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프로듀싱 그룹 이스트사운드의 석무현 대표는 이 질문에서 공연을 시작했다. 8월 29일 동대문 광무대에서 펼쳐질 퓨전국악 그룹 하늘의 공연 '낙양동천이화정'이 그 답변이다.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의 '2026 신진국악실험무대' 선정작으로 벌써 전석이 매진된 이 공연은, 단순히 음악을 발표하는 것을 넘어 한국 국악이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작품이다.
장수는 이제 '시간'으로 읽는다
오복을 현대로 끌어올 때 가장 앞에 오는 것이 수(壽), 즉 장수다. 석무현은 여기서 과감히 방향을 틀었다. 단순한 장수의 개념이 아니라 '자신이 시작한 이야기를 끝까지 살아내고 바라던 결과를 직접 마주할 수 있는 시간'으로 해석한 것이다. 얼마나 오래 사느냐가 아니라, 자신의 인생을 완성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이 복이라는 의미다.
이후 부(富), 강녕(康寧), 유호덕(攸好德), 고종명(考終命)으로 이어지는 나머지 복들도 같은 방식으로 재해석된다. 각각 다른 음악과 장면이 담당하되, 오복의 글자 의미를 그대로 옮기기보다 오늘을 살아가는 관객이 자신의 삶 속에서 찾을 수 있는 형태로 만들었다. 공연은 단순히 고전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고전과 현대를 엮으며 관객 스스로가 질문하고 답하도록 이끈다.
사방신으로 뭉친 네 명의 뮤지션
무대 위에 서는 것은 해금, 태평소, 판소리, 가야금 연주자 네 명이다. 각기 다른 악기가 만드는 음악적 색깔이 공연의 토대가 된다. 여기에 석무현은 사상적 상징을 더했다. 청룡, 백호, 주작, 현무라는 사방신(四方神)이 각 멤버에 대응되는 것이다.
단순한 캐릭터 설정이 아니다. 각 악기의 고유한 특성을 사방신의 이미지와 연결함으로써 퓨전국악 그룹 '하늘'이 제시하는 세계관을 음향적으로도 시각적으로도 완성했다. 네 명의 악기 소리가 모여 하나의 우주를 이루는 방식이다. 이는 석무현의 프로듀싱 방식을 잘 드러낸다. 음악을 먼저 만들고 나중에 이야기를 얹히는 것이 아니라, 아티스트가 지닌 음악적 특징에서 출발해 캐릭터, 서사, 공연 형식까지 하나의 생명체처럼 설계하는 것이다.
객석의 목소리 없이는 완성될 수 없는 무대
이는 국악의 본질로 돌아가는 시도다. 전통에서 국악은 공연자와 관객의 상호작용 속에서 비로소 완성되는 예술이었다. 무대 위 소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객석에서 들어오는 목소리가 더해져야 온전한 음악이 된다는 뜻이다. 석무현은 현대의 공연장 문화 속에서 그 본질을 되살렸다.
이미지 확대보기음악 너머로 아티스트를 경험하게 하다
이는 기존 음악 프로듀싱의 관행과 다르다. 일반적으로 곡을 먼저 완성한 후 무대를 구성하지만, 석무현은 아티스트의 음악적 특징을 출발점으로 삼아 콘셉트와 캐릭터, 공연 형태, 관객 참여 방식까지 모두를 함께 설계했다. 하나의 음악을 듣는 것이 아니라, 하늘이라는 아티스트를 그 음악과 공연의 모든 층위에서 경험하도록 만든 것이다.
'낙양동천이화정'이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으로부터 신진 창작 무대로 선정되고 공연 전날 티켓이 매진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미 나온 것을 다시 무대에 올리는 것이 아니라, 국악이라는 장르 자체에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의 답을 무대로 완성했기 때문이다.
처음 결과물, 앞으로의 시작
이스트사운드는 '낙양동천이화정'을 시작점으로 본다. 석무현과 이스트사운드는 앞으로도 하늘의 음악과 공연 콘텐츠를 이어가되, 장르와 형식에 제한을 두지 않고 다양한 크리에이터들과 협업하며 새로운 음악 콘텐츠를 개발할 계획이다.
한국 국악의 미래가 이렇게 시작되는 것일 수도 있다. 전통을 현대로 번역하되 그 과정에서 정체성을 잃지 않고, 오히려 음악의 본질을 더욱 명확히 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8월 29일, 동대문 광무대는 그 가능성의 무대가 된다.
공연정보
공연명: 낙양동천이화정(樂壤同天理和情)
출연: 퓨전국악 그룹 하늘
프로듀싱: 이스트사운드(석무현 대표)
일시: 2026년 8월 29일(토) 오후 5시
장소: 동대문 광무대
후원: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선정: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2026 신진국악실험무대' 창작 분야
[글로벌에픽 이성수 CP / wow@globalepic.co.kr]
<저작권자 ©GLOBALEPIC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