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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나잇 이후 준강간 신고를 받았다면... 초기 대응에서 확인할 것은

2026-10-19 10:00:01

사진=더퍼스트 법률사무소 이상규 변호사이미지 확대보기
사진=더퍼스트 법률사무소 이상규 변호사
[글로벌에픽 김동원 CP] 처음 만난 사람과 술자리를 가진 뒤 서로 호감을 느껴 하룻밤을 보내는 이른바 '원나잇' 관계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다. 당시에는 서로 동의한 성관계라고 생각했지만 이후 상대방이 준강간 피해를 주장하며 신고한다면 상황은 전혀 달라질 수 있다.

이러한 사건에서 흔히 나오는 말이 "서로 합의한 관계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준강간 사건은 어느 한쪽이 합의였다고 주장하는 것만으로 결론이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성관계 당시 상대방이 어떤 상태였는지, 성적 행위에 대해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상태였는지, 피의자는 상대방의 상태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었는지 등 사건 당시의 구체적인 사정이 함께 검토돼야 한다.
형법 제299조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하거나 추행한 경우 준강간 또는 준강제추행죄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상대방이 단순히 술을 마셨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다. 술을 마셨다고 해서 모든 성관계가 준강간이 되는 것은 아니며, 반대로 의식을 완전히 잃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준강간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대법원은 심신상실을 정신기능의 장애로 성적 행위에 대한 정상적인 판단능력이 없는 상태로 보고 있으며, 항거불능 역시 심신상실 이외의 원인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를 의미한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실제 사건에서는 상대방의 음주량만 따지는 것이 아니라 당시 두 사람이 어떠한 대화를 나눴는지, 상대방이 스스로 이동할 수 있었는지, 장소를 이동하게 된 과정은 어떠했는지, 성관계 전후 어떤 행동과 의사표시가 있었는지 등을 전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경찰조사를 앞두고 있다면 이러한 사건의 흐름을 시간 순서대로 정리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두 사람이 언제 어디에서 처음 만났는지, 어느 장소에서 얼마 동안 술을 마셨는지,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다음 장소로 이동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등을 가능한 한 구체적으로 떠올려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숙박시설에는 누구의 제안으로 가게 됐는지, 이동 과정에서 상대방의 상태는 어떠했는지, 숙박시설에 들어가는 과정에서 어떠한 말이나 행동이 있었는지 등도 확인해야 한다. 단순히 "합의한 관계였다"는 말만 반복하기보다는 자신이 당시 상대방이 성관계에 동의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 구체적인 사정이 무엇이었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객관적인 자료도 중요하다. 사건 전후 상대방과 주고받은 카카오톡이나 문자메시지, SNS 대화 등이 남아 있다면 임의로 삭제하거나 자신에게 유리해 보이는 일부 내용만 따로 편집하기보다는 전체적인 대화 흐름을 확인할 수 있도록 보존하는 것이 좋다.

술집이나 식당, 편의점, 주차장, 숙박시설 등 주변의 CCTV도 당시 두 사람의 이동 모습이나 상태를 확인하는 자료가 될 수 있다. 택시 호출 및 이용내역, 카드 결제내역, 숙박시설 결제기록 등도 이동시간과 당시 동선을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자료는 시간이 지나면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CCTV는 장소마다 보관기간이 다르기 때문에 사건에서 필요할 가능성이 있다면 가능한 한 이른 시점에 존재 여부를 확인해 둘 필요가 있다.
신고를 당한 사실을 알게 된 이후 상대방에게 직접 연락하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당황한 나머지 "우리 서로 합의한 것 아니었느냐", "왜 갑자기 신고했느냐", "신고를 취소해 달라"는 내용으로 반복해서 연락하고 싶은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사건이 이미 형사절차로 이어진 상황에서 이러한 연락은 새로운 갈등을 만들 수 있고, 연락 내용 자체가 향후 수사과정에서 자료로 제출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상대방을 직접 설득하거나 특정 내용의 답변을 받아내려고 하기보다 먼저 기존에 존재하는 자료와 자신의 기억을 정리하는 것이 우선이다.

경찰조사를 준비할 때도 기억이 명확하지 않은 부분을 무리하게 단정해서 말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시간이 지난 사건이라면 일부 상황이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을 수 있다. 이때 추측한 내용을 사실인 것처럼 진술했다가 이후 CCTV나 결제내역 등 객관적인 자료와 다른 내용이 확인되면 진술 전체의 신빙성이 문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억하고 있는 사실과 객관적인 자료로 확인되는 사실을 구분하고, 상대방 주장 가운데 어떤 부분에 대한 자신의 입장이 다른지도 미리 정리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 사안에 따라서는 경찰조사 전에 사실관계와 객관적인 자료를 정리한 의견서를 제출하거나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예상되는 쟁점과 진술 방향을 점검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준강간 사건에서는 당사자들의 진술이 중요한 것은 물론이지만 사건 전후의 정황과 객관적인 자료도 함께 검토된다. 따라서 신고를 받았다는 사실에 당황해 감정적으로 상대방에게 연락하거나 준비 없이 곧바로 조사에 출석하기보다는 두 사람이 처음 만난 시점부터 성관계 전후까지의 사실관계를 시간 순서대로 정리하고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핵심은 단순히 '합의였다'는 결론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당시 상대방의 상태가 어떠했는지, 자신은 그 상태를 어떻게 인식했는지, 성관계에 이르게 된 전체 과정은 어떠했는지를 객관적인 자료와 함께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데 있다.

글 : 더퍼스트 법률사무소 이상규 변호사

[글로벌에픽 김동원 CP / epic@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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