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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에서 창업주 아들로’ … 세라젬 ‘낯선 승계’ 안팎

30대 외동딸은 경영 관심 밖 … 혈연 대신 실력자 낙점

2026-10-21 12:05:11

이환성 회장과 이경수 대표 (AI 생성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이환성 회장과 이경수 대표 (AI 생성 이미지)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이환성 세라젬 회장의 낯선 경영승계 방식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이 회장은 자신보다 열 일곱 살 어린 이경수 대표에게 회사를 물려주기 위해 아들이 되어 달라고 제안했다. 이 대표의 첫 반응은 거절이었다. 2003년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23년을 함께한 사이였지만, 경영 협력과 법적 부자 관계는 다른 문제였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설득 끝에 지난해 성인 입양을 마쳤고, 올해 전체 발행주식의 10%를 증여했다.

“처음에는 입장 제안 거절 … 부모도 반대”
이 대표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 회장이 지난해 자신을 카페로 불러 입양을 제안했는데 처음에는 거절했고 친부모도 반대했다. 이후 이 회장의 설득과 양측 가족의 동의를 거쳐 입양 신고를 마쳤다”고 밝혔다. 법적 부자가 된 뒤에도 두 사람은 서로를 ‘회장님’, ‘이 대표’라고 부른다.

이 회장에게는 30대 외동딸이 있다. 딸은 세라젬에 재직하지 않으며 경영에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딸의 재산 배분에 관한 합의 여부는 공개되지 않았다.

신입사원에서 중국 총판 사업가로
1978년생인 이 대표는 전략기획과 마케팅, 국내외 영업을 거쳐 본부장에 올랐다. 외부에서 영입한 전문경영인이 아니라 내부에서 성장한 경영자다. 전환점은 2017년이었다. 이 대표는 직접 사업을 하겠다며 사표를 냈고, 퇴직금과 아파트를 판 돈으로 중국 쓰촨성에서 세라젬 총판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 회장은 도전을 응원했다. 이듬해 한국에 잠시 돌아온 그에게 국내 사업을 맡아 달라고 요청했다.

창업주가 후계자로 낙점한 것은 이런 사업가 기질과 위험을 감수한 실행력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이후 거의 매일 사업을 논의하며 신뢰를 쌓았다.

사업 실적으로 이어진 신뢰
2018년부터 국내 사업을 맡은 이 대표는 척추 관리 의료기기 중심이던 사업을 의료가전으로 넓혔다. 2019년에는 카페와 제품 체험 공간을 결합한 ‘웰카페’를 도입했다. 회사 설명에 따르면 국내 전략사업부문 매출은 2018년 208억원에서 2021년 4964억원으로 약 24배 늘었다. 이 대표는 2021년 말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순서가 통상적인 혈연 승계와 다르다. 가족이 된 뒤 경영을 배운 것이 아니라, 경영 성과를 인정받은 뒤 가족이 됐다. 다만 성장의 공을 한 사람에게만 돌리기보다 제품과 조직, 시장 변화를 함께 놓고 평가해야 한다.

주식만 주면 되는데, 입양까지 한 이유

세라젬은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경영 연속성, 지배구조 안정성을 위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여러 대안을 검토한 끝에 성인 입양을 택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스톡옵션도 고민했다. 스톡옵션은 보상이지만 입양과 증여는 소유권 이전이라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

법적으로 양자가 된 이 대표는 법정 상속인 지위를 갖는다. 지분을 한꺼번에 증여하면 세 부담이 크기 때문에 여러 해에 걸쳐 승계하는데, 그 사이 상속이 발생해도 남은 지분을 물려받을 자격이 생긴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상속인 지위가 곧 남은 주식 전부를 받는다는 뜻은 아니다. 최종 배분 구조는 공개되지 않았다.

첫 증여는 올해 4월 이뤄졌고 증여세 신고도 마쳤다. 이 대표는 증여세를 5년간 나눠 내겠다고 밝혔다. 세라젬은 현재 회사 규모에서는 가업승계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어 세제와 무관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추가 지분 이전은 기업 성장과 지배구조 안정성을 고려해 검토하며, 시기와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다. 이 대표는 최종적으로 최대주주가 되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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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양행·스즈키와 다른 길
비혈연 승계는 국내외에 사례가 있지만 방식이 다르다. 유한양행은 창업주 유일한 박사가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기고 재단 등에 지분을 남겨 소유와 경영을 분리했다. KSS해운은 창업주 퇴진 뒤 전문경영인 체제와 우리사주조합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갖췄다. 일본 스즈키의 오사무 스즈키는 혼인으로 창업 가문에 들어가 입양과 성씨 변경을 거친 사위 입양 사례다.

세라젬은 혼인이 아니라 오랜 고용·경영 관계를 바탕으로 법적 가족이 됐다. 후계자로 자신과 피를 나눈 사람이 아니라 회사를 이어갈 사람을 선택한 것이다. 그러면서 그에게 회사를 맡기는 방법으로 법적 가족을 택했다. 이 실험의 성패는 앞으로의 지분 이전 과정과 경영 성과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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