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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두산 신임 부회장 김민철·박상현의 과제는?

자금조달-현금창출 특명… 재무 강화 '제2 유동성 위기' 차단

2026-10-20 13:27:44

두산에너빌리티 박상현 CFO 부회장(좌), (주)두산 지주부문 CFO 김민철 부회장이미지 확대보기
두산에너빌리티 박상현 CFO 부회장(좌), (주)두산 지주부문 CFO 김민철 부회장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두산그룹이 지주회사와 핵심 에너지 계열사의 재무 책임자를 나란히 부회장 임명했다.
두산그룹은 지난 16일 김민철 ㈜두산 대표이사 사장과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고 발표했다. 두 사람은 각 회사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아왔다. 인사는 반도체 소재 인수와 원전·가스터빈 투자가 겹친 시점에 나왔다. 경력과 승진 시점을 고려할 때 이들 부회장에게는 성장동력 확보 보다는 투자자금을 조달하고 수주실적을 이익으로 연결 짓고 현금화시키는 과제가 주어진 듯 하다.

재무 전문가 전진 배치, 내부 안정-성장 동시 노려
김민철 부회장은 1989년 두산에 입사해 37년 만에 부회장에 올랐다. 2018년 대표이사 부사장 겸 CFO를 맡았고, 2020년 사장으로 승진해 ㈜두산을 이끌어왔다. 경영전략과 재무 분야를 오래 맡았다.

박상현 부회장은 2008년 ㈜두산 지주부문 재무 조직 상무로 출발해 두산인프라코어 재무관리부문장, ㈜두산 지주부문 부사장, 두산밥캣 대표이사를 거쳤다. 2022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됐다.

두산그룹은 이번 인사를 "급변하는 글로벌 에너지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성장 동력과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엔지니어 출신인 송용진 사장을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선임했다. 회사는 송 COO를 중심으로 원자력·가스터빈·해상풍력 사업 경쟁력을 높이고 AI·디지털 혁신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김민철, 실트론 인수와 CCL 증설 동시 감당
김 부회장의 첫 번째 과제는 자본 배분이다. ㈜두산은 7월 31일 이사회에서 SK실트론 지분 70.6%를 2조 3000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승인했다. 계약금은 10%이고, 잔금은 거래가 마무리되는 2027년 1월 31일 치른다. 여기에 2028년까지 전자BG 동박적층판(CCL) 증설에 약 9700억원을 투입한다. 두산이 자체 사업에 집행하는 투자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두 투자에 드는 자금은 3조 4000억원에 가깝다.

조달 계획은 자체 현금 1조 3000억원과 차입 1조원이 중심이다. 증권업계는 산업은행이 주선하는 2조 5000억원 규모 인수금융에 신규 인수자금 1조원과 SK실트론 기존 차입금 1조 5000억원 차환이 함께 담긴 것으로 본다. 2조 5000억원 전액이 두산의 신규 부담은 아니라는 뜻이다.

다만 차입 부담은 눈에 띄게 달라진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두산의 별도 기준 순차입금은 올해 2분기 말 마이너스 120억원(순현금)에서 인수 이후 약 3조원으로 늘어난다. 나이스신평은 두산의 차입 부담이 과거보다 높은 수준으로 오래 이어질 것으로 봤다. 한국신용평가는 단기 재무 안정성은 유지할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상당한 외부 조달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인수 이후 변수도 남아 있다. 두산은 SK실트론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연도별 기준을 넘으면 초과분의 40%에 지분율을 곱한 금액을 SK에 지급한다. 기준액은 2027년 9000억원에서 2034년 1조 7000억원까지 단계적으로 오른다. 2029년 6월까지 4개 제품 품질 인증을 마치면 제품당 1770억원, 최대 7080억원도 추가로 준다. 최태원 SK 회장이 총수익스와프(TRS) 방식으로 보유한 잔여 지분 29.39%는 별도 협상 대상이다. SK실트론이 지난해 탄화규소(SiC) 사업 구조조정으로 순손실을 낸 점도 부담이다.

