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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c Why] 삼성금융 5社 수장, 왜 한진그룹 만남에 다 나섰나

금융통합 플랫폼 ‘모니모’ 출발 앞두고 배팅…조원태 ‘상징적 백기사’ 역할도

2026-06-22 09:37:35

삼성금융네트웍스(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 삼성자산운용, 이하 삼성금융)는 18일 삼성생명 사옥(서울 서초구 소재)에서 한진그룹(대한항공, 한진칼, 아시아나, 진에어, 이하 대한항공)과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좌측부터) 대한항공 하은용 재무부문 부사장, 진에어 박병률 대표, 아시아나항공 송보영 대표, 한진칼 류경표 부회장, 대한항공 우기홍 부회장, 삼성생명 홍원학 사장, 삼성화재 이문화 사장, 삼성증권 박종문 사장, 삼성카드 김이태 사장, 삼성자산운용 김우석 대표. [사진=삼성금융]이미지 확대보기
삼성금융네트웍스(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 삼성자산운용, 이하 삼성금융)는 18일 삼성생명 사옥(서울 서초구 소재)에서 한진그룹(대한항공, 한진칼, 아시아나, 진에어, 이하 대한항공)과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좌측부터) 대한항공 하은용 재무부문 부사장, 진에어 박병률 대표, 아시아나항공 송보영 대표, 한진칼 류경표 부회장, 대한항공 우기홍 부회장, 삼성생명 홍원학 사장, 삼성화재 이문화 사장, 삼성증권 박종문 사장, 삼성카드 김이태 사장, 삼성자산운용 김우석 대표. [사진=삼성금융]
[글로벌에픽 성기환 CP] 삼성금융네트웍스(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카드·삼성증권·삼성자산운용)가 과감한 승부수를 꺼내 들었다. 지분 한 주 보유하지 않은 상대 그룹의 협약식에 금융 계열사 수장 5명이 모두 참석한 것이다.

삼성금융은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본사에서 한진그룹 4개사(대한항공·한진칼·아시아나항공·진에어)와 전략적 파트너십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핀테크·인공지능(AI)·디지털 자산을 결합한 공동 신사업 발굴, 항공·운송산업 보험 프로그램 개발, 대한항공 제휴카드 출시 등을 협력과제로 제시됐다.
재계와 금융권의 시선은 협약 내용보다 이날 모인 삼성 측 얼굴들에 쏠렸다. 홍원학 삼성생명 사장, 이문화 삼성화재 사장, 박종문 삼성증권 사장, 김이태 삼성카드 사장, 김우석 삼성자산운용 대표 등 삼성금융 5개사 수장이 나란히 협약 테이블에 앉은 것이다. 반대편에는 우기홍 대한항공 부회장, 류경표 한진칼 부회장, 송보영 아시아나항공 대표, 박병률 진에어 대표 등이 자리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금융 5개사 사장단이 타 대기업과의 외부 업무협약식에 이처럼 한꺼번에 나타난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며 "이재용 회장 주관 사장단 회의나 호암상 시상식 같은 그룹 내부 행사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고 전했다.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현재 삼성 계열사 중 한진칼이나 대한항공 지분을 보유한 곳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자본적 결속 없이 삼성이 이토록 무거운 무게감을 실은 배경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세 가지 실리적 계산이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왜 하필 지금?…6월 28일 '모니모 빅뱅'이 방아쇠 당겨

삼성금융이 한진그룹 수장들을 한 테이블에 불러 모은 직접적인 이유를 찾으려면, 오는 6월 28일을 봐야 한다는 게 금융권 시각이다. 삼성금융이 4년간 공들여온 통합 플랫폼 '모니모'가 바로 그날 계열사 개별 앱을 완전히 흡수하는 '원앱 빅뱅'을 단행하기 때문이다.

