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정상혁 신한은행장이 올 연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재연임 여부를 놓고 또 한 번의 평가를 받게 된다. 지난 2024년 12월 금융권 관례를 깨고 ‘2년 파격 연임’에 성공한 지 1년 반 만이다. 검증된 경영 성과와 진옥동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무기로 삼고 있지만, ‘4년 장수 행장’에 대한 조직 쇄신 요구, 2025년 리딩뱅크 왕좌 상실, 진행 중인 내부통제 검사라는 복합 변수가 얽혀 있다. 금융권 최고경영진 교체 사이클이 점차 짧아지는 가운데, 그의 재연임은 단순한 실적 평가를 넘어 복잡한 이해관계와 정치학이 작동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2024년 탁월한 실적으로 '파격 연임'
정상혁 행장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입증된 경영 실적이다. 취임 첫 해인 2024년 신한은행은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 3조6954억원을 기록하며 6년 만에 리딩뱅크 자리를 탈환했다. KB국민은행을 앞선 것은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가졌다. 조직의 실행력과 경영진의 전략적 판단이 동시에 인정받은 결과였다.
비이자이익 확대는 더욱 두드러진 성과였다. 취임 당시 5206억원 수준이었던 비이자이익을 2025년 9448억원까지 끌어올렸다. 자산관리(WM), 투자금융 수수료, FX·파생상품 등에서 고른 성장을 이뤄냈으며, '이자수익 의존 탈피'라는 오랜 과제를 실질적으로 진전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책무구조 최초 도입 규제 당국과 신뢰 구축 2024년 파격 연임의 또 다른 배경은 금융당국과의 관계였다. 신한은행은 금융권 최초로 내부통제 책무구조(Governance Structure)를 도입·제출하며, 강화되는 지배구조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했다. 금융감독원이 강조하는 ‘책무구조’ 철학을 가장 적극적으로 수용한 사례로 꼽히며, 당국으로부터 높은 신뢰를 얻었다.
이러한 움직임은 단순한 규제 준수를 넘어 금융사의 내부통제 문화를 바꾸는 신호로 해석됐다. 결과적으로 정상혁 행장은 금융권 최고경영자 중 당국 신뢰도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인물 중 하나가 됐다.
2025년 리딩뱅크 상실과 내부통제 리스크
2026년 현재 재연임 심사는 상황이 달라졌다. 2025년 연간 실적에서 신한은행은 당기순이익 3조7748억원을 기록하며 KB국민은행(약 3조8620억원)에 다시 1위를 내줬다. 특히 기업금융 부문 경쟁에서 밀리며 약 870억원 차이로 왕좌를 놓친 점이 아쉽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 민감한 변수는 내부통제다. 책무구조 도입으로 파격 연임을 얻어낸 직후, 크고 작은 금융사고 이슈가 불거지면서 금융감독원의 정기검사가 현재 진행 중이다. 검사 결과에 따라 '내부통제 책임자'로서의 책임론이 부각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책무구조의 실효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새로운 성장 동력 7월 외환시장 24시간 개방
정상혁 행장에게는 분명한 기회 요인이 존재한다. 오는 7월부터 본격 시행되는 외환시장 24시간 운영과 2027년 예정된 역외 원화 결제망 도입이다. 이는 국내 은행의 글로벌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구조적 변화다.
지배구조 개선안, 기존 인사 관행에 제동 걸다
올 연말 정상혁 행장의 재연임을 둘러싼 가장 큰 변수 중 하나는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기조다. 금융당국이 오는 7월 발표할 예정인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편안'이 본격 도입되면, 그간 금융지주 회장의 의중에 좌우되던 기존 인사 관행에 본격적인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새로운 개편안은 사외이사 중심의 시스템 검증을 강화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지주사 회장이나 대주주의 일방적 결정 방식에서 벗어나, 사외이사를 포함한 보다 독립적인 거버넌스 구조로의 전환을 의도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올해 연말 임기 만료를 앞둔 정상혁 행장의 인선에도 불가피하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는 금융지주 회장의 신임과 경영 성과가 은행장 연임의 핵심 변수였다면, 새로운 지배구조 개선안이 도입되는 2026년 하반기는 사외이사 중심의 객관적 검증 체계가 강하게 작동할 것이라는 의미다. 정상혁 행장의 경우 진옥동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지배구조 개선안이 본격화되면 회장의 의중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새로운 제약 조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4년 장수 행장’ 구조적 한계 넘을까
가장 큰 장애물은 여전히 시간과 관례다. 올 연말이면 정상혁 행장은 취임 후 총 4년의 임기를 채우게 된다. 금융당국과 업계 내부에서는 장기 연임에 대한 피로감과 함께 '조직 쇄신' '세대교체' 논리가 강하게 작동하고 있다. 아무리 경영 성과가 우수하더라도, 새로운 리더십을 통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정상혁 행장에게 유리한 최대 변수는 지주사의 안정성이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3월 정기 주총을 통해 2029년 3월까지 3년 연임을 확정하며 '진옥동 2기 체제'를 공고히 했다. 지배구조가 안정적인 만큼, 급격한 조직 변화보다는 경영의 연속성과 안정성에 방점이 찍힐 가능성이 높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정상혁 행장은 비이자이익 확대, 글로벌 사업 강화, 책무구조 안착 등 진옥동 회장 체제의 핵심 전략을 가장 충실하게 실행한 파트너"라고 평가한다. 회장의 두터운 신임이 재연임의 가장 강력한 버팀목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지배구조 개선안이 본격화되는 올 하반기의 변화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새로운 리스크 변수로 부상했다.
결국 정상혁 신한은행장의 재연임 여부는 경영 성과만으로 결정되지 않을 것이다. 남은 기간 동안 지난해 놓친 리딩뱅크 자리를 어떻게 회복하고, 진행 중인 내부통제 검사에서 책임 관리와 개선 방안을 어떻게 제시할지에 대한 과제를 안고 있다. 동시에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안이라는 새로운 거버넌스 환경에서 사외이사 중심의 객관적 검증을 통과해야 한다는 추가 변수도 있다.
4년 장수 행장이라는 구조적 한계, 진옥동 회장의 신임과 지배구조 개선안 사이의 균형, 그리고 7월 외환시장 개방이라는 새로운 기회까지 올 연말 정상혁 행장의 재연임은 단순한 인사 교체를 넘어, 금융권의 지배구조가 어떻게 변모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의 안정적 성장과 글로벌 도약을 이끌어온 '성과형 행장'이 또 한 번의 신화를 쓸 수 있을지, 올해 하반기가 정말로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글로벌에픽 이상호 CP / sangho@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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