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15일 업계와 관계 부처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 전 회장이 태광산업의 비상장 계열회사인 티시스를 동원해 조카와 처제가 소유한 회사를 부당하게 지원한 혐의(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최근 전원회의에 상정했다. 심사보고서에는 티시스에 최대 26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지원을 받은 처제와 조카의 회사에도 각각 10억원대의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의견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처제·조카 회사에 10년간 1600억원대 일감 집중
조사 내용에 따르면, 티시스는 2015년부터 태광그룹의 부동산 관리용역을 위임받아 시설관리 용역업무를 '안주'와 '프로케어' 두 회사에 제공해왔다. 안주는 이 전 회장의 처제인 신리나가 지분 60%를 소유하고 있으며, 프로케어는 조카인 허지안과 허민경이 각각 50%씩 소유하고 있다.
특히 두 회사는 용역 계약 당시 설립된 지 1~2개월에 불과해 실적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티시스는 입찰 과정에서 회사소개서나 실적증명서 등 기본적인 자료도 제출받지 않았으며, 오히려 안주와 프로케어를 지원하기 위해 시설관리업무 외주를 담당하는 전담팀을 별도로 신설하기까지 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 안주는 2015년 1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매출액 847억6000만원 중 92.2%가 태광그룹 관련 매출이었다. 프로케어 역시 2015년 1월부터 2022년 6월까지 매출액 784억3000만원 중 89.6%가 태광그룹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회사의 매출액 영업이익률도 각각 9.55%와 14.06%로, 동일업종 평균치인 0.01~2.17%를 크게 상회했다.
배당금 119억원, 총수 일가에 귀속
이러한 지원행위의 실질적 수혜는 고스란히 총수 일가에게 돌아갔다. 안주와 프로케어는 티시스의 지원을 통해 얻은 영업이익 중 각각 40억5000만원과 78억7000만원, 합계 119억2000만원을 대표인 이 전 회장의 처제와 조카 등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 전 회장이 김기유 당시 티시스 대표에게 "용역은 처제 주세요"라고 직접 문자로 지시한 정황도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복되는 일감 몰아주기, 세 번째 제재 위기
2011년에는 이 전 회장 일가가 소유한 골프장(휘슬링락CC) 건설에 태광 계열사 9개사를 동원해 792억원을 부당지원한 행위가 적발됐다. 당시 공정위는 태광그룹 계열사에 총 4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3개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2019년에도 태광그룹 계열사들이 티시스가 생산한 김치를 고가에 사들이고, 티시스 자회사인 메르뱅으로부터 와인을 대량 매입해 이 전 회장 일가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했다는 혐의로 21억800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공정위는 당시 이 전 회장에게 시정명령을 내리고 검찰에 고발했다. 이 전 회장과 계열사들이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대법원은 공정위의 제재가 정당하다며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이재명 정부 대기업 제재 수위의 '가늠자'
이번 사건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대기업 부당지원 제재 수위를 가늠하는 중요한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주병기 공정위원장은 지난해 11월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을 막론하고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감 몰아주기 등 부당한 지배력 확대 행위는 더 강력히 제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주 위원장은 "현행 법률을 운영하는 방식을 개선해 과징금을 좀 더 강화할 것이며, 법률 개정도 검토 중"이라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고시 개정을 통해 1회 반복 위반 시 과징금을 최대 50% 가중하고, 위반 횟수에 따라 최대 100%까지 가중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했다. 태광그룹의 경우 이미 2011년과 2019년 두 차례 일감 몰아주기로 제재를 받은 전력이 있어, 이번 심의에서 가중 처벌이 적용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태광 측 "정상적인 거래, 전원회의서 입증할 것"
태광그룹 측은 부당지원 의혹에 대해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부당 지원 의혹을 받는 거래들은 실제로는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진행된 정상적인 거래였다"며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들을 공정위 전원회의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한 "심사보고서는 공정위의 결정이나 방침이 아니라 조사 담당자의 의견일 뿐이며, 혐의 내용이 사실로 인정된 것도 아니다"라며 "과징금 부과나 특정인 고발 여부는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한 후에 결정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이 전 회장과 태광 측의 의견서를 받은 후 전원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결정할 계획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개별 사건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호진 전 회장, 경영 복귀 의지 속 사법 리스크 지속
한편 이 전 회장은 2011년 14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돼 2019년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이 확정됐으며, 2021년 10월 만기 출소했다. 이후 2023년 광복절 특별사면에서 복권됐으나, 계열사를 동원한 비자금 조성 의혹 등으로 여전히 사법 리스크가 남아있는 상태다.
최근 재계에서는 10년 넘는 총수 부재로 실적 부진과 재계 순위 하락을 겪었던 태광그룹에서 이 전 회장이 14년 만에 경영 복귀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태광그룹은 반도체·이차전지 소재 등 신사업 발굴과 금융 계열사의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2024년 9월에는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P) 도입 선포식을 열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현실화될 경우, 이 전 회장의 경영 복귀 계획에도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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