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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철 칼럼⑨]청탁을 막는 것은 '양심'이 아니라 '절차'다
지난 칼럼에서 우리는 500조 원의 거대한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것을 거친 바다를 항해하는 초대형 연금 운반선에 비유하며, 함장과 조타수의 역할 분리에 대해 이야기했다. 배의 방향을 정하는 함장과 실제로 키를 잡는 조타수가 분리되어야 한다는, 운영과 운용의 분리 원칙이었다.오늘은 이 배가 실제로 항해할 때 마주칠 수 있는 아주 현실적인 풍랑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바로 이해관계의 충돌이다. 금융기관형 기금을 만든다 할지라도 다양한 이해관계는 존재한다. 과연 우리 기금은 힘 있는 자의 부탁이나 달콤한 유혹 앞에서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한 금융기관형 기금의 회의실에서 벌어진 가상의 에피소드를 통해 그 해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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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연금제도, 과전법의 비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연금은 매우 친숙한 제도다. 매달 월급에서 빠져나가는 국민연금 보험료를 보며 '과연 나중에 잘 받을 수 있을까' 걱정하는 것도 일상이 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연금제도가 조선 시대에도 존재했다면 믿을 수 있을까? 놀랍게도 조선 초기에는 '과전법'이라는 독특한 형태의 노후 보장 제도가 시행되었다.600년 전 조선의 퇴직 보장 시스템과전법은 조선 시대 관료들에게 일정한 농지를 제공하고, 그 농지에서 나오는 수확물을 소득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제도였다. 현대의 연금이 은퇴 후 정기적인 현금을 지급하는 것처럼, 과전법은 토지의 수확물을 통해 관료들의 노후 생계를 보장했다. 근로자가 일정 기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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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철 칼럼⑧]500조원 노후 자산, 누가 어떻게 굴릴 것인가
기금형 퇴직연금이야말로 근로자들에게 '최적의 전문가를 선택할 권한'을 보장하는 가장 합리적인 제도이다. 이제 노후 자산을 불려나갈 500조 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할 주체가 정해졌다면, 이 소중한 자산을 실제로 어떻게 운용할지가 가장 중요한 문제로 남는다. 성공적인 기금형 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마치 초대형 연금 운반선을 항해하는 것과 같다. 이 배는 20~30년이라는 장기 항해를 통해 가입자를 노후라는 안전한 항구로 데려가야 한다. 그렇다면 이 중요한 항해를 성공시키기 위한 핵심은 무엇일까? 바로 함장의 책임(운영)과 조타수의 전문적인 실행(운용)을 명확히 분리해서 그 시스템을 구현하는 것이다.함장의 역할, 항해의 큰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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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철 칼럼⑦]세 가지 기금 모델로 본 퇴직연금 개혁의 핵심
퇴직연금이 도입된 지 20년. 퇴직연금 2.0시대를 맞아 각계의 다양한 요구들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에픽은 퇴직연금 2.0시대를 준비하며, 기본으로 돌아가 퇴직연금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서 그 해답을 찾고자 한다. 그 시작으로 전 제로인 대표인 김병철 한국퇴직연금개발원 대표의 글을 연재한다. - 편집자 주지난 칼럼에서 우리는 기금형 퇴직연금이 전문 운용 철학, 규모의 경제, 그리고 '선택의 함정'으로부터의 해방이라는 세 가지 원리를 통해 높은 수익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제 우리 앞에는 더 본질적인 질문이 놓여 있다. 이 기금을 누가 조성하고, 누가 책임질 것인가?현행 계약형 제도가 실패한 이유는 명확하다.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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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연금제도... 500년 전 사회안전망, 구황
조선이 갖추고 있던 현대의 연금제도나 복지 시스템과 비견될 만한 제도로서 지난 칼럼에서 '환곡(還穀)'을 소개했다. 이번에는 또 다른 중요한 축인 '구황(救荒)' 제도를 통해 조선의 깊이 있는 복지 철학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환곡이 춘궁기 곡물 대여를 통해 백성의 생활 안정을 도모했다면, 구황은 천재지변이나 기근 등으로 먹을 것이 없는 사람들에게 현물과 곡식을 지급해 당장의 위기를 넘기게 하는 제도였다. 이는 현대의 재난지원금과 그 목적과 기능이 매우 흡사하다. 구황은 조선 시대의 중요한 사회 보장 제도로서, 국가나 지역 사회가 비축해둔 곡물을 결식자나 가난한 사람들에게 배분함으로써 기근이나 자연재해와 같은 위기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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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은 게으름을 낳을까?
