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2일부터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이 순차적으로 이사회를 열고 일본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을 전량 인수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한다. 이번 인수 작업이 완료되면 현대차그룹은 사실상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완전한 주인이 된다.
기아는 이날 임시 이사회에서 소프트뱅크의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약 9.65%를 계열사들과 함께 인수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등 주요 계열사들도 조만간 임시 이사회를 열어 같은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인수 금액은 3억 2,500만 달러로, 우리 돈 약 4,900억 원이다. 이 작업만 끝나면 현대차그룹이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지분 100%를 차지하게 된다.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 2년 안에 시장 진입
정의선 회장이 보스턴다이내믹스에 집착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아틀라스라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대량 생산을 2028년 목표로 추진 중인데, 물리적 인공지능(Physical AI)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시점에서 완전한 통제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기술개발 단계를 거쳐 양산 준비 단계로 접어들었다. 소프트뱅크의 풋옵션(주식을 팔 수 있는 권리) 행사 기한이 이달 21일부터 30일 이내로 정해진 만큼, 정 회장은 이 짧은 창 안에서 완전한 지배권을 확보해야 한다. 행사 기간이 지난 뒤에는 현대차그룹이 콜옵션(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할 수 있지만, 소프트뱅크의 주도권이 아닌 현대차그룹의 주도권으로 인수를 마무리할 수 있게 되는 점이 중요하다.
물리적 AI 시장의 성장세가 가팔라지는 상황에서 아틀라스의 상용화 타이밍은 경쟁력을 좌우한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지난 몇 년간 기술 축적을 거듭해왔고, 이제는 대규모 양산 체제로의 전환이 필요한 단계다. 완전 자회사가 되는 보스턴다이내믹스를 통해 현대차그룹은 기술개발과 생산 전략을 일관되게 추진할 수 있게 된다.
기업가치 수십 배 상승, 정 회장의 '실탄' 확보 기회
이번 인수는 재무적 이득도 상당하다. 현재 시장에서 평가하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기업가치는 약 30조 원 안팎이다. 하지만 2027년에서 2028년 사이로 예상되는 미국 나스닥 상장을 거치면 기업가치가 1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개인 자산 증가를 넘어선다. 현대차그룹의 그룹 경영권 구조 개편 과정에서 그룹 계열사 지분 상속 등을 위한 '실탄'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영권 세습의 현실적 수단이 마련되는 셈이다. 정의선 회장은 이번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를 통해 단기적으로는 휴머노이드 로봇 사업의 주도권을, 장기적으로는 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자금 기반을 동시에 확보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기술 독점과 경영권 강화, 두 마리 토끼 모두 잡다
현대차그룹의 이번 결정은 산업 주도권과 기업 지배 메커니즘을 동시에 장악하려는 정의선 회장의 전략을 보여준다. 보스턴다이내믹스 완전 인수는 기술 독점뿐 아니라 향후 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경제적 기반까지 마련하는 통합 전략이다.
아틀라스 상용화라는 가시적인 목표와 경영권 강화라는 장기적 목표가 이번 투자에서 맞물려 있다.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에서 로봇과 자동화 기업으로의 변신을 추진하는 것 이상으로, 정 회장은 그룹의 미래 지배 체계를 설계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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