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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대기업 계열사간 채무보증 악용 차단. 탈법유형 기준 마련

2025-04-24 14: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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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에픽 안재후 CP] 공정거래위원회가 총수익스와프(TRS), 신용연계증권(CLN), 신용부도스와프(CDS) 등 파생상품을 활용한 계열사 간 우회 지원 행위를 차단하기 위한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공정위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상출집단)에 적용되는 탈법행위의 유형 및 기준 지정고시'를 신설하고, 파생상품을 이용한 채무보증 탈법행위의 유형과 판단 기준을 명확히 제시함으로써 재벌 그룹의 편법적 자금 지원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자산 10조원 이상의 상호출자집단 계열사 간 채무보증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이는 재무상태가 양호한 계열사가 부실 계열사의 대출을 보증하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지원해, 대기업집단 전체의 연쇄 부실화나 경제력 집중을 방지하기 위한 핵심적인 규제 장치다. 무분별한 계열사 간 채무보증은 국내 금융시장에서 대기업에만 자금이 쏠리는 현상을 초래하고, 중소기업의 자금조달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그동안 공정거래법 관련 조항이 금융기관의 '대출'에만 국한되어 있어, 일부 대기업들이 이를 악용해 파생상품을 통한 우회 지원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규제 사각지대를 이용한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의 개인회사 지원 건이다.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 살리려 우회지원
효성그룹 회장 조현준은 2014년 12월, 자신의 사실상 개인회사인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GE)가 심각한 자금난에 처해 부도위기에 직면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당시 직접적인 자금 지원이 공정거래법상 제한되어 있었기 때문에, 조 회장은 그룹 계열사인 효성투자개발을 통해 GE가 발행한 25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인수하는 우회적인 방식을 선택했다.

구체적으로, 조 회장은 CB를 인수할 특수목적법인(SPC)에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체결하도록 지시했다. TRS는 특정 자산(주식, 채권 등)을 보유한 매도자가 그 자산에서 발생하는 모든 수익과 손실을 매수자에게 이전하는 구조의 파생상품으로, 금융시장에서는 흔히 사용되는 정상적인 금융 상품이다.

그러나 효성의 경우, 부실 상태인 GE가 발행한 자산에 기초해 TRS 상품을 만들고 이를 효성투자개발이 매입하는 형태로, 실질적으로는 부실 계열사에서 발생한 손실을 다른 계열사가 떠안게 되는 채무보증과 동일한 효과를 내는 구조였다. 이는 표면적으로는 정상적인 파생상품 거래의 형태를 띠고 있었지만, 실질적으로는 공정거래법이 금지하는 계열사 간 채무보증을 우회하는 수단으로 활용된 것이다.

공정위는 철저한 조사 끝에 2018년 4월 이러한 정황을 포착하고 조 회장과 관련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수사 끝에 2019년 12월 조 회장 등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으며, 1심 법원은 효성투자개발이 실질적으로 거래한 상대방이 조 회장의 사실상 개인회사인 GE이고,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제3자를 매개해 부당한 지원거래를 했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개인이 부담해야 할 이익과 손해를 계열사에 전가해 총수일가의 사익편취행위를 막는 공정거래법을 위반하는 등 죄질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자금상황 악화와 경영난 해소가 주된 목표였을 뿐 처음부터 개인을 위해 한 일이 아닌 점 등을 유리하게 고려했다"며 조 회장과 효성 법인에 각각 벌금 2억 원을 선고했다.
조 회장은 항소했으나 2022년 12월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1부는 1심과 동일하게 벌금 2억 원을 선고하며 항소를 기각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송형진 효성투자개발 대표와 효성투자개발 법인, 임모 전 효성 재무본부 자금팀장에게도 1심과 마찬가지로 각 벌금 5000만 원을 선고했다.

더불어 조 회장과 효성 계열사들은 공정위가 부과한 30억 원 상당의 과징금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으나, 대법원은 2022년 11월 공정위 처분이 정당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확정했다. 이로써 효성의 파생상품을 활용한 계열사 부당지원 사건은 법적으로 완전히 종결되었고, 이 판례는 유사한 행위에 대한 중요한 선례로 자리 잡게 되었다.

공정위, 파생상품 악용 차단 위한 고시 제정
이번 공정위의 고시 제정은 효성 사례를 통해 확립된 판례를 바탕으로, 파생상품을 활용한 우회 지원 행위에 대한 규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후속 조치다. 공정위는 전문가, 관계 부처, 업계 등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수렴하여 정상적인 파생상품 거래는 위축시키지 않으면서도 탈법행위는 명확히 차단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했다.

고시에 따르면, 상출집단 소속 국내 회사가 발행한 채무증권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TRS 등의 파생상품을 계열사가 금융기관이나 특수목적법인으로부터 매수해 실질적으로 채무보증 효과를 발생시키는 행위는 탈법행위로 명확히 규정된다.

구체적으로는 채무적 성격을 띤 △채무증권 △신용연계증권(CLN) △신용부도스와프(CDS) 등 세 가지 기초자산으로 설계된 파생상품을 적용 대상으로 한정했다. 이들 자산은 모두 채무적 성격이 뚜렷해 채무보증과 유사한 효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반면, 자본적 성격이 뚜렷한 지분증권이나 수익증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상품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또한 계약 기간 내 전환권이 행사된 전환사채의 경우에도, 사채였던 기초자산이 주식으로 바뀌는 실질을 반영해 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규정했다.

이와 함께 공정위는 상출집단이 특수목적법인을 중간에 두고 거래하는 경우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 금융기관과 함께 특수목적법인도 거래당사자에 포함시켜 규제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했다.

공정위는 고시 제정으로 인한 시장 혼란과 법집행의 불명확성을 해소하기 위해 제정일로부터 6개월 이후에 상출집단이 새롭게 계약한 파생상품부터 해당 고시를 적용하기로 했다. 시행 전까지 상출집단 기업을 대상으로 한 정책설명회를 통해 제도의 취지와 내용을 충분히 안내할 계획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고시 제정안이 시행되면 상출집단이 TRS 등 파생상품을 채무보증 제한제도 우회수단으로 악용하는 탈법행위가 효과적으로 차단될 것"이라며 "기업들의 예측가능성도 높아져 파생상품을 통한 채무보증 탈법행위에 대한 억지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앞으로도 공정위는 파생상품을 채무보증 규제의 회피수단으로 악용하는 탈법행위를 적극 감시하고 차단함으로써, 대기업집단의 경제력 집중을 방지하고 공정한 시장 질서를 확립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고시 제정은, 효성 사례를 통해 드러난 대기업의 편법적 계열사 지원 행태에 제동을 걸고, 향후 유사한 우회 지원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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