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구형모 사장은 이번 증여로 지주사 최대주주라는 명목상 정점에 올라섰지만, 경영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떠 안게 됐다.
구본준 지분율 20.15%에서 12.38%로 떨어져 구본준 회장이 넘긴 LX홀딩스 보통주는 610만주, 지분율로는 7.85%에 해당한다. 증여 전 구 회장이 보유한 1541만1261주는 944만1261주로 줄었고, 지분율은 20.15%에서 12.38%로 내려갔다.
반대로 구형모 사장의 지분은 크게 불어났다. 증여 전 926만9748주를 보유하던 구 사장은 1536만9748주를 손에 쥐게 됐다. 지분율은 12.14%에서 19.77%로 올라갔고, 이로써 구형모 사장이 개인 최대주주 지위를 얻게 된 것이다.
이번 거래는 외부 투자자의 인수합병이나 경영권 거래가 아니라 부친이 장남에게 지분을 물려주는 형식이다. 단순한 주주 변동이라기보다, LX그룹의 차기 지배자를 공식화하는 의미가 더 크다.
2021년부터 시작된 지분 이전
구형모 사장이 최대주주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보면 구본준 회장의 계획성이 드러난다. LX그룹이 출범한 2021년 말, 구본준 회장은 구형모 사장에게 LX홀딩스 주식 850만주를 먼저 증여했다. 당시 구형모 사장은 2대 주주로 올라섰고, 딸 구연제 씨에게도 지분을 나눠 줬다.
이번 추가 증여는 그 이후 5년 만의 결정이다. 구본준 회장이 보유한 지주사 지분을 아들과 딸에게 나눠 주는 방식으로 진행해온 세대 이전 전략이 이제 막바지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범LG가에서 이어져 온 장자 승계 관행을 고려하면, 구형모 사장이 사실상의 후계자로서 최종 확정되는 단계라 할 수 있다.
오너 일가 총 지분율'은 43% 그대로
주식 수가 줄어든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친인척인 구본영 씨가 이날 '특별관계 해소'를 사유로 특수관계인에서 제외되면서, 구본영 씨가 보유한 LX홀딩스 주식 2만3650주가 특수관계인 범주에서 빠진 것이다.
따라서 이번 거래를 오너 일가의 지배력 확대라고 표현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실질적으로는 구본준 회장이 가진 지분의 일부가 장남 구형모 사장에게 재배분된 것일 뿐이다. 핵심 변화는 지배력의 크기가 아니라 지배력의 주체다. 향후 주주권 행사와 그룹 경영의 최종 결정권이 2세로 이동할 기반이 만들어진 셈이다.
최대주주 자리와 경영진 자리, 과연 일치할까
구형모 사장의 경력을 보면 이번 지분 증여가 얼마나 신중하게 준비되었는지 알 수 있다. 1987년생인 구형모 사장은 미국 코넬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2014년 LG전자에 입사했다. 일본법인에서 신사업을 담당하는 등 현장 경험을 쌓은 뒤, 2021년 LX그룹의 경영기획담당 상무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승진 속도가 빨라졌다. 2022년 경영기획부문장 전무를 거쳐 같은 해 12월 LX MDI 초대 대표이사 부사장에 선임됐고, 2024년 사장으로 승진했다. LX MDI는 그룹의 경영관리와 진단을 맡는 회사로, 구형모 사장이 그룹 전반의 경영 시스템을 체험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됐다.
지분 증여와 직책 승진이 병행된 까닭이 여기에 있다.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동시에 경영기획과 관리의 중추를 맡으면서 '소유'와 '경영'의 기반을 함께 다질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다만 LX MDI는 사업회사와 달리 직접적인 영업 성과를 보여주기 어려운 자리다. 구형모 사장이 향후 LX인터내셔널, LX세미콘, LX하우시스, LX판토스 등 주요 계열사를 맡을지, 아니면 지주사 경영에 직접 참여할지가 다음 관심사가 된다.
250억원대 증여세, 어디서 마련할 것인가
구형모 사장이 이번 지분 증여로 부담할 세액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증여세가 250억~300억원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했다. 다만 이는 추정치일 뿐이다. 증여일 전후 주가 변동, 과거 증여분과의 합산, 공제 적용, 납부 방식 등에 따라 최종 세액은 달라질 수 있다.
증여세를 어떻게 마련할지가 첫 시험대다. 구형모 사장은 2025년 말 기준 LG 보통주 252만2744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 지분에서 나오는 배당금과 주식 매각, 또는 담보대출 등이 세금 납부의 선택지로 거론된다.
문제는 배당금만으로는 수백억원대 세금을 빠르게 납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LX홀딩스의 현 배당 수준을 유지한다 해도, 구형모 사장의 연간 배당금만으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구형모 사장이 보유한 LG 주식 일부를 매각하거나 담보로 활용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물론 이는 범LG 지분 구조와도 연결되는 사항이므로, 실제 재원 마련 방식은 향후 공시와 주식 변동 공시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최대주주는 되었으나, '경영권 승계'는 별개
이번 증여로 구형모 사장이 얻은 것과 얻지 못한 것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구형모 사장은 지주사 최대주주라는 명목을 얻었지만, 곧바로 그룹 회장이나 지주사 대표이사로 올라간 것은 아니다. 구본준 회장은 여전히 LX그룹 회장직을 유지하고 있고, 구형모 사장도 현재는 LX MDI 대표를 맡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상황은 '소유권 승계'가 상당 부분 진행된 단계라고 평가할 수 있지만, '경영권 승계'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구본준 회장이 언제 경영에서 물러날지, 구형모 사장이 언제 주요 사업회사나 지주사를 직접 이끌게 될지는 별개의 문제다. 또한 구연제 씨 등 다른 오너 일가와의 역할 분담을 어떻게 정리할지도 남은 과제다.
구형모 사장이 최대주주로서 배당, 투자, 인사 등 주요 의사결정에 어떤 입장을 보일지도 중요한 평가 지점이 될 것이다. 소유권과 경영권이 일치하는 진정한 의미의 '구형모 체제'가 완성되려면, 구형모 사장이 증여세 재원을 마련하고 주요 계열사에서 실적을 내며 조직을 장악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소유의 시대 끝, 경영의 시대 시작
LX그룹의 승계는 이제 추측의 영역을 벗어났다. 지분 구조상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신호를 받은 것이다. 구형모 사장이 최대주주로 등극했다는 것은, 구본준 회장 시대에서 구형모 시대로의 전환이 공식화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최대주주 자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구형모 사장이 진정한 후계자로 평가받으려면, 증여세 재원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재무 감각을 보여야 하고, 주요 계열사 경영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야 하며, 구본준 회장 이후의 지배구조를 안정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소유권 승계가 끝난 만큼, 이제 경영권 승계의 성공 여부가 LX그룹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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