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검색

Company

[사건의 재구성] 한미약품 신동국 vs 박재현 ‘진흙탕 싸움’ 전말

창업주 일가 분쟁 덮었는데 … 최대주주 ‘독자 노선’ 행보가 불러온 2차 내홍

2026-02-26 14:31:24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와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미지 확대보기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와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한미약품 그룹이 창업자 일가 분쟁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24년 경영권 분쟁으로 홍역을 치렀던 그룹은 올해 들어서 또 다른 갈등에 휘말렸다. 바로 최대주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전문 경영인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와의 다툼이다.

신 회장은 지난 13일 한미사이언스 지분 441만32주를 약 2,137억 원에 매입했다. 한양정밀 지분과 합산하면 신 회장의 지분율은 23.38%에서 29.83%까지 높아졌다. 이는 창업주 배우자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과 딸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의 지분 24.25%보다 많은 것이다.
신 회장은 "임종윤 회장의 요청으로 매입한 것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미사이언스 주가는 공시 당일 전날 대비 20.23% 오른 상한가를 기록했는데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된 것으로 받아들였다.

성추행 사건에서 비롯된 갈등
두 사람 간 갈등의 도화선은 팔탄공장 고위 임원의 성추행 사건이었다. 해당 임원은 징계를 받지 않고 자진 퇴사했는데 박 대표는 신 회장이 징계 절차를 무마하기 위해 압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를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신 회장과의 녹취록까지 공개했다.

녹취록에는 신 회장이 “그 사람이 여자 성폭행할 사람도 아니지 않냐"고 발언한 내용이 담겼다. 평택공장 직원들은 그룹 본사에서 집회를 열고 신 회장의 '비호 발언'을 문제 삼았다. 한미약품 임원진도 성명서를 통해 신 회장의 공식 사과와 부당한 경영간섭 중단을 촉구했다.

신 회장은 이에 대해 “터무니없는 음해” 라고 반박했다. 신 회장은 24일 기자간담회에서 해당 녹취가 임원 퇴사 10일 뒤에 이뤄졌으며, 박 대표가 연임을 부탁하러 찾아온 상황에서 개인적인 의견을 표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신 회장 측 변호인은 "성추행 수위에 대해 제대로 보고받지 못한 상황에서 개인적인 의견을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료 공급처 교체와 경영 개입 의혹
박 대표와 신 회장 간의 갈등은 성추행 사건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박 대표는 신 회장이 원가 절감을 이유로 기존 원료 공급처를 배제하고 저가의 중국산 원료의약품으로 교체하도록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기업의 품질 관리에 직결되는 사항으로, 전문경영인이 감당해야 할 영역을 최대주주가 침범했다는 것이다.
신 회장은 이를 반박했다. 신 회장은 "전문경영인의 잘못된 판단을 바로잡고 감시와 견제하는 것은 대주주로서 당연한 역할"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그는 "전문경영인 체제를 존중하겠다고 약속했고 지금도 존중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동시에 “나의 역할은 감시와 견제, 균형을 잡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3월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전문경영인 체제로 공식 전환했다. 박 대표는 전문경영인 체제가 출범했는데 경영권한이 실질적으로 훼손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입장문에서 "50여 년간 어렵게 지켜온 한미약품의 기업문화를 지키고 가꾸는 일에 임직원들이 한 마음으로 동참해 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박 대표의 임기 만료일은 다음 달 29일이며, 다가오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연임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신 회장의 지분 확대를 놓고 업계에서는 주주총회를 앞두고 박 대표의 연임을 막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사건의 재구성] 한미약품 신동국 vs 박재현 ‘진흙탕 싸움’ 전말이미지 확대보기

2029년 4자 연합 계약 종료
신 회장이 지분을 확대한데는 더 큰 배경을 갖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2024년 경영권 분쟁 당시 신 회장은 송영숙·임주현 모녀, 사모펀드 운용사 라데팡스파트너스와 '4자 연합'을 구성했다. 이 연합은 창업자 장남 임종윤 세력을 꺾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 연합의 계약은 2029년이 만료된다. 신 회장은 현재 선제적으로 독자적인 지배 기반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신 회장이 캐스팅보트 역할에서 벗어나 그룹 전체의 방향성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7월 한양정밀이 보유 지분을 담보로 380억원 규모 교환사채를 발행했을 때 모녀 측은 이를 주주 간 계약 위반으로 보고 소송과 가압류를 제기했다. 신 회장과 모녀 측 간 신뢰는 이미 깨진 상태다.

3월 주주총회가 이사회 재편 분수령
신 회장의 다음 행보는 한미약품 이사회 재편이 될 가능성이 높다. 3월 말 열릴 예정인 한미약품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이사진 10명 중 4명의 임기가 만료된다. 박재현 대표이사를 비롯해 박명희 전무, 윤영각·윤도흠 사외이사다.

신 회장 측의 지분과 한미사이언스의 한미약품 지분을 합산하면 총 50.09%에 달한다. 한미사이언스 이사회가 한미약품 주주총회 의안에 대해 신 회장의 뜻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한다면, 신 회장은 50%의 의결권으로 새로운 이사를 수월하게 선임할 수 있는 구조다.

한미약품 내부 관계자는 "신 회장은 모녀의 영향력을 끊고 박 대표의 연임을 막는 데 전력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지분을 앞세워 자신에게 우호적 이사회를 완성하고 본인의 입김이 통할 새 전문경영인을 두려는 게 신 회장의 의중"이라는 것이다.

대주주 권한과 전문경영인 독립성의 충돌
이번 사태는 현 정부의 개정 상법이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낳았다. 지난해 통과한 상법 개정안은 '거수기 이사회'를 '책임지는 이사회'로 만드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표면상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했으나, 신 회장의 지분과 실제 활동을 고려할 때 강한 입김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다. 김재교 한미사이언스 부회장과 심병화 CFO는 신동국 회장의 신임 아래 그룹 실적 개선을 추진하고 있지만, 동시에 대주주의 영향력과 전문경영인으로서의 독립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 국장은 "기업 경영권 분쟁의 경우 지분이 압도적으로 큰 쪽에서는 절차적 정당성만 확보하면 이사회 재편은 쉬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갈등 관계인 전문경영인이 경영능력 면에서 강점이 있고 내부 신임이 두터우면 이사 교체의 절차적 명분 확보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 전문경영인에 대한 흠집을 만드는 행태들이 나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겨진 변수들
갈등이 표면화된 만큼 경영권 분쟁의 향방을 가를 변수들이 생겼다. 창업자 일가인 모녀의 백기사 움직임 여부와 국민연금의 개입 가능성이 분쟁 해결의 열쇠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미약품은 창업주 임성기가 반세기에 걸쳐 만든 기업문화와 인간존중을 강조해 온 회사다. 임직원들은 성명서에서 "이번 사태가 올바르게 해결될 때까지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며 "창업주 정신이 훼손되지 않도록 끝까지 연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미약품의 미래는 경영진과 최대주주, 그리고 창업자 정신의 균형점을 찾을 수 있을지에 달려 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리스트바로가기

epic-Graphics

Pension Economy

epic-Who

epic-Company

epic-Money

epic-Life

epic-Highlight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