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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신현송 총재 “지금은 물가안정 올인할 때… 늦지 않게 금리 인상”

창립 76주년 기념사서 ‘매파적’ 색채 뚜렷…“성장·물가·금융안정 한 방향 가리켜”

2026-06-12 16:46:38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글로벌에픽 성기환 CP]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서의 면모를 강력히 드러내며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신 총재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별관에서 열린 ‘한국은행 창립 제76주년 기념식’에서 현 경제 상황에 대해 “성장과 물가, 금융안정 국면이 통화정책 측면에서 비교적 명확하게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며 “물가안정에 최우선 가치를 두고 늦지 않게 금리를 인상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천명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신 총재의 이번 발언을 두고 향후 한은의 통화긴축 기조가 한층 가팔라질 것임을 시사한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메시지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지난 5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이후 축적된 최신 경제 지표들이 이 같은 인상 명분을 더욱 뒷받침하고 있다는 것이 신 총재의 진단이다.

상충 없는 ‘금리 인상’ 타이밍…“상당 기간 목표치 상회할 것”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통상 경기 성장과 물가 안정이라는 두 가지 변수가 충돌할 때 딜레마에 빠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신 총재는 "현재는 그러한 정책적 상충 관계가 크지 않은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단언했다. 수출을 중심으로 한 경기 회복세가 탄탄한 만큼, 마음 놓고 물가 잡기에 총력을 기울일 수 있는 적기라는 뜻이다.
신 총재가 이처럼 선제적인 금리 인상을 강조한 배경에는 꺾이지 않는 물가 압력이 자리 잡고 있다. 그는 정부의 특별 물가안정 대책이 단기적인 상방 압력을 낮출 수는 있겠지만, 글로벌 공급망 충격의 여파가 이어지는 데다 내수 회복에 따른 수요측 압력까지 더해져 소비자물가가 상당 기간 한은의 목표 수준을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서민 가계의 기대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생활물가의 높은 오름세를 우려했다. 신 총재는 “물가 상승의 고통은 저소득층에게 훨씬 가혹하게 다가온다”며 “선제적인 물가 안정 조치야말로 이들의 생계 부담을 덜어주는 사회 안전망 역할을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금리 인상으로 인해 가계와 기업이 마주할 부채 상환 부담에 대해서는 “한은의 금융 제도로 해결하기보다, 재정정책을 통한 선별적 핀셋 지원이 훨씬 효과적”이라며 선을 그었다.
"환율, 결국 펀더멘털로 수렴"… 원고 즉석 수정하며 시장 안심시키기

이번 기념사에서 외환시장 참가자들의 이목을 가장 집중시킨 대목은 환율 관련 발언이었다. 당초 한은이 기자단에 사전 배포한 연설문 원고에는 '중동 사태 전개 등에 따른 환율 변동성이 수입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문구가 담겨 있었다.

그러나 신 총재는 연단에서 이 부분을 과감히 생략한 채,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펀더멘털)'을 연이어 강조하는 즉석 수정을 감행했다. 외환 수급의 쏠림이 완화되면 원화 가치는 결국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는 강한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다.
그는 “시장에서는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가 기업의 세수 확충과 국내 투자 확대로 이어져 원화 수요를 자극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도 점차 하향 안정화될 것이며, 이는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이 얼마나 탄탄한지 증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외환시장 24시간 개장과 역외 원화결제시스템 구축 등 구조 개혁을 통해 역외선물환(NDF) 수요를 제도권 안으로 흡수하겠다는 방침도 재확인했다.

'빚투'·'수도권 쏠림' 경고…"햇볕 비칠 때 지붕 고쳐야"


거시 경제 전반에 대해서는 반도체 독주 체제에 따른 착시효과를 경계했다. 신 총재는 IT 경기 호조와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로 내수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겠지만, 부문 간 양극화와 격차는 여전한 숙제라고 짚었다.

과열 조짐을 보이는 자산 시장을 향해서는 강도 높은 경고장을 날렸다. 최근 다시 불붙기 시작한 수도권 주택 시장의 매매·전세가 동반 상승과 추가 상승 기대감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자금이 부동산이 아닌 생산적인 부문으로 흘러가도록 구조적 노력이 지속되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주식 시장을 중심으로 늘어난 '빚투(차입 투자)'족을 향해서도 "과도한 레버리지는 자산 가격 조정기에 개인의 파산을 부를 뿐 아니라 시장 전체의 변동성을 키우는 시한폭탄"이라고 수위를 높였다.

신 총재는 끝으로 '햇볕이 비칠 때 지붕을 고쳐야 한다(Repair the roof while the sun is shining)'는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명언을 인용하며 고삐를 죄었다. 그는 "반도체 호황 등으로 재정 여력과 기업 실적이 개선된 지금이야말로 AI 기술 혁명 등 글로벌 격변기에 대응해 미래 성장 잠재력을 확충할 골든타임"이라며 과감한 구조개혁과 투자 확대를 당부했다.

[글로벌에픽 성기환 CP / keehwan.s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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