삼성금융사는 이미 외부 공지를 통해 오는 28일 자사 모바일 앱 서비스를 종료하고 통합 플랫폼 모니모로 완전히 이관한다고 밝혔다. 2022년 출범 이후 4년 만에 회원 수 1천500만명, 월간활성이용자(MAU) 870만명(4월 기준)을 확보한 모니모가 계열사 개별 앱을 흡수하며 단일 '슈퍼앱'으로 재편되는 분기점이다.
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증권 3사는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니모 구축·운영에 1천600억원이 넘는 비용을 투입했으며, 올해 운영 분담 비용으로 약 1천174억원을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운영 주관사인 삼성카드 부담까지 더하면 실제 투입 규모는 이를 상회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금융의 문제는 은행 계열사가 없다는 구조적 한계다. 이에 카카오뱅크·토스·KB스타뱅킹 등 빅테크·은행 기반 플랫폼들이 일상 금융을 장악한 가운데, 모니모가 경쟁력을 갖추려면 보험·카드·증권 영역 바깥에서 강력한 트래픽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항공이 바로 그 빈틈을 채울 카드라는 분석이다.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을 눈앞에 둔 대한항공은 머지않아 국내외 노선망을 통합한 '메가 캐리어'로 재편될 전망이다. 대한항공이 보유한 글로벌 마일리지 회원 데이터와 트래블 플랫폼 트래픽을 모니모 생태계에 연결하면, 삼성금융은 항공 관련 소비 정보라는 고부가가치 데이터와 새로운 고객층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 플랫폼업계 관계자는 "항공 마일리지 기반 제휴카드나 여행보험 연계 상품은 고객 락인(Lock-in) 효과가 매우 강하다"며 "이달 말 원앱 통합이 완료되는 시점에 대한항공이라는 킬러 콘텐츠를 모니모에 장착하면 빅테크 플랫폼과의 경쟁에서 삼성금융만의 차별화 포인트가 생기는 셈"이라고 짚었다.

여기에 보험·증권·자산운용 등 B2B 금융 영역도 빼놓을 수 없다. 대규모 항공기 도입에 따른 리스 금융, 초대형 항공·운송 보험 프로그램, 항공산업 테마 펀드 조성 등 계열사별 사업 기회가 한꺼번에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지분 투자 한 푼 없이 보험·카드·증권·운용 각 분야에서 실속을 챙기는 구조가 삼성 금융 수장 5명을 한자리에 불러 모은 유인이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그렇다면 반대편 테이블에 앉은 한진그룹은 왜 이 제안을 기꺼이 받아들였을까.

삼성금융은 왜 한진의 '1.78%p 살얼음판'에 주목했나

삼성금융이 한진그룹을 파트너로 선택한 배경에는 순수한 사업 계산 외에 또 하나의 실리가 숨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금융 입장에서 한진그룹은 단순한 항공 파트너가 아니라, 지금 이 시점에 '상징적 우군'의 가치가 극대화되는 특수한 처지에 놓인 상대라는 것이다.

2025년 한진칼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인의 합산 지분율은 20.56%, 2대 주주 호반그룹(호반건설) 지분율은 18.78%로 그 격차는 1.78%포인트(p)에 불과하다. 2년 전인 2024년 말(조 회장 측 20.13%, 호반 17.90%, 격차 2.23%p)에 비해 호반이 0.45%p를 더 좁힌 수치다. 호반그룹은 2022년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로부터 한진칼 지분을 인수한 뒤 꾸준히 매집해 2대 주주 자리를 굳혔다.

물론 조 회장 측 방어벽이 무너진 것은 아니다. 우호 지분으로 분류되는 델타항공(14.90%)과 KDB산업은행(10.58%)까지 합산하면 조 회장 측 우호 지분율은 46.04%로, 호반그룹과 27.26%p 격차를 유지한다. 호반그룹은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에 찬성표를 던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경영권 지형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한진칼 지분 5.44%를 확보한 국민연금이 이번 주총에서 조 회장 재선임에 반대표를 행사했고, 시장에서는 산업은행 지분의 향방과 향후 주총 표심이 변수로 부상하는 흐름이다.