우리 회사는 월급을 나이로 준다. 인사평가도, 직무도, 실적도 보지 않는다. 통계청이 매년 발표하는 연령별 평균 급여표가 있다. 우리는 그 숫자를 거의 그대로 가져다가 연봉 테이블을 만든다. 스물아홉 살이면 스물아홉 살 평균, 서른이 되면 서른 평균을 받는다. 생일이 지나면 자동으로 연봉이 오른다. 연봉 협상도 없고, 성과급도 없다.처음 이 제도를 도입한다고 했을 때 반대가 적지 않았다. “생산성에 비례해서 급여를 줘야지, 나이로 월급을 주면 누가 열심히 하겠느냐”는 걱정이 회사 안팎에서 동시에 나왔다. 상식적으로 보면 그 말이 맞는 것처럼 보인다. 대부분의 조직이 “열심히 일한 사람에게 더 많이, 덜 일한 사람에게는 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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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연금제도...500년 전 사회안전망, 환곡
현재 우리나라는 3층 연금구조를 갖추고 있다. 1층에 공적연금인 국민연금, 2층에 사적연금인 퇴직연금, 3층에 개인의 여유자산으로 노후를 준비하는 개인연금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조선시대 우리 조상들에게도 연금제도라는 것이 있었을까? 막연히 자식들의 부양을 받아 여생을 보내는 것이 당시의 노후 대책이 아니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조선시대에도 현대의 연금제도와 유사한 성격을 가진 사회안전망이 존재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환곡(還穀)'이다.춘궁기를 넘기는 생명줄, 환곡환곡은 춘궁기에 백성들에게 쌀을 빌려주고 가을에 갚도록 한 제도다. 관리들이 주변의 가난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매년 곡물을 모아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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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s View]SNS와 공직자...뜸하면 "전화 받았나?"
페이스북에서 활발히 소식을 전하던 L 전 의원은 최근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동시에 그의 이름은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하마평에 올랐고, 일각에서는 입각설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라는 속담처럼, 페이스북 등 SNS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다 갑자기 소식을 끊으면 "정권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게 마련이다. 사실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자리가 보통 자린가. 1000조가 넘는 국민연금 운용 및 기금의 대외적 목소리를 책임지는 자리다. 때문에 대통령의 신임을 물론이고, 선임 절차는 상당히 까다롭다. 정부 또는 보건복지부 소관의 이사진 후보를 추천하고, 의결권자위원회의 심사를 거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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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철 칼럼⑥] 기금형 퇴직연금, 전문 운용의 3대 핵심 원리
퇴직연금이 도입된 지 20년. 퇴직연금 2.0시대를 맞아 각계의 다양한 요구들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에픽은 퇴직연금 2.0시대를 준비하며, 기본으로 돌아가 퇴직연금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서 그 해답을 찾고자 한다. 그 시작으로 전 제로인 대표인 김병철 한국퇴직연금개발원 대표의 글을 연재한다. - 편집자 주지난 5편에서 우리는 현행 계약형 퇴직연금의 낮은 효율성과 '선택의 함정'을 극복하기 위해 '전문가에게 위임하는 권한'을 실현하는 기금형 퇴직연금의 필요성을 논했다. 이미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푸른씨앗')을 통해 운용 효율성이 입증됐다. 이제 근본적인 질문에 답해야 한다. 낮은 수익률의 악순환에 빠져 있는 한국 퇴직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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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철 칼럼⑤] 퇴직연금, 이제 전문가에게 맡길 때
퇴직연금이 도입된 지 20년. 퇴직연금 2.0시대를 맞아 각계의 다양한 요구들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에픽은 퇴직연금 2.0시대를 준비하며, 기본으로 돌아가 퇴직연금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서 그 해답을 찾고자 한다. 그 시작으로 전 제로인 대표인 김병철 한국퇴직연금개발원 대표의 글을 연재한다. - 편집자 주 네번째 칼럼을 통해 우리는 퇴직연금 가입자에게 주어진 '스스로 선택하는 권한'이 오히려 노후를 위한 최적의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음을 확인했다. 대부분의 근로자는 노후 자산 증식에 필수적인 실적배당상품이 복잡하며, 상당한 금융 지식 없이는 제대로 이해하고 판단하기 어렵다.결국 현행 계약형 제도는 가입자에게 '선택의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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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철 칼럼④] 퇴직연금, 잘못된 선택의 권한과 함정
퇴직연금이 도입된 지 20년. 퇴직연금 2.0시대를 맞아 각계의 다양한 요구들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에픽은 퇴직연금 2.0시대를 준비하며, 기본으로 돌아가 퇴직연금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서 그 해답을 찾고자 한다. 그 시작으로 전 제로인 대표인 김병철 한국퇴직연금개발원 대표의 글을 연재한다. - 편집자 주지난 3편에 걸친 연재를 통해 우리는 퇴직연금이 '돈을 안전하게 지키는 금고'라는 첫 번째 목표는 달성했지만, '노후를 지키는 진정한 안전망'으로 진화하지 못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제도적 미비로 인해 근로자들은 낮은 수익률의 악순환에 빠지고, 조각난 퇴직금을 평생 연금으로 통합하지 못하는 아이러니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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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와 부동산
