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투자증권이 22일 발표한 글로벌 주식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MSCI US와 MSCI ACWI ex US 지수는 지난달 말 대비 각각 3.3%, 3.0% 상승했지만 같은 기간 달러인덱스는 0.1% 하락에 그쳤다.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제한적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주식시장 강세가 달러 약세에 기인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해석이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도 기존 인식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현재 주요국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전반적으로 10년 평균을 상회하고 있는데,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 대만 역시 10년 내 최고 수준의 밸류에이션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선진국 대 신흥국' 혹은 '저평가 대 고평가'라는 이분법적 구도로 접근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대신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하고 있다.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성과 차이가 '국가·권역'보다 '섹터'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1년간 MSCI 권역별 상관계수는 0.6 수준인 반면, MSCI ACWI 섹터별 상관계수는 0.5에 그쳤다. 특히 최근 6개월로 범위를 좁혀보면 권역별 상관계수는 0.7까지 상승한 반면, 섹터별은 0.4로 더 낮아졌다.
실제로 최근 비미국 시장 중에서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보인 동아시아 국가들은 테크 비중이 높은 시장이다. 반면 부진했던 유럽은 테크 섹터가 상대적으로 미약하다. 이러한 흐름은 결국 미국의 구조적 우위로 이어진다. 이번 사이클은 AI가 지배하고 미국 주식시장은 AI 그 자체라는 평가다.
미국 증시는 AI 인프라 확대를 중심으로 빅테크들의 설비투자(CapEx)가 우려를 딛고 상향일로를 걷고 있으며, 이익 모멘텀이 가장 강하게 작동하고 있다. 중국 역시 상위 플랫폼 기업들을 중심으로 CapEx를 적극 확대하고 있으며, 정부의 산업정책과 맞물려 내수 디지털화, AI·로봇 등 신성장 분야에서의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다.
대만, 일본, 한국 등 기타 동아시아 국가의 경우 자체적인 민간 설비투자 확대는 제한적이지만, 글로벌 공급망 내 반도체·소부장 분야에서의 낙수효과를 실질적으로 흡수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특히 대만과 일본은 실적 측면에서 미국에 버금가는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편 최근 신흥국 증시의 상승 흐름은 대부분 PER 리레이팅에 기반하고 있으며, 이는 일시적 기대보다는 구조적 변화에 따른 프리미엄 확대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특히 동아시아에서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자본시장 제도 정비가 본격화되면서 시장 전반의 밸류에이션을 끌어올리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 역시 2024년 '밸류업' 정책을 발표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자율적 밸류업 계획 수립·공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고, 2026년부터는 유가증권시장 전 상장사로 지배구조 보고서 의무공시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오한비 신한투자증권 글로벌 주식전략 애널리스트는 "전통적인 국가 기반 투자 접근법은 점점 설득력을 잃고 있으며, 단순히 '선진국 대 신흥국' 프레임을 적용하기보다는 섹터 중심의 역학 구조와 AI 관련 투자 수혜 여부, 그리고 밸류에이션 리레이팅의 지속 가능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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