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업계의 시선은 조회수 숫자에 머물지 않는다. 기업들이 관심 갖는 질문은 더 근본적이다. 뷔를 본 소비자가 실제로 소주를 샀나. 에스파의 팬들이 신라면을 반복 구매했나. 조회수가 높다는 것은 브랜드 인지도의 시작일 뿐, 결국 증명해야 할 숫자는 매출액이다.
이는 콘텐츠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과 실제 구매력 사이의 간극을 기업들이 명확히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바이럴 콘텐츠는 많지만, 현지 유통망의 한계나 문화적 차이로 인해 모든 조회가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다. 기업들은 이 갭을 메우기 위해 마케팅 전략 자체를 재설계했다.
이미지 확대보기전략의 전환: 광고 모델에서 팬덤 경제로
이러한 전환은 국내 식음료 기업들이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방식 자체를 바꿔 놓았다.
과거 해외 마케팅의 공식은 현지 유명인을 광고 모델로 고용하고, 유통망을 확보하고, 제품을 진열하는 것으로 끝났다. 이제는 K팝 스타를 '글로벌 앰배서더'로 세우고, 유튜브와 틱톡 같은 디지털 콘텐츠로 글로벌 팬덤을 사로잡으며, 그 팬덤의 구매력이 실제 매출로 연결되는지까지 추적한다.
이 전략이 가능해진 이유는 K팝 팬덤의 특성에 있다. K팝 스타들은 라이브 방송, 예능, 음악 방송, 일상 브이로그 등으로 10대·20대 팬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한다. 할리우드 배우들이 주로 시상식 같은 행사에서만 특정 브랜드를 입히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기업들은 데이터 기반으로 누구를 타깃으로 할지를 정밀하게 계산한 뒤 앰배서더를 선정한다. 럭셔리 브랜드들의 사례를 보면, 아이돌은 젊은 세대를 겨냥한 의류·주얼리 부문에 집중되며, 발탁된 K팝 스타의 평균 연령은 27세 정도다.
수익으로 검증된 영향력
온오프라인 채널의 통합: 광고의 재생산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마케팅 전략은 온오프라인 채널의 경계를 무너뜨렸다. 진로의 캠페인이 뉴욕 타임스퀘어, 토론토, 베이징, 도쿄, 호찌민, 마닐라, 시드니 등으로 확산된 방식을 보면, 처음부터 오프라인 광고와 디지털 콘텐츠가 동시에 설계되어 있다.
이 구조의 핵심은 광고의 '재생산'이다. 뉴욕 타임스퀘어의 대형 전광판에 캠페인 영상이 흐를 때, 현지 소비자들은 이를 직접 촬영해 SNS에 올린다. 오프라인 옥외광고가 다시 온라인 콘텐츠로 재생산되면서 전파력은 배가 된다. 기업이 직접 집행하는 마케팅 비용은 제한적이지만, 소비자 생성 콘텐츠(UGC)를 통해 유기적 확산을 유도하는 효율적 전략이다.
이미지 확대보기기업별 다각화 전략: 글로벌 앰배서더 시대의 개막
기업들의 글로벌 앰배서더 제도 도입은 비교적 최근의 현상이다. K팝 그룹들이 해외 시장에서 충분한 인지도와 팬덤을 확보한 2024년 중반 이후, 국내 식음료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이 전략을 채택하기 시작했다. CJ제일제당은 2025년 5월 세븐틴을 비비고의 첫 글로벌 브랜드 앰배서더로 발탁했고, 롯데웰푸드도 같은 해 5월 스트레이 키즈를 빼빼로 앰배서더로 선정했다. 농심은 2025년 11월 에스파를 신라면의 글로벌 앰배서더로 발탁했으며, 삼양식품은 2026년 2월 보이넥스트도어를 불닭의 글로벌 캠페인 모델로 공식 선택했다.
각 기업의 선택 이후 전개 방식은 단순하지 않다. CJ제일제당 비비고는 'Taste What's Beyond'라는 메시지와 함께 광고, 협업 제품, 온라인·오프라인 이벤트를 동시에 진행했으며, 동시에 미국 시장에서는 한국계 할리우드 배우 랜들 박을 별도 앰배서더로 기용해 K팝 팬덤과 미국 주류 대중문화 팬층을 동시에 공략했다.
