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서울대 교수가 반도체 연구소장 되다
한보형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14일부터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 AX·PI센터 펠로우(부사장급 연구개발 전문가)로 출근했다. 컴퓨터 비전 분야 권위자인 그가 삼성전자에 합류한 배경에는 독특한 근무 형태가 있다. 연간 근무 기간의 절반을 서울대에서, 나머지 절반을 삼성전자에서 보내는 '반반 겸직'이다. 현직 교수직을 유지하면서 삼성전자에 근무하는 첫 사례다.
이 선택은 삼성전자의 신호를 담고 있다. 학계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동시에 최고 수준의 연구를 반도체 R&D 현장에 신속하게 접목하겠다는 뜻이다. 한 펠로우가 이끌 영역은 반도체 설계와 공정 최적화에 특화한 AI 모델 개발이다. 방대한 이미지·영상 데이터를 학습해 공정 과정의 불량 패턴을 인식하고, 설계 단계에서의 수많은 변수를 분석·예측하는 비전 AI 기술이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노린 것은 연구 속도와 정확도의 동시 확보다. 기존 반도체 설계와 공정 개선에는 인간의 경험과 직관이 중심이었다면, AI 모델이 투입되면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개발 기간 단축, 수율 향상, 공정 최적화 속도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계산이 작동한다. 궁극적으로 '스마트 팹(AI Fab)' 구현을 통해 경쟁사 대비 개발 사이클을 앞당기고 불량률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전략이다.
AI 모델과 데이터, 양날의 검을 모두 쥐다 한보형 펠로우가 AI 모델의 고도화를 이끈다면, 한태린 삼성전자 상무는 이를 뒷받침할 데이터 기반을 책임진다. 메타에서 근무하다 디지털 신원 인증 플랫폼 페르소나(Persona)로 옮겨 AI 관련 업무를 담당하던 한 상무가 삼성전자에 영입되며 새로운 미션을 받게 됐다. 바로 'AI 레디 데이터(AI-ready Data)' 구축이다.
AI 모델의 성능은 결국 학습 데이터의 품질에 좌우된다. 아무리 정교한 AI 알고리즘도 오염되거나 편향된 데이터로 학습하면 부정확한 결과를 낸다. 한 상무의 역할은 반도체 현장에서 수집되는 대규모 데이터를 정제하고 표준화해 AI 모델이 즉시 활용할 수 있는 고품질의 데이터 셋을 만드는 것이다. 반도체 공정의 특성상 불량 데이터, 노이즈, 결측치 등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데이터 엔지니어링 능력이 생존 기술이 되는 지점이다.
두 전문가의 조합은 삼성전자가 반도체 AI 경쟁에서 단순히 '기술 도입'을 넘어 '경쟁력 체계화'를 겨냥했음을 보여준다. 모델 개발과 데이터 기반을 동시에 강화함으로써 AI 역량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려는 전략이다.
반도체 설계부터 제조까지 전 영역에 AI 적용
삼성전자의 AI 전환(AX) 구상은 단편적이지 않다. 설계 단계에서부터 공정, 제조에 이르는 반도체 사업의 전 영역에 AI를 스며들게 한다는 구상이다.
설계 단계에서는 수십억 개의 트랜지스터를 배치하는 과정에서 AI가 최적 레이아웃을 제시한다. 공정 단계에서는 웨이퍼 불량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공정 조건을 미세 조정한다. 제조 단계에서는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스케줄링을 자동으로 도출한다.
삼성전자는 앞으로도 AI·데이터 분야의 핵심 인재 영입을 지속할 방침이다. 외부 전문성을 조직 내부로 빠르게 확산시켜 전사적인 AI 역량을 고도화하겠다는 복안이다. 반도체 산업의 판이 AI로 재편되는 이 순간, 삼성전자는 단순히 따라가지 않고 AI를 활용한 반도체 경쟁의 새 규칙을 쓰려 한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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