삼성금융은 바로 이 지점을 정확히 읽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지분을 한 주도 사지 않고도, 재계 1위 삼성의 금융 수장 5명이 한진의 손을 맞잡는 장면 하나로 시장과 주주들에게 강력한 심리적 메시지를 던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진 입장에서는 '삼성’이라는 이름이 경영권 방어의 상징적 보루가 되고, 삼성 입장에서는 지분 리스크 없이 한진그룹 전체를 가장 밀착된 비즈니스 파트너로 묶어두는 효과를 거두는 셈이다.

재계 지배구조 전문가는 "경영권 분쟁 소강 국면에서 삼성그룹의 금융 수장 다섯 명이 한진의 손을 잡았다는 것 자체가 시장에 강력한 메시지가 된다"며 "삼성 입장에서도 한진이라는 파트너를 가장 확실하게 붙들어두는 방식으로, 양측의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삼성금융은 왜 수많은 대기업 중 한진을 이 전략의 파트너로 낙점했을까.

왜 상대가 한진인가…반도체 수출 '혈맹'이 디지털로 진화한 이유

삼성금융이 수많은 대기업 중 굳이 한진그룹을 파트너로 택한 데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두 그룹은 단순한 이해관계를 넘어, 수십 년에 걸친 신뢰 관계를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반도체·스마트폰 수출 물량 상당 부분을 대한항공이 소화해 왔으며, 항공기 정비(MRO) 분야에서도 오랜 파트너십을 이어왔다. 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과 故 조양호 한진그룹 선대회장 시절부터 다져온 신뢰 관계가 이재용 회장과 조원태 회장 세대로 이어지는 흐름이다.

이번 MOU는 그 관계를 제조·물류 협력 차원에서 디지털 금융 플랫폼 동맹으로 격상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주 간 연대나 인위적 지분 교환 대신 삼성의 금융·플랫폼 인프라와 한진의 글로벌 항공망을 맞교환하는 방식의 '실리형 대기업 동맹'이 재계의 새로운 협업 모델로 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권 전문가는 "지분 없이 플랫폼과 네트워크로 묶이는 전략적 동맹은 리스크는 낮추면서도 시너지는 극대화하는 방식"이라며 "금융그룹과 글로벌 항공사의 만남이 이러한 모델의 대표 사례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 모든 '왜'의 답이 실제로 증명되는 시점은 협약이 아니라 그 이후다.

MOU는 단지 출발선…삼성금융, '선언'을 '실적'으로 증명해야

삼성금융 사장단의 이번 총출동은 이달 28일 모니모 원앱 통합을 기점으로, 미래 디지털 플랫폼 전쟁의 새로운 영토를 함께 개척하겠다는 전략적 결속을 공개 선언한 것으로 읽힌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화려한 시작이 반드시 가시적 성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냉정한 시각도 존재한다.

당장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대한항공 마일리지 혜택을 담은 신규 제휴카드 출시 시점, 모니모 내 항공·여행 서비스 연동 범위, 항공산업 테마 보험·펀드 상품의 구체화 등 실제 과실이 맺히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모니모는 통합 원앱 전환 직후 앱 안정성과 사용자 경험(UX) 논란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민감한 시기를 맞고 있다. 기존 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카드 앱 이용자들이 모니모로 강제 이동하는 과정에서 불편 민원이 집중될 수 있어, 대한항공 연계 서비스의 완성도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는 분석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지주 없는 비은행 금융그룹이 항공 플랫폼이라는 강력한 외부 파트너를 통해 슈퍼앱 경쟁력을 단숨에 끌어올릴 수 있을지가 핵심"이라며 "아무리 상징성 있는 동맹이라도 결국 고객이 체감하는 서비스의 편의성과 혜택이 성패를 판가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그룹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이번 MOU가 실질적 우호 세력 확보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삼성이 한진칼 지분 매입에 나설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낮은 만큼, '상징적 우군' 효과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를 두고 시장은 주시하는 분위기다.

주식 한 주 섞이지 않은 두 그룹의 '기묘한 밀월'이 한국 금융 플랫폼 시장의 판도와 한진그룹 지배구조 구도에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 오는 28일 모니모 원앱 통합과 함께 그 첫 번째 답이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글로벌에픽 성기환 CP / keehwan.s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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