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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s View] AI 시대, 삼성이 애플을 넘어서려면

'더 많이 파는 회사' 아닌 '더 나은 AI 경험 먼저 보여주는 회사’ 돼야

2026-01-16 15: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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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에픽 안재후 CP] 2026년 1월 12일, 글로벌 IT 업계를 뒤흔든 발표가 나왔다. 애플과 구글이 다년간의 AI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는 공동 성명서가 발표된 것이다. 애플은 자사의 Apple Intelligence와 차세대 시리(Siri)를 구글의 제미나이(Gemini) 모델에 기반해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이 기술 사용료로 연간 약 10억 달러를 지불할 예정이다.

이 소식이 갖는 함의는 명확하다. 수직통합의 대명사로 불리던 애플이 AI 분야만큼은 자체 개발을 사실상 포기하고 외부 파트너에게 의존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결정을 내려야만 했을까. 그 답을 찾으려면 쿠퍼티노 애플 본사 안에서 벌어진 일들을 들여다봐야 한다.

시리의 위기: 애플 AI 전략의 실패

애플이 구글에 손을 내밀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자사 AI 개발이 잇달라 좌절됐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마크 거먼(Mark Gurman) 기자는 “애플 AI 팀은 경쟁사보다 수년 뒤처져 있다"고 진단했다. 이를 입증하듯 시리의 대규모 업그레이드는 2027년까지 연기된 상황이다.
문제는 구조적이었다. 애플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총괄 크레이그 페데리기(Craig Federighi)는 2025년 8월 전사 회의에서 기존 시리 아키텍처가 "너무 제한적"이었다고 인정했다. 애플은 기존 명령어 처리 시스템과 대규모 언어모델(LLM) 기반 시스템을 병합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한 내부 직원은 "두더지 잡기 게임과 같다. 하나를 고치면 세 개가 새로 터진다"고 토로했다.

리더십 문제도 심각했다. 2018년부터 애플의 AI 전략을 이끌어온 존 지안난드레아(John Giannandrea)는 내부에서 "OpenAI와 구글을 위협으로 보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으며, 팀 쿡 CEO가 "AI 제품 개발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안난드레아는 2026년 퇴임 예정이다.

인재 유출도 가속화됐다. 메타는 애플의 핵심 AI 엔지니어들을 최대 2억 달러의 패키지로 스카우트했다. 테크리퍼블릭(TechRepublic) 보도에 따르면 애플 AI 팀의 사기는 바닥을 치고 있으며, 일부 팀원들은 회사의 더딘 AI 발전에 대한 "희생양"이 되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
애플이 내부 혼란 속에서 허우적대는 동안, 태평양 건너 경쟁자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었다.

삼성의 AI 선제공격

삼성의 행보는 이와 대조적이다. 삼성전자 DX부문 대표이사 노태문 사장은 2026년 신년사에서 "AI를 모든 제품, 모든 기능, 모든 서비스에 최대한 빠르게 적용하겠다"고 천명했다. 삼성은 2025년 약 4억 대의 기기에 갤럭시 AI를 탑재했으며, 2026년에는 이를 8억 대로 두 배 확대할 계획이다.
성과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삼성 공식 발표에 따르면 갤럭시 AI는 "삼성이 도입한 모든 서비스 중 가장 빠른 채택률"을 기록하고 있다. 갤럭시 S 및 Z 시리즈 사용자의 약 80%가 AI 기능을 사용해 봤으며, 3분의 2 이상이 정기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삼성이 의뢰한 조사에서 미국 성인의 90%가 스마트폰에서 AI를 사용하고 있지만, 이를 인지하는 사람은 38%에 불과했다는 사실이다.

삼성걸프일렉트로닉스의 파디 아부 샤맛(Fadi Abu Shamat) 부사장은 GITEX 2025에서 "2024년부터 우리의 초점은 AI였다. 다음 단계는 에이전틱(Agentic) 수준의 AI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에이전틱 AI란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해 자율적으로 작업을 수행하는 차세대 AI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삼성의 공격적인 AI 전략은 실제 시장에서 어떤 결과로 나타나고 있을까? 두 기업의 최신 실적과 시장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경쟁의 윤곽이 더욱 선명해진다.

