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국책연구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김태완 선임연구위원·한수진 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노인 빈곤 개선을 위한 정책 연계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상대 빈곤율은 35.9%에 달한다. 전체 가구 평균 빈곤율(15.3%)의 두 배를 웃도는 수준으로, 한국 노인 3명 중 1명은 중위소득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현행 소득보장 체계의 최대 문제점으로 '재정 집행의 불균형'과 '제도 간 상충'을 짚는다. 소득 하위 70%에 막무가내로 동일한 금액을 뿌려주는 획일적 구조를 깨고, 소득이 낮을수록 더 두텁게 지원하는 '하후상박(下厚上薄)' 방식으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월 17만원' 부족한 9.8%…'핀셋 타깃팅'으로 빈곤율 급감 가능
보고서가 제안하는 핵심 전략은 한정된 예산의 '선택과 집중'이다. 전체 노인 중 빈곤 기준선(월 163만9천원) 바로 아래에 위치한 중위소득 40~50% 미만 구간 노인은 9.8%에 달한다. 이들이 빈곤층에서 벗어나는 데 필요한 금액은 중간값 기준 한 달 평균 17만7천원에 불과하다.
극빈층인 중위소득 30% 미만 구간의 빈곤 갭(월 84.4만원)이나 30~40% 미만 구간(월 49.2만원)에 비해 훨씬 적은 자원 투입으로도 확실한 빈곤 탈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요충지'인 셈이다.
재정 효율성 측면에서 소득 하위 70% 전체에 얇고 넓게 흩뿌려지는 현행 기초연금 재원을 재조정해 이들 40~50% 미만 계층에 집중 투입할 경우, 국가 전체 노인 빈곤율을 단기간에 20%대 후반으로 신속히 끌어내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수급 대상 선정 기준이 지속 완화되면서 고소득 노인층까지 대거 포함된 현행 방식은 세대 간 형평성 논란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빈곤의 아랫목까지 정책적 온기를 전달하지 못하는 역설을 낳고 있다.
현행 복지 제도가 노인의 자립과 근로 의욕을 오히려 꺾고 있는 '제도적 상충'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하루 생계가 막막한 극빈 노인(중위소득 30% 이하)에게 공익형 일자리를 제공하더라도,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보충성 원칙' 때문에 일해서 번 소득만큼 생계급여가 차감되는 구조다. 일을 열심히 할수록 복지 수혜가 줄어드는 모순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인 근로소득에 대한 공제율을 대폭 확대해 일해서 얻는 소득이 실질 가계 소득 증가로 이어지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아울러 자산이 주택에 묶여 있는 중산층 이상 노인(중위소득 50% 이상)에게는 주택연금을 통한 자산 유동화와 민간 일자리 연계를 유도하고, 근로 불능 취약계층을 위한 긴급 의료지원 및 통합돌봄망을 병행 구축하는 다층 사회안전망 재설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글로벌에픽 성기환 CP / keehwan.s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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