삼양식품의 불닭은 보이넥스트도어를 모델로 발탁한 뒤 단순 광고 영상을 넘어섰다. 보이넥스트도어의 히트곡 'Earth, Wind & Fire'를 불닭 캠페인 버전으로 재제작하고 숏폼 콘텐츠를 연달아 공개했다. 매운맛을 단순한 미각 자극이 아니라 자신감을 상징하는 문화 코드로 확장한 것이다.
롯데웰푸드는 스트레이 키즈를 통해 상품 판매를 넘어 문화 확장을 시도했다.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옥외광고와 함께 '빼빼로데이' 체험 행사를 진행했고, 국내 기념일을 글로벌 문화 이벤트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실제로 2024년 빼빼로는 약 50개국에서 701억원의 수출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약 30% 성장했고, 수출 물량도 처음으로 1억개를 넘어섰다.
한류와 K푸드의 경제 동반 성장
이런 현상들은 단순한 광고 전략의 변화가 아니라, 더 큰 경제 구조의 일부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6년 7월 발표에 따르면, 한류산업 수출이 1억 달러 증가할 때 한류 연관산업 수출은 2.02억 달러 늘어난다. K팝 콘텐츠의 성공이 단순히 음악 산업에만 머물지 않고 화장품, 식품, 관광 등 소비재 전반을 견인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한류와 K푸드의 동반 성장이 수치로 명확하게 나타나고 있다. 2024년 K푸드 플러스 수출액은 130.3억달러로 역대 최고실적을 달성했고, 2025년에는 136.2억 달러로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했다. 이 같은 성장 추세 속에서 라면, 과자류, 음료, 쌀가공식품 등 한류 콘텐츠와 직접 연계된 품목들이 수출의 주역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뷰티 산업도 K뷰티라는 태그 아래 연평균 21.3%의 급성장을 기록하며 한류의 경제적 영향력이 얼마나 광범위한지를 보여준다.
이미지 확대보기조회수를 넘어 매출로: 남은 과제
그러나 기업들은 이미 다음 단계를 계산하고 있다. 각 기업이 마주친 가장 큰 과제는 '조회수를 판매량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진로의 5억뷰, 신라면의 2억7000만회, 비비고의 5억회는 모두 인상적인 수치다. 하지만 이 수치들이 얼마나 반복 구매로 이어졌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뷔를 보고 클릭한 해외 소비자가 실제로 소주를 사는 결정을 내렸는지, 에스파를 본 이후 신라면을 습관적으로 구매하는 소비자가 얼마나 유지되는지를 추적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빼빼로의 성장은 의미가 깊다. 수출 매출 30% 증가와 1억개 돌파는 단순히 조회수가 높았다는 것이 아니라, 한류 팬덤이 실제 구매력으로 변환되었다는 명확한 증거다.
글로벌 소비 트렌드와 K팝의 만남
이 현상을 이해하려면 글로벌 소비자, 특히 MZ세대의 구매 행동 변화를 살펴봐야 한다. 소셜미디어가 구매 결정에 미치는 영향력이 과거 어느 때보다 크다. 10대·20대 소비자의 상당수는 브랜드 광고를 통해 제품을 알기보다는, 팬이 따르는 인플루언서나 아이돌의 영향으로 구매 결정을 내린다. K팝 스타라는 이미 검증된 영향력 있는 인물을 통해, 기업들은 광고 신뢰도를 확보할 수 있다.
또한 디지털 마케팅의 성숙이 이를 뒷받침한다. 기업들은 더 이상 일방적인 광고 메시지만 전달하지 않는다. K팝 스타와의 협업 제품을 만들고, 팬들이 참여할 수 있는 온라인·오프라인 이벤트를 기획하고, 사용자 생성 콘텐츠가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한다. 팬덤이 품질을 검증하고, 커뮤니티가 입소문을 확산시키는 생태계가 완성된 것이다.
조회수에서 매출로의 진화
결국 기업들이 증명해야 할 숫자는 조회수가 아니라 해외 매출이다. K팝의 팬덤을 빌려 브랜드를 알리는 단계는 이미 넘어섰다. 이제 식품업계가 보여줘야 할 것은 얼마나 많은 해외 소비자를 단순한 시청자에서 반복 구매 고객으로 전환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하이트진로, 농심, CJ제일제당, 삼양식품, 롯데웰푸드가 앞다퉈 글로벌 앰배서더를 내세우는 배경에는 이미 검증된 마케팅 수익 공식이 있다. 그리고 그 공식을 확대 재생산하기 위해, 기업들은 이제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콘텐츠 조회수에서 출발했지만, 결국 도달해야 할 목표는 글로벌 매출액의 지속적 성장이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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