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DC형은 운용성과에 따라 근로자의 퇴직급여가 달라지므로 가입자의 이해와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중요하다. 그러 나 기존 계약형에서는 법적으로 교육을 의무화했음에도 실효성이 거의 없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기금형마저 이러 한 관행을 답습한다면 제도의 외형은 바뀌어도 가입자의 실질적인 역량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실태를 살펴보자. 2023~2024년 가입자교육 실적은 평균 110.6%로 교육 대상자 수를 웃돌았다. 수치만 보면 교육 이 충실하게 이루어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교육 방법은 서면교육 64.1%, 이메일교육 43.5%, 대면교육 3.0%로 나타난다.
이처럼 서면과 이메일 중심의 교육이 과연 가입자의 이해도와 실제 운용능력을 높였는지는 의문이다. 자료를 발송하는 것과 실제 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은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근로자가 많은 대형 사업장에 가입자교육 자료를 트럭 한 대 분량으로 보냈지만, 자료가 그대로 폐기 장소로 향했다는 이야기까지 회자된다. 과장된 일화일 수 있지만, 형식적인 교육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교육 이수 실적만 채우다 보니 정작 교육의 목적은 뒷전으로 밀려난 것이다.
문제는 기금형에서도 이러한 관행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기금형 도입 논의에 참여한 전문가들 사이 에서도 가입자교육은 충분히 논의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금형에서는 가입자교육을 수탁자 책임의 일부 로 보고, 수탁자가 교육의 기획과 실행에 책임을 져야겠지만 누가 책임지는지 주체만 정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교육의 실효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까지 제도 설계에 반영해야 한다.
가입자교육의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은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금융상품과 투자에 대한 이해도 를 높이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에 가입자의 선택 부담을 줄이는 디폴트옵션이나 집단적 운용을 활용하는 CDC형 제도 등이 대안으로 논의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가입자교육을 없애는 것이 답일까? 효과가 낮은 교육을 유지하는 것도 문제지만, 어렵다는 이유로 교육의 필요성까지 부정하는 것은 곤란하다. 필요한 것은 교육의 폐지가 아니라 방식의 근본적인 전환이다.
가입자가 교육 콘텐츠를 학습하고 핵심 내용을 확인하는 평가와 질의응답을 거치도록 하는 방식이다. 자료 발송 건수가 아니라 학습 참여도와 이해도, 교육 이후의 행동 변화를 중심으로 성과를 평가해야 한다.
사용자의 책임도 중요하다. 수탁자가 교육을 주관하더라도 근로자의 참여를 위한 시간과 여건은 사용자의 협조 없이는 마련하기 어렵다. 사용자 책임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교육은 다시 형식적인 의무 이행에 그칠 가능성이 크 다. 따라서 수탁자의 교육 책임을 명확히 하는 동시에 사용자의 협조 의무도 제도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글로벌에픽 성기환 CP / keehwan.sung@daum.net]
<저작권자 ©GLOBALEPIC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