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가격이 문제였다. 256GB 기준 1999달러(국내 329만 원)인 아이폰 듀오는 256GB 기준 갤럭시 Z폴드8(227만 8100원)보다 100만 원 이상 비쌌다. 미국 시장에서도 폴드8(1899달러)에 비해 100달러 비싼 수준이지만, 국내에서는 가격 격차가 유독 벌어진다. 저장용량이 늘어나면 국내 기준 509만 원에 달하는데, 영국(£1,999), 캐나다(C$2,999), 호주(A$3,499), 일본(¥364,800), 싱가포르(S$3,099) 등 다른 주요국에서도 각국 최고급형 갤럭시 폴더블과 비교하면 상당한 가격 차이를 보인다. 이 정도 가격대라면 혁신과 완성도에 대한 기대치는 자동으로 높아진다.
이미지 확대보기성능 우위,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애플은 첫 2나노미터급 AP 'A20 프로'를 탑재하며 성능 경쟁에서 앞서나가려 했다. 싱글코어 벤치마크 3800점 이상으로, 폴드8의 퀄컴 스냅드래곤 8 엘리트 5세대(3698점)를 능가했다. 저장용량도 최대 2TB로 갤럭시의 2배였다. 종이처럼 얇은 디스플레이와 펜 지원도 가산점이었다.
다만 메모리 측면에서 아이폰 듀오는 12GB RAM 한 가지만 제공하는 반면, 갤럭시 Z폴드8은 256GB와 512GB 모델에 12GB, 1TB 모델에 16GB를 탑재하고 있다. 온디바이스 AI 멀티태스킹이 핵심인 폴더블 환경에서는 RAM 용량이 중요한데, 애플이 최신 칩셋을 탑재하면서도 메모리 스펙에서는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성능만으로는 폴더블폰의 핵심 가치를 담아낼 수 없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휴대성이다. 아이폰 듀오는 254g으로 201g인 폴드8보다 53g 무거웠다. 두께도 5.2㎜로 갤럭시의 4.5㎜를 상회했다. 흥미롭게도 두 제품 모두 펼쳤을 때는 동일한 7.6인치 디스플레이를 제공하는데도, 동일한 화면 크기를 구현하면서 삼성은 무게를 53g 더 가볍게, 두께를 0.7㎜ 더 얇게 만들었다. 7년간 폴더블 개발에 집중한 삼성전자의 부품 설계 최적화 기술을 따라잡지 못한 결과였다. 초고가 제품인 폴더블폰에서 무게와 두께는 단순 수치가 아니다. 프리미엄의 증거이자, 기술력의 지표다.
이미지 확대보기AI 전략의 모순
애플이 내세운 또 다른 무기는 '애플 인텔리전스(Apple Intelligence)' 프레임워크 위에서 구동되는 '시리 AI'였다. 사용자의 대화 맥락을 이해해 메시지·이메일·사진 등에서 필요한 정보를 찾도록 돕는다며, 마치 게임 체인저인 양 홍보했다. 그러나 아이폰 듀오에 탑재되는 시리 AI는 여전히 베타 버전이었다. 더 큰 문제는 폐쇄성이다.
더욱이 유럽과 중국 같은 주요 시장에서 시리 AI의 출시 일정은 불투명했다. 유럽의 DMA 규제 대응도, 중국의 당국 승인도 미해결 과제였다. 한국에서는 시리 AI가 연내 한국어로 출시될 예정이지만, 베타 상태의 국제 출시는 글로벌 시장을 선도한다는 애플의 위상과 맞지 않는 대목이었다.
기대에 못 미친 시장 반응
애플 주가도 신제품 공개 당일 0.28% 하락했다. 이튿날 반등했지만, 이는 지수 회복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높은 가격이 실제 판매 확대로 이어질지에 대해 시장의 경계감이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애플은 후발주자의 이점을 살리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7년의 선행 경험으로 기술과 유통, 사용자 경험을 축적했다. 시장도 아직 초기 단계지만, 애플의 참전이 대중화를 가속화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혁신이라는 표현으로 치장했지만, 아이폰 듀오는 결국 완성된 기술을 프리미엄 가격에 들여놓은 추종자일 뿐이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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