반면 유진투자증권은 인수가격이 글로벌 경쟁사의 2027년 예상 EV/EBITDA 평균 12.6배보다 낮은 약 8배라며 추가 자금 부담이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김 부회장의 성과는 인수 성사보다 인수 이후 자금 집행 순서와 투자 수익 관리에서 갈릴 전망이다.

김 부회장에게는 위기 관리 경험이 있다. 두산은 2020년 유동성 위기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서 3조원 규모 지원 한도를 받았고, 김 부회장은 두산솔루스·두산퓨얼셀 인적분할과 두산타워 등 자산 매각을 주도해 1년 11개월 만에 채권단 관리 체제를 벗어났다. 박정원 회장이 재무 라인을 강화한 배경에도 이 경험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박상현, 26조원 수주잔고 현금으로 바꿔야
박 부회장의 과제는 수주를 수익으로 연결하는 일이다. 두산에너빌리티 에너빌리티 부문(해외 자회사 포함)의 올해 상반기 신규 수주는 7조 1225억원, 2분기 말 수주잔고는 26조 3509억원이다. 연간 수주 목표 13조 3000억원의 절반을 넘겼다. 미국 기업과 가스터빈 7기 공급 계약을 맺었고, 사우디 자푸라 열병합발전소 2단계와 오만 두쿰 복합화력 공사, 한국남부발전과의 가스터빈 장기서비스 계약도 확보했다. 상반기 연결 매출은 8조 9859억원, 영업이익은 5478억원으로 각각 8.0%, 32.4% 늘었다.

문제는 현금이다. 1분기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마이너스 5655억원이었다. 설비 투자를 뺀 잉여현금흐름은 마이너스 7370억원으로 집계됐다. 주요 기자재 선발주와 가스터빈 선제 제작으로 운전자본이 묶이고, 일부 프로젝트의 대금 회수가 늦어진 영향이다. 같은 시점 단기차입금은 연초보다 39.2% 늘어난 약 4조 600억원으로 현금성 자산 3조 1994억원을 웃돌았다. 에너빌리티 부문 부채비율은 140.7%에서 2분기 말 151.6%로 높아졌다.

회사는 4분기에 대금 회수가 늘며 재무 지표가 개선될 것으로 본다. 박 부회장이 프로젝트별 선수금과 중도금, 제작비 지출, 최종 대금 회수 일정을 얼마나 맞추느냐가 시험대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28년까지 가스터빈 생산능력 확대와 소형모듈원전(SMR) 전용 공장 신축에 약 1조 7000억원을 투자한다. 수주가 늘수록 선행 투자와 운전자본 부담도 커지는 구조다.

SMR은 계약 현실화, 가스터빈은 서비스까지
사업별로 돈이 들어오는 시점이 다르다는 점도 관리 대상이다. SMR 전용 공장은 2028년 하반기 완공 예정이다. 투자 회수가 늦기 때문에 그 사이 수주가 둔화하면 차입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미국 빅테크의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가 둔화하면 가스터빈과 SMR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반기에는 체코 원전 공사와 SMR 기자재 계약 협의가 이어진다. 협의 중인 사업을 확정 수주와 구분해 관리하는 일도 중요하다.

가스터빈은 장비 판매를 넘어 장기서비스 계약으로 수익 기반을 넓히는 단계다. COO 체제 도입으로 사업 운영과 재무의 역할이 나뉜 만큼, 납기·원가 개선이 수익성과 현금 회수로 이어지는지가 관전 포인트다.

평가 기준은 이익이 아닌 현금
두 부회장에게 공통된 과제는 이익의 현금화다. ㈜두산은 반도체 소재 인수와 CCL 증설로, 두산에너빌리티는 수주 확대와 설비 투자로 각각 자금 수요가 커졌다. 손익계산서의 개선이 현금흐름 개선으로 이어지는지가 두 사람을 평가할 기준이 된다.

김 부회장은 인수 대금과 증설 자금, 인수 이후 SK실트론의 투자 수요를 함께 감당할 자본 배분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 박 부회장은 쌓인 수주잔고를 대금 회수와 수익으로 전환해 차입 부담을 줄여야 한다. 두산이 확보한 성장 기회를 지속 가능한 사업 기반으로 바꾸려면 투자 규모만큼 자금 회수와 차입 관리가 중요하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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