숫자로 보는 경쟁 구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두 기업의 경쟁은 팽팽하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Counterpoint Research)에 따르면 2025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은 20%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고, 삼성은 19%로 2위를 기록했다. IDC 데이터는 더 구체적인 그림을 보여준다. 애플은 2025년 2억 4,780만 대를 출하해 19.7%의 점유율을, 삼성은 2억 4,120만 대로 19.1%를 기록했다. 애플이 14년 만에 처음으로 삼성을 제치고 출하량 1위를 탈환한 것이다.

하지만 미국 시장에서는 다른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캐널리스(Canalys)에 따르면 2025년 2분기 미국에서 삼성의 점유율은 23%에서 31%로 급등한 반면, 애플은 56%에서 49%로 하락했다. 삼성의 출하량은 전년 대비 38% 증가한 830만 대를 기록했고, 애플은 11% 감소한 1,330만 대에 그쳤다.

재무적 측면에서 애플의 우위는 여전히 압도적이다. 2025년 기준 애플의 시가총액은 약 2조 8천억-3조 달러로 삼성전자(약 3,500억-4,300억 달러)의 약 7배에 달한다. 애플의 영업이익률은 약 25%인 반면 삼성은 10% 수준이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사라 첸(Sarah Chen) 선임 애널리스트는 "애플은 하드웨어를 고마진 서비스의 관문으로 전환하는 기술을 완성했다. 삼성은 여전히 상품화되는 산업에서 하드웨어 제조업체로 운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수익성에서 열세인 삼성이 이 격차를 좁힐 수 있는 카드가 있을까? 업계 전문가들은 한 가지 영역에 주목한다. 애플이 아직 진입하지 못한, 그래서 삼성이 독보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시장이다.

폴더블의 승부수

삼성이 애플을 압도하는 영역이 있다. 바로 폴더블폰 시장이다. IDC에 따르면 2025년 3분기 삼성은 폴더블 시장의 64%를 장악하고 있다. 갤럭시 Z 폴드7의 사전 예약은 역대 삼성 폴더블 중 25% 높은 수치를 기록했으며, 전작 대비 50% 빠르게 판매되고 있다.

폴더블은 삼성 전체 스마트폰 판매의 4%에 불과하지만, 800달러 이상 프리미엄 기기 매출의 16%를 차지한다. 기여마진은 53~58%로 추정되어 일반 스마트폰보다 훨씬 높은 수익성을 보인다. 삼성전자 미국법인의 드류 블래커드(Drew Blackard) 모바일 제품관리 부사장은 "이제 폴더블 기기를 소유하는 데 트레이드오프가 없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IDC는 2026년 폴더블 시장이 전년 대비 30%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며, 애플이 그해 말 폴더블 아이폰을 출시해 첫 해에 22% 점유율과 34%의 시장가치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IDC의 나빌라 포팔(Nabila Popal) 선임 연구이사는 "애플의 첫 폴더블 출시가 이 세그먼트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은 이미 7년의 선발 주자 우위를 쌓아왔고, 2026년 갤럭시 Z 트리폴드로 '세 번 접히는' 새로운 혁신을 선보일 예정이다.

폴더블에서의 기술 리더십은 삼성이 보유한 더 큰 저력의 일부에 불과하다. 삼성이 애플과 근본적으로 다른 기업인 이유, 그리고 AI 시대에 오히려 강점이 될 수 있는 요소가 있다. 바로 반도체다.

반도체: 삼성의 또 다른 무기

스마트폰 경쟁 이면에는 반도체라는 삼성의 숨은 무기가 있다. 삼성전자 DS부문장 전영현 부회장은 "삼성전자는 '원스톱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반도체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AI 반도체에 대한 전례 없는 수요에 대응하며 AI 시대를 이끌겠다는 포부다.

실적도 이를 뒷받침한다. 삼성의 2025년 4분기 영업이익은 약 16조 9천억 원으로 전년 대비 160%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2018년 3분기 이후 가장 강력한 분기 실적이다. HBM(고대역폭 메모리) DRAM이 핵심 동력으로, AI 수요 급증에 힘입어 이미 완판된 상태다.

