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피의자는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 “상대와 분명히 합의된 행동이었다”는 주장을 반복하지만 수사기관은 피의자 바람대로 그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피의자들이 억울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대응을 미루거나, 수사기관에 진실을 설명하면 오해가 풀릴 것이라는 믿음으로 경찰 조사에 혼자 응한다. 하지만 실제 수사 흐름은 감정보다는 자료 중심, 설득보다는 구조 중심으로 이뤄진다. 안타깝지만 억울하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그러므로 성범죄 피의자는 피해자의 진술을 기반으로 사건이 진행된다는 것을 인지하고 초기에 이를 반박할 수 있는 증거 제출, 변론으로 ‘불기소 처분’을 이끌어내는 것이 현명하다. 불기소 처분을 받아내려는 이유는 명확하다. 무죄는 기소된 이후의 결과다. 이미 피고인의 신분이 된 후라면 공판에 참석하고, 판결이 내려질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수개월 이상이 된다는 게 확실해진다. 과정 자체가 일상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건 물론, 무죄가 나오더라도 기소 사실은 명백한 기록으로 남는다는 말이다.
이와 달리 ‘혐의 없음’ 또는 ‘증거 불충분’ 등의 사유로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는다면 피의자는 기록상 형사 절차에 연루된 사실 자체가 남지 않게 된다. 특히 직업상 신뢰가 중요한 경우, 형사사건 연루 여부가 공개되는 것만으로도 사회적 위치와 생계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다만 이런 결과를 얻기 위해선 각 사안에 대한 법률적인 분석과 확실한 전략이 수반되어야 한다. 진술 하나하나가 증거가 되는 성범죄 사건에서, 피의자가 직접 해명하고 대응하는 방식은 오히려 진술 간의 충돌, 신빙성 부족, 불리한 인상을 남기게 될 위험이 크다.
예를 들어 “억지로 한 게 아니었다”는 말을 했다고 해도, 조사 초반에 “상대가 기분 나쁘게 행동했다”, “분위기상 그렇게 됐다”는 언급이 포함돼있으면 수사기관은 이를 사전 예측 가능성, 묵시적 동의의 부재로 해석할 수 있다. 결국 ‘고의성’을 뒷받침하는 발언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또한 피해자와의 대화 내역,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메시지, 현장 정황을 담은 주변인의 진술 등 객관적인 자료의 정리와 제출 타이밍도 수사 대응에 결정적인 변수가 된다. 이는 법률 전문가의 도움 없이 임의적으로 준비하기는 어렵다. 어떤 자료가 오히려 불리하게 해석될 수 있는지, 어떤 표현은 피해야 하는지를 정확히 알고 조율해야만 수사의 흐름을 되돌릴 수 있다.
피해자와의 대화 맥락, 사건 발생 시점의 주변 정황, 제3자의 증언 확보 여부 등 사소해 보이는 요소 하나하나가 수사기관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스마트폰 캡처 화면, 문자 대화 일부, 사진 한 장 같은 자료들이 전체 맥락 없이 단독 제출될 경우 피의자에게 불리한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사전 전략 없는 대응은 사건을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이유로, 성범죄 수사 대응에서 전문 변호사의 조력은 결과를 바꾸는 핵심 변수가 된다. 특히 수사기관의 시각을 예측할 수 있는 형사전문 변호사는 단순한 해명 대신 논리적인 주장 구조를 설계하고, 자료를 통해 객관적인 근거를 만들어 수사기관이 피의자에게 유리한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유도한다.
성범죄 사건을 전문으로 다루는 대구 법무법인 가나다 송승우 성범죄변호사는 “성범죄 피의자는 수사 초기부터 법적 불리함 속에 서게 되는데, 그 상태에서 방어권을 제대로 행사하려면 감정적인 반응이 아니라 체계적인 전략이 우선돼야 한다”며, “특히 불기소 처분은 감정이나 태도로 얻는 결과가 아닌, 논리적 설득과 구조화된 대응으로 만들어지는 결과”라고 강조한다.
그는 또한 “진술은 한 번 남기면 돌이킬 수 없다. 특히 성범죄는 말 한 줄이 곧 증거가 되기 때문에, 전문가의 조율 없이 혼자 조사에 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다”며, 수사 초기부터 법률 조력을 받는 것이 가장 안정적인 대응 방법이라고 말했다.
성범죄 사건에서 무죄보다 불기소가 중요한 이유는 간단하다. 기소는 피의자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는 공식 기록이다. 그래서 그 기소 이전에 사건을 막을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강력한 ‘무죄’이다.
[글로벌에픽 이수환 CP / lsh@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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