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아이엘이 발표한 이번 선정 소식은 단순한 정부 지원사업 참여를 넘어서는 의미를 갖는다. 국가기관이 아이엘의 글로벌 확장성과 기술 경쟁력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으로, 해외 진출을 꿈꾸는 중소·중견기업들에게는 하나의 성공 모델이 될 수 있는 사례로 평가된다.
현재 미국은 제조업 리쇼어링 정책과 함께 해외 생산기지를 둔 기업의 대미 수출에 대해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로 인해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 내 현지 생산기지 확보 또는 기존 거점 확대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아이엘 역시 이러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흐름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받아들였다. 북미 시장 내 생산거점을 확보함으로써 관세 리스크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고, 동시에 현지 고객사들에게 더욱 안정적이고 신속한 공급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신기술 소재 분야는 글로벌 고객사들이 공급업체의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는 업종인 만큼, 현지 생산 능력 확보는 장기 파트너십 구축에 결정적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트라의 글로벌 M&A 지원사업은 단순히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M&A 전 과정에 걸친 종합적 컨설팅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아이엘은 이번 선정을 통해 북미 내 유망 M&A 대상 기업 발굴부터 실사, 인수, 그리고 인수 후 통합 과정까지 코트라의 전문적 지원을 받게 된다.
이는 해외 M&A 경험이 부족한 중견기업에게는 매우 중요한 지원이다. 특히 문화적 차이와 법적 환경이 다른 북미 시장에서의 M&A는 높은 전문성과 현지 네트워크가 필수적인데, 코트라의 체계적 지원 시스템이 이러한 진입 장벽을 크게 낮춰줄 것으로 기대된다.
아이엘의 북미 생산거점 확보 전략은 회사의 사업 모델 자체를 업그레이드하는 의미를 갖는다. 기존의 국내 생산-해외 수출 구조에서 벗어나 현지 생산·공급 기반을 갖춘 진정한 글로벌 소재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가 담겨 있다.
더욱 주목할 점은 아이엘이 최근 완료한 아이트로닉스 합병과의 시너지 효과다. 실리콘렌즈 기반 광학 솔루션과 C-ITS(협력형 지능형 교통 시스템), V2X(차량-사물 통신) 기술을 결합한 통합 솔루션을 북미 자율주행 모빌리티 시장에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아이엘 관계자는 "코트라의 체계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북미 현지화 전략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이라며 "이번 M&A와 생산거점 구축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 시대에 맞춘 필수 전략이자, 아이엘의 기업가치 재평가를 이끌어낼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이엘의 이번 코트라 지원사업 선정은 국내 중견기업들의 해외진출 전략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부 지원 프로그램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면서 동시에 글로벌 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관세나 무역분쟁 등 대외 환경 변화를 단순히 위험 요소로만 받아들이지 않고, 새로운 성장 기회로 전환시키는 전략적 사고는 다른 기업들에게도 좋은 참고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이엘의 북미 현지화 전략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이는 국내 소재·부품 기업들의 글로벌 진출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단순한 수출 확대를 넘어서 현지 시장에 뿌리내린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길을 보여주는 선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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