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성경은 재판하는 자의 자세에 대해 분명히 말한다. “재판은 하나님께 속한 것인즉 너희는 사람의 낯을 두려워하지 말고”(신명기 1장 17절). 지금 법정 밖에서는 이미 유죄가 선고된 것처럼 여론이 들끓고 있다. 그 여론의 낯을 두려워한 나머지 법정 안의 결정이 하염없이 미뤄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는 우려한다.
법원이 이미 두 차례에 걸쳐 구치소 밖에서의 치료를 감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면, 그 판단의 근거는 보석을 정하는 자리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마땅하다. 우리 법에는 가두느냐 푸느냐의 두 갈래만 있는 것이 아니다. 주거를 자택으로 묶고, 사건 관계인 접촉과 출국을 막고, 보증금을 걸게 하는 조건부 석방 제도가 이미 마련되어 있다.
전례는 분명하다. 올해 4월 법원은 한 종교 지도자에 대해 지병으로 주기적 치료가 필요하고, 얼굴이 널리 알려져 도주가 어렵다는 이유로 보증금 1억 원과 자택 거주, 증인 접촉 금지를 조건으로 보석을 허가했다. 2019년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같은 방식으로 보석 석방되었다.
법원에 요구한다. 첫째, 보석 여부를 즉시 결정하라. 심문이 끝난 지 보름이 넘도록 침묵하는 것은 재판부의 직무 유기에 가깝다. 둘째, 허가한다면 주거 제한과 접촉·출국 금지, 지정 병원 치료, 정기 보고 같은 조건을 촘촘히 붙여 우려를 관리하면 될 일이다. 셋째, 허가하지 않을 생각이라면, 치료를 밖에서 가능하다고 인정하면서 조건부 재판만 불가능하다고 하는 그런 모순을 국민 앞에 논리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설명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법리가 아니라 편견에 따른 결정이라는 뜻이다.
무죄추정 원칙은 평판이 좋은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장식이 아니다. 이미 여론의 재판이 끝난 사람 앞에서도 법정이 사람의 낯이 아니라 원칙 위에 서 있을 때만, 그 말은 살아 있는 법이 된다. 오늘 이만희 총회장에게 적용되는 기준은, 내일 우리 모두에게 그대로 돌아온다. 법원은 더 이상 결정을 미룰 명분이 없다.
[글로벌에픽 김동현 CP / kuyes2015@naver.com]
<저작권자 ©GLOBALEPIC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