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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지배구조개선 정책에 역행하는 코리안리

금감원 경고에도 ‘내부 대물림’ 강행 … 자사주 활용 경영권 방어도

2026-03-03 09:44:26

코리안리 CI. [사진=코리안리]이미지 확대보기
코리안리 CI. [사진=코리안리]
[글로벌에픽 성기환 CP] 감독당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착착 진행되고 있는 코리안리의 ‘대물림 경영’이 업계로부터 지탄을 받고 있다. 특히 이재명 정부가 추진 중인 지배구조 개선 정책과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시장으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코리안리 이필규 기타비상무이사는 자신이 보유한 250억원 규모이 지분 200만주를 아들 이진형 상무에게 증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26년간 맡아온 기타비상무 이사 자리도 아들에게 물려줄 것으로 알려졌다. 지분을 증여받는 이진형 상무는 지난달 11일 일신상 사유로 코리안리 상무자리를 사임했으며 오늘 3월말 정기주총에서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출될 예정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두고 단순한 자산 이전이 아니라 회사 내 영향력과 의결권까지 함께 세습하는 형태라고 지적했다. 이사회의 독립적 경영 감시 기능이 우호적인 인맥네트워크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사회 감시 기능, 내부 네트워크로 변질

현재 코리안리 이사회는 총 7명으로 구성돼 있다. 사내이사 2명(원종익 회장, 원종규 사장), 비상임이사 1명(이필규 기타비상무이사), 사외이사 4명이다. 형제가 사내이사 자리를 차지하면서 경영진과 감시기구의 분리 기능이 약해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앞서 지난 2025년 3월 정기검사에서 금융감독원도 "이사회 구성원 7명 중 3명이 특수관계인인 현 경영체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 바 있다. 원종익 회장의 경우 이사회 의장으로서 경영진을 견제해야 하지만 사내이사를 겸직하면서 동생인 원종규 대표의 지분을 보호해야 하는 이해 상충적인 상황에 빠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필규 이사의 지분과 이사직을 아들인 이진형 상무에게 세습하려는 움직임은 이러한 비상식적인 지배구조 형태를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관측된다. 신임 이사는 원종규 대표 일가 체제를 지지하는 우호 인사로 알려진 만큼, 이사회의 경영 감시 기능은 형식적으로만 남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낮은 지분율, 우호지분 의존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코리안리의 지분 구조를 보면 지배구조의 취약성이 더욱 드러난다. 원종익·원종규 형제 등 오너 일가의 지분은 17.92%에 불과하다. 통상 안정적인 기업 지배력을 갖추려면 30% 이상이 필요한데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하지만 코리안리는 오너일가의 취약한 지분을 보완하는 정교한 이중 장치를 갖춰 놨다.

먼저 자사주다. 1996년부터 회사는 자사주를 지속적으로 매입해왔고 현재 1천810만주(지분율 9.29%)를 보유하고 있다. 법적으로 의결권이 없지만 필요할 때 우호주주에게 넘겨서 경영권을 지키는 역할을 한다.

코리안리 지배구조에서 핵심적인 키는 신영증권이 쥐고 있다. 같은 원씨 가문 출신인 원국희 회장이 이끄는 신영증권은 지난 2007년부터 코리안리와 우호 관계를 형성해왔다. 신영증권은 2023년 말 코리안리 지분 7.43%를 매수한 이후 지난해 11월 무상증자에서 신주 360만주를 확보했다. 이어 추가로 300억원을 들여 코리안리 주식을 사면서 현재 신영증권과 원국희 회장의 지분율은 9.66%에 달한다.
결과적으로 원종익·원종규 일가(17.92%)+신영증권(9.66%)+자사주(9.29%)=약 36.87%의 실질적 영향력이 만들어진다. 여기에 이필규 이사의 2.40%를 더하면 약 39.27%에 달한다. 이는 회사를 사실상 지배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공식적으로는 소수주주 기업처럼 보인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고, 신영증권은 별개 기업이고, 이필규 이사의 지분은 2.40%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40% 이상의 영향력을 행사하면서도 겉으로는 민주적 지배구조인 것처럼 보이는 구조다.

원종익·원종규 형제는 낮은 지분율을 높이기 위해 무상증자를 활용해왔다. 2023년 11월과 2024년 10월 두 차례 20% 규모의 무상증자를 단행했다. 무상증자는 자사주를 제외한 주식만 증자되므로, 원씨 일가 등 기존 주주의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낮은 지분율을 구조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서 무상증자라는 수단으로 지분율을 높이려는 시도인 것이다. 이는 자본을 투입하지 않으면서 경영권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규제 당국의 경고를 우회하는 지분 강화 전략이라는 지적이다.

금감원 ‘이사회 독립성 강화’ 주문도 무시

이에 금융당국도 코리안리 이사회 구조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개선하라고 주문했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지난해 3월 정기검사를 통해 코리안리에 경영유의 조치를 내렸다. 금감원은 “사외이사가 아닌 사람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면서 객관적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설명하면서,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코리안리는 경영유의 조치 불과 11개월 만에 정반대의 길을 선택했다. 이필규 이사의 지분과 이사직을 아들에게 세습하는 것은 우호지분 의존을 더욱 제도화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보험업계에서는 금감원이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라고 명령한 것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낮은 지분율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하거나 지분율 자체를 높이는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지만, 코리안리는 우호 인맥 네트워크만 보강하면서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배구조 세습이 불러올 미래, 정부 정책과의 충돌

코리안리의 이사직과 지분 세습은 단순한 자산 이전이 아니라, 회사 내 영향력과 의결권도 함께 이전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세습경영 체계가 한 세대를 넘어 다음 세대로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러한 코리안리의 움직임은 이재명 정부가 추진 중인 금융기관 지배구조 선진화 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이재명 정부는 금융기관의 투명하고 건전한 지배구조를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사회의 독립성 강화, 오너 일가의 경영권 남용 방지, 외부 감시 기능 확대 등이 핵심이다. 앞서 금감원이 경영유의 조치를 내린 것도 이 같은 정책 기조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코리안리는 정부 정책에 역행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이사회의 독립성은 더욱 약화되고, 우호지분 의존은 더욱 심화되며, 외부 감시 기능은 형식화될 전망된다. 금감원의 경영유의 조치 이후 불과 11개월 만에 이 같은 결정을 강행하면서, 규제 당국과 정부 정책에 대한 도전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향후 코리안리가 글로벌 보험사로 도약, 성장하기는 힘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기업의 투명성과 지배구조는 기본인 동시에 글로벌 투자자들은 이사회 독립성, 경영진에 대한 견제 기능, 주주 보호 장치 등을 엄격하게 평가하기 때문이다.

보험권에서는 현재 국내 재보험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는 코리안리가 글로벌 보험사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배구조의 투명성 강화가 최우선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보험권 한 관계자는 “지배구조의 투명성 강화 없이는 글로벌 보험사로 성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코리안리도 글로벌 수준을 충족해 해외 자본 유입, 국제 협력, 신규 사업 진출 등에 나서야 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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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에픽 성기환 CP / keehwan.s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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