특히 삼성은 OpenAI의 스타게이트(Stargate) 프로젝트에 AI 전용 메모리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스타게이트는 OpenAI, 오라클, 소프트뱅크, MGX가 참여하는 5천억 달러 규모의 합작 프로젝트다. IT프로(IT Pro)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이 다년간 계약을 체결하고 고성능 컴퓨팅 붐이 일면서 이 사업 부문이 삼성의 견고한 수익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AI 선제 적용, 폴더블 시장 지배력, 반도체 경쟁력. 삼성은 분명 강력한 카드를 쥐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애플을 넘어설 수 있을까? 14년 만에 글로벌 1위를 내준 삼성이 왕좌를 되찾기 위해서는 무엇이 더 필요한지 냉정하게 짚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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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애플을 넘어서려면

종합하면, 삼성이 AI 시대에 애플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다음 네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AI 소프트웨어 생태계의 차별화가 필요하다. 삼성은 하드웨어에서는 강점을 보이지만, 애플의 iOS 생태계와 같은 강력한 소프트웨어 락인(lock-in) 효과가 부족하다. 갤럭시 AI가 단순한 기능 나열이 아니라 사용자 경험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킬러 애플리케이션으로 진화해야 한다.

둘째,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수익성 개선이 시급하다. 삼성의 영업이익률 10%와 애플의 25%는 같은 대수를 팔아도 애플이 2배 이상 버는 구조다. 폴더블폰의 높은 마진(53~58%)을 전체 포트폴리오로 확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셋째, 반도체 우위를 모바일 경쟁력으로 연결해야 한다. 삼성은 세계 최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자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를 보유한 유일한 종합 반도체 기업이다. 이 강점을 AI 스마트폰의 온디바이스 처리 능력으로 전환해 "프라이버시를 지키면서도 강력한 AI"라는 차별점을 만들어야 한다.

넷째, 중국 경쟁사의 추격을 막아야 한다. 화웨이와 아너는 이미 폴더블 시장에서 약 45%를 점유하며 삼성을 위협하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중저가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공세가 삼성의 1위 탈환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결국 이 모든 조건들이 향하는 곳은 하나다. AI라는 새로운 게임의 규칙 속에서 삼성이 '더 많이 파는 회사'가 아닌 '더 가치 있는 경험을 만드는 회사'로 거듭날 수 있느냐는 질문이다.

14년 만의 기회, 그리고 시간과의 경쟁

돌이켜보면, 애플과 삼성의 경쟁은 언제나 '누가 먼저 움직이느냐'의 싸움이었다. 2014년, 대화면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이 앞서 나가자 애플은 뒤늦게 아이폰6로 응수했고, 결국 그 판은 애플이 가져갔다. 지금 폴더블 시장에서도 비슷한 구도가 펼쳐지고 있다. 삼성이 7년을 앞서 달리는 동안 애플은 지켜보기만 했다. 2026년 애플이 폴더블 시장에 뛰어들면, 다시 한번 역전의 드라마가 쓰일 수도 있다.

하지만 AI는 다르다. 이번에는 애플이 단순히 '늦게 출발한' 것이 아니라 '혼자서는 갈 수 없다'고 인정한 것이다. 맥데일리뉴스가 인용한 딥워터자산운용의 진 먼스터는 이를 두고 "애플은 기본적으로 'AI에 대해 올해는 우리를 괴롭히지 말고, 내년에 보여주겠다'고 말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 '내년'이 바로 2026년이다.

삼성에게 2026년은 14년 만에 찾아온 기회의 창이다. 애플이 AI에서 구글에 의존하는 사이, 삼성은 8억 대의 기기에 자체 AI를 탑재하고, 폴더블에서 트리폴드라는 새로운 혁신을 준비하며, 반도체로 AI 시대의 인프라를 공급한다. 세 개의 바퀴가 맞물려 돌아갈 때, 삼성은 단순한 '하드웨어 제조사'라는 꼬리표를 떼어낼 수 있다.

물론 쉬운 길은 아니다. 애플의 생태계 장악력, 25% 대 10%라는 수익성 격차, 그리고 2029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애플의 출하량 우위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다. 중국 업체들의 추격도 거세다.

그러나 기술의 역사는 언제나 '불가능해 보이는 역전'으로 채워져 왔다. 노키아가 무너지고 애플이 올랐던 것처럼, 새로운 패러다임은 새로운 승자를 만든다. AI가 바로 그 패러다임이다.

삼성이 애플을 넘어서려면,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이다. 애플이 AI에서 흔들리는 이 짧은 시간 동안, 삼성은 '더 많이 파는 회사'가 아닌 '더 나은 AI 경험을 먼저 보여주는 회사'가 되어야 한다. 14년을 기다린 기회. 그 창이 열려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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