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18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99.60포인트(2.25%) 급등한 9,063.84에 장을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9,000선을 넘어선 것은 유가증권시장 개장 이래 최초다. 지수는 장 중 한때 9,106.07까지 치솟으며 연일 패러다임을 바꾸기도 했다. 이로써 코스피 시가총액은 7천413조2천473억원을 기록해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5,000'에서 '9,000'까지 단 5개월…거침없는 폭주 랠리의 발자취
이번 코스피 9,000선 돌파는 지난달 15일 사상 처음으로 장중 8,000 고지를 밟은 지 불과 34일 만이자, 거래일 기준으로는 단 22거래일 만에 거둔 대기록이다. 올해 초 한국 증시가 본격적인 대세 상승장에 진입한 이후, 1,000포인트 단위의 마디지수를 갈아치우는 속도는 가히 천문학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발자취를 되짚어보면 코스피는 올해 1월 22일 사상 최초로 5,000선에 안착하며 전례 없는 ‘5천피 시대’의 서막을 열었다. 상승세에 탄력이 붙으면서 불과 한 달여 만인 2월 25일 6,000선마저 단숨에 돌파했다. 비록 3월 들어 이란 전쟁 등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폭발하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과 함께 70일간의 가혹한 조정기를 거치기도 했으나, 시장이 안정을 찾자마자 지난달 6일 7,000선 고지를 점령했다.
조정 압력을 완벽히 털어낸 증시의 폭주 속도는 이후 더욱 가팔라졌다. 7,000선 돌파 이후 단 9일 만인 5월 15일 8,000선 벽을 무너뜨렸고, 다시 34일 만인 이날 9,000선까지 성큼 가로지르며 한국 자본시장의 지형도를 완벽히 새로 썼다.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고속 질주의 배경에는 미국과 이란 간의 종전 합의라는 메가톤급 호재가 자리 잡고 있다. 뉴욕증시 마감 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종전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는 승전보가 전해지면서 국제유가가 안정세로 돌아섰고, 이는 글로벌 자산시장의 위험선호 심리를 순식간에 자극했다.
새롭게 출범한 케빈 워시 의장 체제의 미 연준이 6월 FOMC에서 연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매파적 행보를 보이며 미국채 금리가 급등했지만, 중동발 평화 모멘텀이 금융 긴축 공포를 완벽히 압도했다.
이날 증시 폭주를 견인한 핵심 동력은 단연 반도체 ‘투톱’의 폭발적인 동반 랠리였다. 시장의 유동성을 무서운 속도로 블랙홀처럼 빨아들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외국인들의 거센 매수세에 힘입어 역대급 기록을 쏟아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 대비 6.51% 급등하는 기염을 토하며, 장중 사상 처음으로 270만원선을 돌파하는 역사적 신기록을 세웠다. 업계 최초로 차세대 인공지능(AI) 메모리인 ‘HBM4E’ 샘플을 글로벌 대형 고객사에 공급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매수세가 걷잡을 수 없이 몰린 결과다.
장 초반에는 개인이 매수세를 주도했으나, 오후 들어 바통을 이어받은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만 1조2천710억원어치를 쓸어 담으며 지수를 하드 캐리했다. 반면 순매도로 돌아선 개인과 기관은 각각 3천753억원, 7천779억원의 매도 우위를 기록했다.
코스피만 웃은 ‘반쪽짜리 불장’…코스닥은 ‘천스닥’ 턱걸이
다만 역대급 기록 뒤에는 극심한 ‘온기 양극화’라는 그늘도 짙었다. 대형 반도체주와 금융주로만 매기가 집중되면서 코스피 시장에서 하락한 종목(791개)이 상승한 종목(109개)의 7배에 달했다.
코스닥 시장은 오히려 폭락세를 보였다. 미국 금리 인상 우려가 가시지 않으면서 자금 조달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되는 바이오·이차전지 대형주들이 일제히 휘청했기 때문이다. 통상 신약 개발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제약·바이오 기업 특성상 긴축 장기화 조짐은 치명타로 작용했다.
이날 코스닥 지수는 31.03포인트(3.01%) 내린 1,000.93에 간신히 턱걸이하며 장중 한때 1,000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알테오젠(-0.94%), HLB(-1.38%), 에코프로비엠(-4.28%) 등이 낙폭을 키웠다.
‘꿈의 1만피’ 가시권 진입…단기 과열 리스크는 숙제
증권가에서는 코스피의 연내 1만선 돌파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이 타깃 지수를 최대 10,400으로 제시한 가운데, 하나증권(10,380)과 KB증권(10,500)도 일제히 눈높이를 올렸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JP모건과 모건스탠리 역시 강세장 시나리오에서 1만포인트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시장 한편에서는 단기 급등에 따른 불안 심리도 감지된다. 이날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지수 급등세 속에서도 오히려 0.75% 오른 80.25를 기록해 80선을 다시 돌파했다. 상승장 속에서도 투자자들의 불확실성 우려가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중동 사태가 일단락되더라도 에너지 공급망이 전쟁 이전 수준으로 정상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차가 존재해 물가 흐름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경고한 점도 시장이 장기적으로 소화해야 할 과제다.
[글로벌에픽 성기환 CP / keehwan.s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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