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기술 행사를 외부에 처음 개방
현대차그룹은 21일 서울 양재 본사에서 국내 기업 IT 리더와 미디어를 대상으로 기술 컨퍼런스 '소프티어 테크톡 오프데이 2026'을 열었다. 소프티어 테크톡은 그룹 IT 임직원이 한 해 동안 수행한 프로젝트의 성과와 교훈을 나누는 사내 행사로, 2023년부터 매년 열려 왔다. 외부 공개는 올해가 처음이다.
진은숙 현대차·기아 ICT담당 사장은 행사에서 추진 배경을 밝혔다. 올해 4월 부회장 산하에 AI 거버넌스 태스크포스팀(TFT)이 꾸려졌고, 그룹은 2년 안에 AX를 끝내겠다는 목표로 출발했다. 진 사장은 "2년 후에도 이 TFT가 있다면 AX는 실패한 것"이라며, 내년 6월이면 과제를 마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진 사장은 기반의 중요성도 짚었다. 그는 "디지털 전환(DX)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AX를 하는 것은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것과 같다"며 "이런 기반 기술을 인정해 줄 탑레벨 경영진이 있느냐가 회사의 AI 성패를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AI 이전에 다진 디지털 전환의 토대 현대차그룹은 AX에 앞서 DX를 추진해 왔다. 업무 관리·지식 공유 플랫폼과 클라우드 기반 협업 환경을 도입해 조직 곳곳에 흩어져 있던 정보와 업무 기록을 한곳에 쌓았다.
그 결과 전 세계 약 1200만 대의 커넥티드카에서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수집해 약 140페타바이트(PB) 규모의 차량 센서 데이터를 확보했다. 수십 개 법인의 고객·품질·판매 데이터는 7000개 이상의 데이터 파이프라인으로 통합 관리한다.
이 토대 위에서 그룹은 2023년 사내 생성형 AI 플랫폼 '에이치 챗(H Chat)'을 선보였다. 현재 그룹 임직원의 70% 이상이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자율주행·수소처럼 국외 이전이 엄격히 통제되는 국가 핵심기술 분야에서도 정부 방침을 지키며 클라우드를 쓸 수 있도록 보안 기준을 마련했다. 올해 7월부터는 이 부문까지 H Chat 활용 범위를 넓혔다.
현장에 뿌리내리게 한 세 가지 원칙
AI 과제가 사내 시범 운영에서는 성과를 내고도 현장에 정착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풀기 위해 공통 플랫폼, 현업 신뢰, 데이터 관리 체계에 집중했다.
먼저 검색·챗봇·에이전트 기능을 공통 플랫폼으로 만들었다. 새 서비스를 처음부터 개발하지 않고 필요한 기능을 골라 빠르게 적용할 수 있게 했다. 사업장마다 따로 운영하던 AI 모델도 하나로 합쳤다. 차량 조립 순서 오류를 잡아내는 차량 식별번호(VIN) 인식 AI는 현재 국내외 73개 공정에 적용되고 있다.
박근한 현대차·기아 머신러닝랩 상무는 "AI 과제의 성패를 가른 것은 AI 기술 자체가 아니라 현장의 문제를 반영한 명확한 문제 정의, 공통 플랫폼, 현업 부서가 주도하는 지속 가능한 데이터 관리 체계였다"고 말했다. 그는 "현장의 제약을 하나씩 풀며 구축한 시스템은 쉽게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사 확산이 드러낸 새 과제
AI가 전사로 퍼지면서 관리 과제도 생겼다. 현대차그룹은 비개발자 임직원이 만든 업무 도구가 개인 PC에만 머물지 않고 동료와 공유되도록 사내 배포 플랫폼 'H-Launch'를 이달 선보인다.
AI 에이전트가 업무 시스템과 연동되는 상황에도 대비한다. 직원 사번처럼 에이전트에도 고유 ID를 부여하고 모든 활동을 기록하는 관리 체계를 구축한다. 데이터 삭제 등 되돌리기 어려운 작업은 사람의 승인을 거치도록 했다.
피지컬 AI 인프라 구축 목표
자율주행·로보틱스 등 피지컬 AI 개발을 뒷받침할 인프라도 단계적으로 갖춘다. 대규모 GPU 자원이 필요한 조직에 서비스 형태로 제공하는 'GPU 서비스(GPUaaS)' 운영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
올해 4분기부터 대규모 GPU와 자체 개발 AI 플랫폼으로 기반 역량을 다진다. 이후 규모를 키우고 자동화를 고도화해, 2029년 하반기부터는 새만금 AI 데이터센터에서 1만 장 이상의 GPU로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이 목표다.
"빠르게 배우고, 빠르게 잊고, 다시 배우는 조직"
각 세션 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참석 기업들은 AX 추진 과정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진은숙 사장은 "어떤 기술이 등장하더라도 빠르게 활용해 사업 성과로 이끌어내는 조직 문화가 가장 중요하다"며 "빠르게 배우고, 빠르게 잊고, 다시 배우는 조직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22일 둘째 날 일정으로 데이터·클라우드 등 AX 기반 기술과 생산·물류·보안 분야의 AI 적용 사례를 다루는 12개 세션을 이어 간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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