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29일 서울 중구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는 생산적 금융 73조 원, 포용 금융 7조 원 등 총 80조 원 규모로, 이재명 정부의 금융 정책 기조에 발맞춰 부동산 금융 중심 경영에서 탈피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임 회장의 임기가 내년 3월 31일 만료된다는 점에서 이번 발표가 연임을 위한 '치적 쌓기'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5년 장기 프로젝트를 발표했지만, 정작 본인이 그 과정을 끝까지 책임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동시다발 임기 만료, 연임 경쟁 본격화
내년 3월 신한지주, 우리금융지주, BNK금융지주 등 대형 금융지주 3곳의 회장 임기가 일제히 만료된다. 신한지주는 이미 지난 26일 차기 회장 후보 선정을 위한 경영 승계 절차를 개시했다. 우리금융과 BNK금융도 4분기 중 승계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진옥동 신한지주 회장은 지난해 4조 5,175억 원의 당기순이익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신한은행은 6년 만에 리딩뱅크 자리를 탈환했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해외에서도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이며 올해 순이익이 6조 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안정적인 실적 성장세로 진 회장의 경영 성과는 충분히 입증됐다는 평가다.
빈대인 BNK금융 회장 역시 2023년 취임 후 안정적으로 조직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3년 6,398억 원이던 순이익은 2024년 8,028억 원으로 26% 성장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임종룡 회장, 성과보다 구멍 뚫린 내부통제
하지만 내부통제 실패는 치명적인 약점으로 지적된다. 임 회장 취임 이후 우리은행 창원지점 직원이 대출 서류를 위조해 35차례에 걸쳐 약 178억 원을 빼돌린 사건이 발생했다.
더 큰 문제는 올해 2월 금융감독원 정기검사에서 드러났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관련 730억 원의 불법 대출을 포함해 무려 2,334억 원 규모의 부당 대출이 적발된 것이다. 이에 금감원은 3월 우리금융의 경영실태평가 등급을 3단계나 낮추고 경영유의 11건, 개선사항 10건을 지시했다.
임 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이자 장사 지적의 이면에는 부동산 금융에 치중하는 데 대한 비판이 담겨 있다"며 "이런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성장펀드에 10조 원 출자, 그룹 공동투자펀드 1조 원, 모험자본투자 1조 원 등 17조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우리금융의 지난 5년간 투자 실적의 2배에 달하는 규모다.
포용 금융을 위해서도 7조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외부 신용등급 7등급 이하 저신용자에게 0.3%포인트 금리 인하를 적용하고, 성실 상환 고객에게는 최대 1.5%포인트까지 금리를 낮춰주겠다고 약속했다.
금감원 심사 기준 강화에 연임 장담 못해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이번 발표가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지 의문을 제기한다. 5년 장기 프로젝트인데도 정작 임 회장의 임기는 6개월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임에 성공하더라도 3년이 추가될 뿐이어서, 프로젝트 완수까지는 후임 체제에서 마무리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금감원이 올해 5월 금융지주 CEO 경영승계 절차 조기 가동과 장기 연임에 대한 검증 강화 방침을 발표하면서 연임 심사 기준이 한층 엄격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처음 치러지는 금융권 수장 인사라는 점도 변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실적 개선은 인정할 만하지만 내부통제 실패와 대규모 부당 대출 적발은 치명적"이라며 "금감원의 심사 기준 강화, 새 정부 출범기 금융권 수장 교체 관행 등을 고려하면 연임 여부를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임기 말 대형 프로젝트를 발표하는 것 자체가 연임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며 "정작 본인이 책임지고 완수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5년 계획을 내놓은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우리금융은 프로젝트 실행력 확보를 위해 자회사 성과 평가 시 생산적·포용 금융 배점을 최대 30% 비중으로 신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임 회장이 이 프로젝트를 끝까지 책임질 수 있을지, 아니면 차기 회장에게 '숙제'만 넘기는 것은 아닌지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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