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년 10월 실손 의료비 보험 통일 후 국민권익위원회가 실손 보험 전산화 제도를 위해 노력한 지 15년. 21대 국회에서 통과하여 2024년 10월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될 계획이다.
아직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한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 제도의 정의와 목적, 그리고 금융 소비자들이 알아야 할 제도의 장단점을 파악해서 편리하게 이 제도를 이용하기를 바란다.
먼저, 실손 보험금 청구 간소화란 제2의 건강보험이라 일컫는 실손보험 청구를 말 그대로 전산화하고자 하는 보험업법 개정 사항이다.
현재는 실손 보험금을 청구하려면 환자 본인이 병원에서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서류를 받아 보험사에 직접 청구해야 한다. 그러나 전산화가 도입되면 소비자는 병원 측에 보험회사로 서류 전송을 요청하기만 하면 된다. 복잡한 보험사 제출 서류 발급 절차를 생략함으로써 실손 가입자들의 편의를 도모하고자 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자동차 보험을 예로 들면, 교통사고 환자가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으면 관련 영수증과 세부 내역서를 보험사에 전달하면 검토 후 보험금이 지급되는 것과 비슷한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병상 30개 이상 병원급 이상은 2024년 10월 25일부터, 의원 및 약국에서는 2025년 10월 25일부터 순차적으로 법 시행이 될 예정이다.
실손 보험 청구 간소화로 인해 4000만 보험 가입자들, 특히 고령의 가입자가 편리성 측면에서 큰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더 이상 보험사에 제출하기 위해 번거롭게 이름조차 헷갈리는 서류 발급을 위해 시간과 노력을 할애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는 큰 이점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얻는 것이 있다면 그만큼 잃는 것도 있는 법이다.
가장 큰 우려는 개인정보 유출로 인해 보험사에게는 보험 가입 및 보험금 지급 거절이라는 명분을 만들어 줄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있다.
보험사는 오랜 시간 동안 청구자가 제공한 서류 내에서도 상당한 자료를 축적해 왔다. 더 나아가 청구 전산화가 이루어지면 지금보다 더 많은 진료 정보를 전산화하여 축적할 수 있게 되고, 피보험자 개개인의 세부적인 진료 내역까지 볼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빅데이터가 축적되면 향후 보험 가입 시 또는 보험금 지급할 때 가입 거절이나 부지급하는 근거 자료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실손 보험금 청구 간소화와 더불어 비급여 가격 보고 제도를 통해 병원의 과잉진료를 막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병원마다 들쑥날쑥한 비급여 가격을 의무 보고를 통해 적정 가격으로 표준화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측면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환자의 진료 정보가 보험사로 쉽게 전달됨에 따라 비급여 정보 또한 상당한 양의 자료가 보험사로 전달될 것이기 때문에 고액의 보험금일수록 지금보다 더 엄격한 심사가 이루어져 지급이 어려울 수도 있다.
앞으로 실손 보험 시장에 큰 변화가 다가올 것으로 예상되는 이 시점에서 어려운 보험 약관조차 이해하기 힘든 가입자들에게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불이익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도움말 조희문 손해사정사
황성수 글로벌에픽 기자 hss@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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