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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총수 7인이 대통령실에서 나눈 대화는?

휴일 반납하고 관세협상 후속조치와 국내 투자 확대방안 논의

2025-11-17 10:4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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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에픽 안재후 CP] 16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은 한국 경제의 심장이 모인 자리로 변모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삼성, SK, 현대차, LG 등 국내 주요 기업의 총수 7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휴일을 반납하고 진행된 이 만남의 주제는 명확했다. 한미 관세협상 타결 후속 조치와 국내 투자 확대 방안이었다.

한미 관세협상, 민관 '원팀' 협력의 결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오후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기업인들을 향해 "지금까지 정부와 기업이 이렇게 합이 잘 맞아서 공동 대응을 한 사례가 없었던 것 같다"고 강조하며 "전적으로 기업인 여러분의 헌신과 노력 덕분"이라고 감사를 표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협상 과정에서 기업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통상 협상이 정부만의 몫으로 여겨지던 과거와 달리, 이번 한미 관세협상은 기업의 현장 의견과 데이터가 협상 테이블에 직접 반영된 사례가 되었다. 이 대통령은 "한미 통상 안보 협상 과정에서 가장 애를 많이 쓰신 것은 기업인들"이라고 강조했다.

대기업 총수들의 약속, 800조원 규모 국내 투자
이 대통령의 감사가 끝나자, 총수들은 즉시 행동으로 화답했다. 각 기업이 발표한 국내 투자 규모는 이 자리가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갖는지를 보여준다. 4대 그룹이 이날 발표한 국내 투자 규모만 800조원을 넘는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산업 육성에 집중한다. 삼성은 향후 5년간 연구개발(R&D) 등 총 450조원을 국내 투자에 투입하기로 했다. 이재용 삼성 회장은 지난 9월에 약속했던 대로 향후 5년간 매년 6만 명씩 국내에서 고용을 하겠다고 밝혔으며, R&D를 포함해 국내 시설 투자를 더욱 적극적으로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또한 수도권 이외 지역에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겠다고 지역 균형 발전에 대한 의지도 드러냈다.

SK그룹은 반도체와 AI 인프라에 전략적 투자를 추진한다. 최태원 SK 회장은 원래는 2028년까지 128조원의 국내 투자를 계획했으나 점점 투자 예상 비용이 늘고 있다며, 정확한 추산은 어렵지만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만 약 600조원 규모의 투자가 이어질 것이라고 소개했다. 고용 효과도 상당하다. 최태원 회장은 매년 8000명 이상의 채용을 꾸준히 유지해 왔으며, 향후 팹 1기당 1만4000명에서 2만명까지 직간접 고용 효과가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로봇과 그린 에너지 사업 확대를 선언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그룹 회장은 국내에서 향후 5년간 연간 25조원씩, 즉 2030년까지 총 125조원의 대규모 투자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며, 지난해 계획했던 것보다 증가한 금액이라고 강조했다.

LG그룹은 국내 산업 생태계 강화에 나선다. 구광모 LG 회장은 향후 5년간 예정된 100조원의 국내 투자 중에서 60%를 소재, 부품, 장비에 대한 기술 개발과 확장에 투입하겠다고 약속했다.

규제 완화와 재정 지원 … 정부, 적극적 지원 약속
이 대통령은 기업의 투자 확대 약속에 대해 정부도 최대한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는 기업인들이 기업 활동을 하는 데 장애가 최소화되도록 총력을 다할 생각이라며, 규제 완화 또는 해제 철폐 중에서 가능한 것을 구체적으로 지적해 주면 신속하게 정리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부의 재정 지원 수단도 구체화되었다. 이 대통령은 기업의 위험 영역 투자와 관련해 정부 재정이 후순위 채권을 발행하는 것을 인수한다든지, 손실을 선순위로 감수한다든지 하는 새로운 방식도 얼마든지 도입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핵 추진 잠수함부터 조선까지, 한미 협력 확대

이번 회의에서는 한미 협상의 성과도 구체적으로 평가되었다. 특히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깜짝 성과'로 관심을 모았던 핵추진 잠수함(핵잠)과 관련해 여승주 한화 부회장은 "핵잠 건조라는 성과에 경의를 표한다"며 "한국의 국격이 올라가고 아시아·태평양 지역 안보가 강화될 것으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조선업에서도 새로운 기회가 포착되고 있다. 정기선 HD현대 회장도 "마스가(MASGA·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며 "미국 조선업 재건 사업을 저희가 새로운 사업 기회를 포착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확실성 해소가 투자 재개의 신호탄

관세 불안이 어느 정도 해소된 것을 계기로 그동안 해외 생산 확대와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대응하느라 보수적으로 움직였던 기업들이 국내 투자에 다시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이번 투자 발표의 배경에는 분명한 계산이 있다. 이번 투자는 대규모 대미 투자가 결국 국내 투자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되고 있으며, 글로벌 공급망 재편 압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국내 생산 기반을 강화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래 산업 육성 플랫폼으로서의 한국

이번 투자는 고용 창출과 투자 규모 확대의 의미를 넘어 인공지능(AI)·반도체·로봇 등 차세대 성장 산업을 국내에서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구체적으로 각 기업이 추진하는 사업들을 보면 이 전략이 얼마나 구체적인지 알 수 있다. 삼성은 반도체 투자 확대를 위해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 거점인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의 5공장 공사를 개시하고 전남에 AI 데이터센터를 건립하며, SK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기존 계획을 넘어서는 추가 투자를 예고했고, 현대차그룹은 로봇공장을 구축하는 등 그룹의 신사업인 AI·로봇 산업 육성과 그린 에너지 생태계 발전에 맞춰 투자를 추진한다.

산업 생태계 강화, 정부의 역할이 관건

일각에서는 대규모 설비 투자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R&D 생태계 구축과 산학연 협력 강화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산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투자 발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산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발표된 투자는 국내 제조 생태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며 "정부의 규제 개선과 인력 양성, 인프라 확충 등이 함께 뒷받침된다면 산업 전반의 경쟁력 제고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16일의 이 만남은 한미 관세협상이 단순한 통상 협상을 넘어 한국 경제의 미래 방향을 결정하는 계기가 되었음을 보여준다. 이재명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이 나눈 논의에서 떨어져 나온 것은 800조원을 훨씬 웃도는 규모의 국내 투자 약속이다.

한미 간 교역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기업들이 국내 투자에 재차 집중하기로 한 만큼, 정부의 규제 개선과 인프라 지원이 신속하게 이어질 수 있을지가 앞으로의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시대, 반도체와 AI, 로봇 같은 차세대 산업의 국내 기반 강화가 얼마나 빠르게 구체화되느냐가 향후 한국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결정할 핵심이 될 것이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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