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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추행, 불법한 유형력 행사만으로 충분, 대법원 강제추행 판단 기준 40년 만에 완화

2023-12-13 09:12:46

사진=김한수 변호사이미지 확대보기
사진=김한수 변호사
최근 서울여성노동자회가 2016년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 10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72%가 성희롱 피해를 본 뒤 퇴사했다. 이 가운데 57%는 1개월 내, 11%는 3개월 내, 14%는 6개월 내, 18%는 6개월 이후 퇴사했다. 반년 내 퇴사자 비율이 82%에 이른다.

2018년 실태조사에서 여성 응답자의 14.2%가 성폭력 피해를 겪었다고 답했다. 이들은 성희롱 피해 경험의 영향을 묻자 △특별한 영향이 없다(36.5%) △직장(내 성희롱 예방 정책, 문화 등)에 대한 실망감을 느꼈다(33.8%) △근로의욕 저하 등 업무 집중도가 떨어졌다(25.9%) △스트레스로 인해 건강이 나빠졌다(10.6%) △(성희롱 사건으로 인해) 직장을 떠나고 싶다고 느꼈다(9%) 순으로 답했다. 퇴사 의향을 즉각 드러낸 이들의 비율은 높지 않으나, 직장에 대한 실망감·근로의욕 저하·건강 악화 등은 결국 피해 당사자들을 퇴사로 떠미는 요인이다.

이처럼 성폭력을 줄이기 위해서는 피해자 보호조치가 필수적이지만, 법적 사각지대에 놓인 피해자들이 많고 2차 피해가 두려워 경미한 성적인 접촉을 넘어 강제추행죄, 강간 등의 범죄로 발전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우선 직장 내 성추행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규정된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이 성립된다.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고 있다. 이때 성추행 범위는 직장 내 지위를 이용해 성적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굴욕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를 말하며, 사업장 외 출장이나 회식자리에서 이뤄지는 행위도 포함된다.

'추행'은 상대방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음란한 행위로서 성적 수치심·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일체의 행위를 의미한다. 위력이란 자유의사를 제압하는 일체의 세력을 말하며, 폭행·협박(강제추행보다는 약한)은 물론이고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지위나 권력을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때 피해자 의사가 현실적으로 제압될 것을 요하지 않는다.

위력에 의한 간접 추행이 아닌 물리적 폭행이나 협박을 수단으로 추행한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강제추행죄가 적용되면, 형법 제298조 명시된 강제추행죄에 의거하여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된다.

여기서 강제추행죄가 성립되려면 폭행이나 협박이 있어야 하는데, 폭행 및 협박의 정도는 상대방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를 요구하지 않지만,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일 것은 요한다.

예컨대 상대방의 성기, 엉덩이, 유방, 허벅지 등을 만지는 행위, 속옷을 벗기는 행위, 강제로 키스를 하는 행위 등이 대표적 사례이다. 실제로 대법원 판례을 살펴보면 강제추행죄에 있어 피해 대상 신체부위를 폭넓게 해석하고 있다.

이에 “피해자의 의사, 성별,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이전부터의 관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 행위 태양,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결정되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 대법원 2002. 4. 26. 선고 2001도2417 판결 참조 )

나아가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항거가 곤란한 정도'로 규정했던 강제추행죄의 판단 기준을 40여 년 만에 완화하면서 처벌 범위가 확대됐다.

대법원은 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폭행 또는 협박' 의미를 제한적으로 해석한 종래의 판례를 유지할 것인지 여부를 심리한 끝에 "(기존의 판례는) 강제추행죄의 보호법익인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의 성적 자기 결정권과 부합하지 않는다"며 폐기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은 상대방의 신체에 대해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폭행)하거나 일반적으로 봤을 때 상대방이 공포심을 느낄 수 있는 정도의 해악을 고지(협박)하는 것"이라며 강제추행죄의 판단 기준을 새로 정의했다.

이에 법무법인 성지파트너스 김한수 대표 변호사는 “대법원의 2023년 9월 21일 전원합의체 판결은 '강제추행죄에 국한하여' 이 법리를 '공식적으로' 폐기하는 선언이라는 의미가 있다. 특히 대법원이 기존의 판례를 뒤집으며, 폭행·협박'이라는 법리적 경계를 두지 않고, 상대방에게 현실적으로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을 정도의 해악을 강제추행의 판단 기준으로 제시하며 더욱 엄격히 해석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한수 대표 변호사는 “추행은 크게 순식간에 발생하는 기습추행, 갑을 관계 또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폭행이나 협박으로 유형력을 행사한 강제추행 등으로 분류된다. 범죄의 행위 태양과 실행 기수에 따라 양측의 진술의 달라지고 사건의 향방이 좌우된다. 만약 불가피하게 강제추행 혐의에 연루됐다면 승소 전략을 보유한 형사 전문 변호사를 통해 법률 조력을 받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수환 글로벌에픽 기자 lsh@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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