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중간지주 해소로 단일 지주 체제 완성
현대홈쇼핑은 8월 5일 이사회를 열어 투자사업 부문과 홈쇼핑 사업 부문으로 회사를 분할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이는 현대백화점그룹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주회사 적용 해제 통보를 받은 뒤 추진해온 지배구조 재정비 방안의 최종 단계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올해 4월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현대홈쇼핑을 현대지에프홀딩스의 완전자회사로 편입했으며, 이번 분할·합병은 그에 따른 후속 조치다.
분할 후 존속하는 현대홈쇼핑은 TV·데이터홈쇼핑과 인터넷쇼핑몰, 오프라인 사업 등 홈쇼핑 본업에만 집중한다. 신설되는 투자회사(가칭 '현대홈쇼핑지주')는 한섬 등 계열사 지분과 투자자산을 관리하는 투자 기능을 맡는다.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신설회사의 자산총계는 약 1조 2251억원에 이른다.
결정적인 다음 단계는 신설 투자회사의 현대지에프홀딩스와의 합병이다. 합병이 완료되면 현대홈쇼핑이 보유하던 모든 계열사 지분과 투자지분은 현대지에프홀딩스가 직접 관리하게 된다. 현대홈쇼핑은 중간지주회사 지위에서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027년 3월 1일 지주회사 행위 제한 해소 기한 전에 분할과 합병을 모두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현대백화점그룹 내 모회사와 자회사가 동시에 상장되는 중복 상장 문제도 최종적으로 해결된다. 현대홈쇼핑은 지난달 2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상장폐지 절차를 마무리하고 현대지에프홀딩스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됐다.
지배·투자 기능의 완전 일원화
이번 개편의 핵심은 지배 기능과 투자 기능을 명확하게 분리하는 데 있다. 기존에는 현대홈쇼핑이 한섬과 현대퓨처넷, 현대L&C 등 다양한 자회사를 거느리며 중간지주사 역할을 했다. 이 과정에서 의사결정이 지연되고 계열사 관리가 비효율적으로 이뤄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분할·합병 완료 후에는 현대지에프홀딩스가 그룹의 모든 투자와 계열사 관리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현대지에프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정지선 회장(지분율 33.7%), 2대주주는 정교선 부회장(24.8%)이다.
공정거래법 규제 완화로 투자 유연성 확대
분할에 따른 또 다른 효과는 공정거래법상 행위 제한의 완화다. 기존에는 한섬 등 계열사가 지주사의 손자회사였기 때문에 현대지에프홀딩스가 지주회사 기준을 충족하려면 엄격한 행위 제한을 받아야 했다. 개편 후에는 이 계열사들이 지주사의 직접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손자회사에 적용되던 규제가 완화된다.
이로 인해 현대백화점그룹은 신규 투자와 신사업 발굴 과정에서 더 빠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된다. 기존 현대홈쇼핑을 거쳐 계열사를 관리할 때보다 절차가 단순화되고 신속해지는 것이다.
투자 기능의 의사결정 구조도 현대지에프홀딩스로 완전히 단일화된다. 그룹 차원의 자금 배분, 신사업 검토, 포트폴리오 관리 등이 모두 지주사에서 이뤄지므로 그룹 운영 효율이 대폭 높아질 전망이다.
현대홈쇼핑의 본업 집중 전략
현대홈쇼핑은 이번 개편으로 투자 기능에서 완전히 벗어나 홈쇼핑 사업에만 역량을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업황 부진 속에서도 수익성 개선에 심혈을 기울여온 현대홈쇼핑의 성과가 더욱 극대화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는 셈이다.
현대홈쇼핑의 최근 실적이 이를 방증한다. TV홈쇼핑 업계가 송출수수료 증가, 소비 둔화, TV 시청 감소 등으로 구조적 침체에 빠진 가운데, 현대홈쇼핑은 비용 효율화와 고마진 상품 중심 편성, 모바일 경쟁력 강화를 추진했다. 결과적으로 별도 기준 매출이 2023년 1조 743억원에서 2024년 1조 926억원, 2025년 1조 898억원으로 1조 900억원대에서 정체됐지만,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449억원에서 618억원, 773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분할 후 상장 유지에 필요한 비용과 인력을 홈쇼핑 본업과 미래 성장사업에 재배치할 수 있게 된 현대홈쇼핑은 이러한 수익성 개선 기조를 더욱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
분할 절차와 일정
분할 절차는 이미 진행 중이다. 현대홈쇼핑은 오는 11월 12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분할계획서 승인을 받을 예정이다. 주총 승인 후 11월 13~27일 전자등록주식 병합을 진행하고, 분할기일을 12월 15일로 설정했다. 분할기일 다음 날(12월 16일) 분할보고총회 또는 신설회사 창립총회를 거쳐 12월 17일 분할·설립 등기를 마칠 계획이다.
다만 현대홈쇼핑이 방송사업자인 만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방통위 심사·승인 일정에 따라 위 일정이 조정될 수 있다. 현대홈쇼핑은 분할이 완료되는 대로 지체 없이 현대지에프홀딩스와의 합병 절차에 착수할 방침이다.
분할 비율은 존속회사(사업회사) 27.36149%, 신설회사(투자회사) 72.63851%로 지난 3월 말 기준 재무상태표를 토대로 산정됐다. 신설 투자회사의 자산총계는 약 1조 2251억원이고, 분할 후 존속 현대홈쇼핑의 자산총계는 약 6969억원으로 제시됐다.
그룹 중장기 목표와 주주환원 강화
현대지에프홀딩스는 2023년 출범 당시 2030년 매출 40조원 달성을 중장기 목표로 제시했다. 투자와 계열사 관리 기능이 완전히 일원화되면서 이 목표 달성 가능성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주주환원도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사 분석가들은 현대지에프홀딩스가 2026년 주당 441원 이상의 배당과 약 10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매입 소각을 진행하는 등 주주환원율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향후 그룹 내 지배력이 강화되고 종속회사 실적이 개선되면서 주주환원율이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투명성과 효율성의 극대화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이번 개편으로 지주회사인 현대지에프홀딩스를 중심으로 한 자회사 관리 체계가 명확히 정립됨에 따라 그룹의 지배구조가 보다 투명하고 효율적인 체계로 전환되는 한편, 사업 포트폴리오 관리와 투자 판단 및 의사 결정 속도도 한층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분할·합병이 예정대로 진행되면 현대백화점그룹의 중간지주 구조 정리는 사실상 완료된다. 사업회사와 투자회사의 역할이 명확하게 분리되고, 정지선·정교선 형제가 현대지에프홀딩스를 통해 그룹을 총괄하는 체제가 확립되는 것이다. 이는 현대백화점그룹의 지배구조가 공정위의 요구사항을 충족하면서도, 동시에 형제 공동경영을 더욱 강화하는 전략적 선택이라 볼 수 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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