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 진통 끝 단독 출마로 회장직 확정
한국식품산업협회는 31일 서울 서초구 협회 대회의실에서 제2차 임시총회를 개최하고, 단독 출마한 박진선 대표를 신임 회장으로 선출했다고 발표했다. 총 130개 회원사가 찬성 의견을 표했으며, 현장 참석자 24명과 서면 의결자 106명이 모두 찬성했다.
이번 회장 선출 과정은 평탄하지 않았다. 당초 박진선 대표와 황종현 SPC삼립 대표 간 2파전 구도가 형성되면서 지난 2월 정기총회에서 회장을 선출하지 못하고 절차가 연기됐다. 그간 협회장직은 추대 형식이 일반적이었지만, 올해는 처음으로 경선이 논의되며 협회 내부에 진통이 지속됐다. 이후 황 대표가 출마를 포기하면서 박 대표가 단독 후보로 나서게 됐다.
총회 현장에서 황종현 대표는 "박진선 대표님이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식품업계 여러 문제를 지혜롭게 잘 헤쳐나갈 분이라고 생각한다"며 "협회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기를 기대하며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K-푸드 글로벌 경쟁력 강화 의지 표명
박 신임 회장은 수락 인사에서 "우리 식품기업들은 K-푸드라는 성장엔진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외형 확대를 통해서 국가경제의 새로운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 협회가 식품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 회원사 여러분들의 동반자 역할을 충실히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출마 당시 ▲이사회에 대한 중견 중소기업 참여 확대 ▲수출 기업 어려움 개선 ▲회원사 소통 강화 ▲산업재해 및 공장 위기 등에 대한 영세 회원사 어려움 지원 등을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박진선 신임 회장의 부친인 고 박승복 샘표식품 선대 회장은 협회의 전신인 한국식품공업협회에서 제15~17대 회장을 10년간 역임했다. 이로써 한국식품산업협회 창립 이후 최초로 부자가 협회장직을 맡게 되는 기록이 세워졌다.
1950년생인 박진선 회장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전자공학 석사, 오하이오주립대학교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빌라노바대학교에서 철학과 강사로 재직하다가 1994년 샘표식품에 입사해 1997년부터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다. 현재는 샘표식품의 지주사인 ㈜샘표의 대표이사도 겸직 중이다.
한국식품산업협회는 1969년 창립된 국내 식품업계 최대 단체로, 현재 192개 기업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협회는 정책 대응과 정부 협의 창구, 수출 촉진 지원, 식품안전 제도 개선 등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업무를 수행한다.
협회장은 비상근직으로 임기는 3년이며 1회 연임이 가능하다. 협회 대표로서 회원사 간 조정 역할과 대외 활동을 맡는다. 부설 기관으로는 한국식품과학연구원을 두고 있으며, 식품위생교육, 표시·광고 자율심의, 원료 공동구매 및 알선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간장업계 내 우려와 조정 역할 기대
한편, 장류업계에서는 박 회장의 선출에 대해 일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샘표는 산분해간장 원액과 양조간장을 혼합한 혼합간장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으로, 간장 표시제 개정 논의와 관련해 업계 내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현재 간장업계에서는 산분해간장과 전통 발효간장을 구별할 수 있는 표시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주장과, 장류 유형을 통합하는 '장류산업진흥법' 제정이나 혼합간장, 양조간장 등의 구분 없이 모두 '간장'으로 표시하자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
산분해간장은 탈지대두를 염산으로 분해한 뒤 이를 중화해 제조하는 방식으로, 단기간에 대량 생산이 가능해 비교적 가격이 싸고 생산 효율이 높다. 하지만 생산과정에서 3-MCPD(모노클로로프로판디올) 등 유해물질이 발생한다는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일부 소비자단체는 산분해간장이 93%나 들어가 있으면서도 적은 양의 양조간장과 섞이는 순간 혼합간장이라는 새 이름표를 달고 버젓이 팔리고 있다며 표시제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샘표 관계자는 "박진선 회장은 협회가 특정 기업이나 사안을 중심으로 운영돼선 안 된다는 점을 일관되게 강조해 왔다"며 "한국식품산업협회의 공공성과 대표성을 회복하는 방향에 대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우려를 일축했다.
3년간 과제 만만치 않아…
박진선 신임 회장이 맡게 될 향후 3년간의 과제는 만만치 않다. K-푸드 열풍으로 해외 진출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경쟁력 확보와 수출 기업 지원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2017년 국내 전체 간장 수출량 1만여 t 중에서 혼합간장의 수출량은 약 8000t에 달한다. 이는 전체 장류 중 30%에 이르는 매우 높은 비율이다는 점에서 수출 경쟁력 유지도 중요한 이슈다.
또한 식품안전 기준 강화, 중견·중소기업의 협회 참여 확대, 회원사 간 소통 강화 등 내부 개혁 과제도 산적해 있다. 특히 간장 표시제 논란과 같은 업계 내 이해관계 조정에서 박 회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협회 관계자는 "박 회장이 오랜 기간 식품업계에서 쌓은 경험과 철학적 배경을 바탕으로 협회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한다"며 "특히 K-푸드의 글로벌 확산과 함께 국내 식품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정책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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