CP / keehwan.sung@daum.net]
<저작권자 ©GLOBALEPIC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