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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s View] 방산 사업장 재해, 왜 기업에만 책임을 묻나

2026-06-11 09:25:15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폭발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지난 5일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가 대전 유성구청 합동분향소를 찾아 헌화 후 자리를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폭발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지난 5일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가 대전 유성구청 합동분향소를 찾아 헌화 후 자리를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지난 6월 1일 오전 10시 59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56동 세척공실에서 로켓용 고체 추진제를 다루던 작업자들이 폭발에 휩쓸렸다.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노동자 5명이 숨지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 2018년 5월 충전공실 폭발로 5명, 2019년 2월 추진체 이형공실 폭발로 3명이 숨진 데 이어, 8년 사이 동일 사업장에서 세 번째로 발생한 인명사고다. 세 번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노동자는 모두 13명이다.

언론과 여론은 즉각 기업의 안전불감증을 문제 삼고 나섰다. 회사의 안전보건 예산 집행액을 제시하며 버는 돈에 비해 안전에 투자하는 비용이 턱없이 낮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이런 지적이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분노의 방향이 회사로만 향할 경우 이번 폭발사고를 반면교사로 삼을 수 없다. 다른 제조업체 산재(産災)와 동일한 시각으로 다뤄서는 안 되다는 것이다.

한화에어로 대전사업장은 민간 제조공장이 아니다. 로켓 추진체와 유도탄, 탄약 체계 등을 개발·생산하는 방위산업 전문 사업장으로,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이 발주한 사업을 주로 맡고 있다. 공장에서 다루는 물질은 본질적으로 폭발물이다. 작업 자체가 고위험 행위라는 사실은 발주자인 정부가 가장 잘 알고 있다.

군용 화약류 관련 국내 법령 및 기준은 탄약 및 폭발물의 저장시설 또는 제조시설의 건축물 시설기준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문제는 우발적이고 의도적인 폭발에 대한 인명보호에 관해서는 법령이나 제도가 미흡하다. 다시 말해 시설 건축 기준은 있어도,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에 대한 국가 차원의 기준은 허술하다. 방위사업법은 무기 품질과 납기를 관리하지만, 생산 현장의 작업자 안전은 일반 산업안전보건법에 맡겨 두고 있다. 폭발물을 다루는 작업장에 범용(汎用) 노동법규만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구조적 공백이 생긴다.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은 방산 사업장에 접근할 수 있지만, 고체 추진제의 화학적 특성이나 로켓 충전 공정의 위험도를 정밀하게 평가할 전문 역량을 갖추기 어렵다. 반면 국방부·방위사업청은 공정의 위험성을 잘 알면서도, 납품 받은 완제품에 집중할 뿐 생산 공정의 근로자 안전을 체계적으로 감독하지 않는다. 한쪽은 감독할 권한이 있으나 전문성이 부족하고, 다른 한쪽은 전문성이 있으나 감독 책임을 지지 않는다. 이런 공백 속에서 13명이 희생된 것이다.

한화 측은 사고 직후 세척 작업이 상대적으로 덜 위험한 작업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사고 현장에 CCTV조차 설치돼 있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덜 위험하다'는 자체 판단이 감시와 관리의 공백을 낳은 것이다. 안정성을 스스로 평가하도록 해 놓은 자기 평가 구조 자체가 문제였던 것이다. 무기 생산공정의 위험도를 기업 스스로 판단하고, 관리하고, 보고하도록 정부가 사실상 방치해 두고 있었던 것이다.

산재를 발생시킨 기업을 비판하는 것은 정당하다. 그러나 그 비판의 화살이 기업에만 향하고 정부는 비판 당사자 또는 구경꾼으로 남게 된다면 문제다. 정부가 발주하고, 정부가 대금을 지급하고, 정부의 안보 수요를 충족시키는 사업장에서 발생한 재해다. 발주자로서의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은 사고 원인의 절반을 보지 않는 것이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정부는 먼저 방산 사업장을 위한 별도의 안전 감독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고용노동부와 방위사업청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방산 사업장 안전 전문 감독팀’을 신설하고, 화약류·추진제 취급 공정에 특화된 전문 감독관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다음으로, 방위사업 계약 구조를 바꿔야 한다. 계약 금액에 안전투자 비용을 별도 항목으로 명시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을 중단하거나 차기 발주에서 제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가 계약 단계에서 안전투자를 강제하지 않았다면, 기업이 이윤 극대화를 택한 것은 적어도 절반은 예상 가능한 결과였다.

마지막으로, 공정 무인화에 대한 국가 지원이 요구된다. 고체 추진제 충전, 세척, 이형 작업은 기술적으로 자동화가 가능한 영역이다. 민간 기업이 단기 수익성을 이유로 무인화 투자를 미룰 때, 국가가 방산 안보의 관점에서 기술 개발과 설비 전환을 지원해야 한다. 사람이 폭발물 앞에 서는 횟수를 줄이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재발방지다.
이 사고는 기업의 안일함뿐 아니라, 국가가 위험한 일을 민간에 발주하면서 그 안전을 제대로 감독하지 않은 구조의 산물이다. 정부는 수조 원의 방산 계약을 발주하는 갑이다. 갑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13명의 이름이 새겨진 묘비 앞에서 ‘재발방지’ 하겠다고 고개를 숙이는 것이 기업만의 다짐이 되어서는 안된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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