어릴적 우리집에서는 콜라가 귀했다. 콜라는 불량식품이라는 어머니의 철학 때문인데, 그래도 가끔은 고기를 재우기 위해 콜라가 냉장고에 남는 경우가 있었다. 바로 그때 진광경이 펼쳐졌다. 누나와 나는 냉장고 앞에 서서, 10초씩 번갈아 가며 콜라를 들이켰다. 순식간에 콜라는 사라졌고, 심지어 누가 반칙을 했다느니 하며 싸우기까지 했다.그런데 우리 가족이 미국으로 이민을 갔을 때였다. 미국에선 보통 준도매급 매장에서 콜라를 궤짝으로 사다 놓는다. 이렇게 우리 집 콜라 공급량은 수십배로 뛰게 됐는데, 신기하게도 콜라를 마셔야겠다는 충동조차 생기지 않는 것이다. 그 많은 콜라에는 몇 주째 먼지만 쌓여 가고 있었다.경제학은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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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s View] 퇴직연금 430조 시대, 우리은행이 뒤쳐질 수밖에 없는 이유
금융권, 특히 은행에서 행원들이 선호하지 않는 부서가 몇 있다. 수많은 언론사 기자를 상대해야 하는 홍보실, 그리고 영업실적이 좋지 못한(좋아질 가능성 또한 낮은) 영업점 발령 등이 그것이다. 뿐만 아니라 개인 특성에 따라 꺼려하는(솔직하게 '싫어하는') 부서가 있다. 그중 하나가 퇴직연금 관련 부서다.이유는 명확하다. 너무 복잡하기 때문이다. 비교적 단순하면서 실적이 바로바로 나타나는 일반 영업과 달리 퇴직연금은 여기저기 걸리는 게 많다. 일단 제도를 알아야 한다. 퇴직연금과 관련한 법률, 그리고 세무까지. 알아야 할 게 너무 많다. 더구나 세법은 해마다 바뀌기 때문에 자칫 놓치기 십상이다.제도를 이해했다면, 다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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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철 칼럼③] 퇴직연금, 왜 '연금'이 되기를 포기했는가?
퇴직연금이 도입된 지 20년. 퇴직연금 2.0시대를 맞아 각계의 다양한 요구들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에픽은 퇴직연금 2.0시대를 준비하며, 기본으로 돌아가 퇴직연금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서 그 해답을 찾고자 한다. 그 시작으로 전 제로인 대표인 김병철 한국퇴직연금개발원 대표의 글을 연재한다. - 편집자 주지난 1편에서 우리는 IMF 외환위기 이후 퇴직연금 제도가 '퇴직급여 안전 보장'이라는 일차적 목표는 성공적으로 달성했음을 평가했다. 하지만 2편에서는 100세 시대를 대비하는 진정한 '노후 안전망'으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퇴직연금이 '최후의 보루'인 목돈으로 전락해 근로자 10명 중 9명이 이를 일시금으로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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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을 땐 든든하지만, 나중엔 부담?"...주택연금 초기보증료와 이자까지 따져보기"
노년의 삶을 대비하는 방법으로 '내 집을 담보로 월지급금을 받는' 주택연금이 많이 거론된다. 주택연금은 일단 집에 계속 살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하지만 막상 가입하고 나면 비용과 조건 때문에 생각보다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특히 초기보증료와 발생이자 부분을 중심으로, 왜 미리 알고 신중히 결정해야 하는지를 정리해 보겠다.초기보증료 – 가입 시 한 번 내는 비용초기보증료는 공사가 '연금 지급 중 주택가격 하락, 가입자 고령화'에 대비하는 보증 성격의 비용이다. 주택연금 가입을 위해서는 '보증'을 체결해야 하고, 이때 일정 금액의 초기보증료가 발생한다. 제도 안내에 따르면 보증료율이 통상 주택가격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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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철 칼럼②] 퇴직연금, '최후의 보루'에서 '눈 깜짝할 새 사라지는 목돈'으로
퇴직연금이 도입된 지 20년. 퇴직연금 2.0시대를 맞아 각계의 다양한 요구들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에픽은 퇴직연금 2.0시대를 준비하며, 기본으로 돌아가 퇴직연금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서 그 해답을 찾고자 한다. 그 시작으로 전 제로인 대표인 김병철 한국퇴직연금개발원 대표의 글을 연재한다. - 편집자 주퇴직연금이 본래 목적인 노후 보장을 잃고 일회성 목돈으로 소진되는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100세 시대를 맞아 진정한 노후 안전망으로 기능해야 할 퇴직연금이 구조적 한계로 인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지난 1편에서 IMF 외환위기 이후 도입된 퇴직연금 제도가 '퇴직급여 안전 보장'이라는 일차적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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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철 칼럼①]IMF가 남긴 상처와 퇴직연금의 탄생
퇴직연금이 도입된 지 20년. 퇴직연금 2.0시대를 맞아 각계의 다양한 요구들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에픽은 퇴직연금 2.0시대를 준비하며, 기본으로 돌아가 퇴직연금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서 그 해답을 찾고자 한다. 그 시작으로 전 제로인 대표인 김병철 한국퇴직연금개발원 대표의 글을 연재한다. - 편집자 주 1997년 겨울, 대한민국은 IMF 외환위기라는 거대한 쓰나미에 휩쓸렸다. 수많은 기업들이 한순간에 문을 닫았고,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25년 동안 한 회사에 몸 바쳐 일했던 김 부장도 그중 한 명이었다.그래도 김 부장에게는 마지막 희망이 있었다. 평생을 바쳐 쌓아온 퇴직금 2억 원. 이것만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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