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오랫동안 비은행 포트폴리오 공백을 메우려 했던 국책은행이 마침내 구원투수로 등판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한편, 시장에선 반복되는 유찰을 막기 위한 '유효경쟁 성립용 카드'에 불과하다는 냉정한 시각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6차 유찰의 교훈…"자발적 인수자는 없다"
이번 예별손보 재공고는 6차 입찰의 잇단 이탈로 유효경쟁이 성립하지 않으면서 비롯됐다. 매각 주관사인 삼정KPMG가 지난 4월 진행한 본입찰에서 예비인수자로 선정됐던 하나금융지주·한국투자금융지주·JC플라워 3곳 중 한국투자금융지주만이 단독으로 인수제안서를 제출했다.
현행 법규상 2곳 이상이 응찰해야 유효경쟁이 성립하는 만큼 입찰은 곧바로 유찰로 귀결됐고, 예별손보 매각 시도는 누적 일곱 번에 이르게 됐다.
예별손보는 MG손해보험 부실기관 지정 직후 예금보험공사가 계약자 122만명을 보호하기 위해 100% 출자해 세운 가교보험사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말까지 매각과 계약 이전을 마무리한다는 로드맵을 내걸고 있으며, 시한 내 매각이 무산될 경우 삼성화재·DB손보·현대해상·KB손보·메리츠화재 등 5개 상위 손보사로 계약을 강제 이전하는 수순을 밟는다.
보험업계에서는 민간 원매자들이 잇달아 발을 뺀 이유로 부실한 재무 구조를 꼽는다. 가교보험사 전환 전 MG손보의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은 -18.2%(2025년 1분기 기준)로 업계에서 유일하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보험업법상 기준치(100%)는 물론 금융당국 권고치(150%)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준으로, 정상화를 위해서는 수천억 원대 추가 자본 확충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부실 상태의 회사를 자발적으로 인수하려는 민간 자본은 없다"며 "가교보험사 전환 자체가 사실상 정부 주도의 연착륙 시나리오"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시장 공백 속에서 IBK기업은행이 예별손보 인수를 검토한다는 소식이 최근 전해졌다. 기업은행으로서는 명분이 없지 않다. 지난해 연결 기준 당기 순이익은 2조7천189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별도 기준 순이익이 2조3천858억원에 달해 비은행 자회사 전체 기여분이 3천억원대에 그치는 편중 구조는 여전하다. 상장사로서 밸류업을 외면하기 어렵고, 비은행 자회사 강화가 조직 안팎의 오랜 숙제로 남아 있는 이유다.
기업은행의 보험업 진출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4년 카디프생명 인수를 위해 사모펀드(PEF) 출자 방식의 간접 진출을 검토했고, 현재 보유한 IBK연금보험만으로는 생·손보를 아우르는 중소기업·소상공인 특화 상품 라인업을 갖추는 데 구조적 한계가 뚜렷하다는 판단이 내부에 자리 잡아왔다.
그러나 명분이 짐을 가볍게 해주지는 않는다. IBK연금보험 역시 2025년 말 기준 경과조치 전 킥스 비율이 134.1%로 금융당국 권고치(150%)를 밑도는 상황에서, 추가로 부실 매물을 떠안을 경우 그룹 전체의 자본확충 부담과 RWA(위험가중자산) 관리에 경고등이 켜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흥국·OK까지 가세…판 커졌지만 물음표도 커졌다
예금보험공사가 인수자에 대한 지원 규모를 당초 8천억원에서 최대 1조2천억원까지 확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인수자 입장에서는 초기 자본확충 부담을 상당 부분 덜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진 셈으로, 기업은행만이 인수전에 뛰어든 것은 아니다.
현재까지 교보생명·한국투자금융지주·흥국화재·OK금융그룹 등이 잇따라 인수 의향을 타진하며 예상 밖의 4파전 구도가 형성된 것으로 전해진다. 흥국화재는 모그룹 태광그룹의 금융 포트폴리오 강화 차원에서, OK금융그룹은 대부업 철수 이후 손보 라이선스 확보를 위한 포석으로 참전했다는 분석이다.
교보생명과 한국투자금융지주는 또 다른 매물인 KDB생명 인수전에도 동시에 참여해 어느 쪽 매물을 최종 낙점할지가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이처럼 원매자 윤곽이 드러나는 상황에서도 기업은행의 등판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각은 여전히 회의적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은행의 참여는 매각 자산의 유효경쟁 조건을 갖추기 위한 형식적 조치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귀띔했다.
국가계약법상 공매·자산 매각이 유효하려면 2곳 이상이 제안서를 내야 하는데, 단독 응찰 시 수의계약으로 전환되면 곧바로 '특혜 시비'로 이어지는 구조다. 2024년 국정감사에서 신장식 의원(조국혁신당)이 메리츠화재에 대한 수의계약 가능성을 언급하며 "기한 연장을 빌미로 금융위원회가 특혜를 제공하고 있다"고 비판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금융당국과 예보 입장에서는 이 같은 정치적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국책은행에 '선수'를 요청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 셈이다.
실사 시간도 변수다. 지금 착수하더라도 통상 수개월이 소요되는 정밀 실사를 6월 30일 마감 전에 완료하기엔 일정이 극히 촉박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기업은행이 과거 카디프생명 때도 소규모 지분 투자(SI 참여) 방식을 선호하며 직접 인수를 피했던 전례가 있다"며 "이번 참여 역시 매각 판을 깨지 않기 위한 국책은행의 '총대 메기'로 봐야 하며, 실제 본입찰까지 완주할지는 미지수"라고 내다봤다.
2026년 말 시한, 기업은행의 선택만 남았다
복수의 원매자가 실사를 진행 중이나 실제 본입찰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6차 입찰에서도 예비인수자 3곳 중 2곳이 막판에 발을 뺀 전례가 있는 만큼, 시장의 기대와 달리 판이 다시 쪼그라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삼정KPMG는 이달 30일까지 인수제안서를 받아 2곳 이상이 응찰하면 7월 중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며, 이번 역시 단독 응찰로 끝날 경우 수의계약 절차로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시장의 시선은 결국 기업은행으로 수렴한다. 민간 원매자들이 끝까지 버텨줄 것이라는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기업은행이 단지 유효경쟁을 성립시키는 역할에만 그칠지, 아니면 2026년 말 시한을 앞두고 122만 계약자를 떠안는 '마지막 구원투수'로 완주할지가 이번 매각의 진짜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글로벌에픽 성기환 CP / keehwan.s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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