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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방산, 대한민국 500대 기업 지형 바꿨다

하이닉스(톱5)·한화(톱7) 약진 … 철강·소재 기업 뒷걸음질

2026-06-09 14:4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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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에픽 안재후 CP]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6일 공개한 2025년 기준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 조사 결과, 국내 기업 지형이 급격하게 재편되고 있음이 드러났다.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 급증과 지정학적 불안정이 맞닿으면서, 한 해 사이에 300계단이 오르내리는 기업들이 나타난 것이다. SK하이닉스는 HBM 메모리칩 호황으로 톱5에 진입했고, 방산 주역 한화와 배터리 기업 SK온도 톱10의 자리를 차지했다. 반면 철강과 소재 기업들은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2025년 매출액 기준 상위 500대 기업 선정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대표 조원만)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금융통계정보시스템, 공공기관 및 지방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에 재무정보를 공개한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이번 조사를 실시했다. 2025년 매출액(연결기준, 지주사·지배기업은 개별기준)을 기준으로 상위 500대 기업을 선정한 결과다.

2025년 기준 상위 500대 기업의 전체 매출액은 4305조3610억원으로, 2024년(4110조8281억원) 대비 4.7%(194조5329억원) 증가했다. 500대 기업에 포함되기 위한 매출 하한선은 1조4026억원으로, 전년(1조3293억원) 대비 733억원(5.5%)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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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메모리칩 수요 급증, 하이닉스 2계단 끌어올려
SK하이닉스가 상위 500대 기업 중 5위로 올라섰다. 작년 7위에서 2계단 상승한 것이다. 매출액은 97조1467억원으로, 삼성전자·현대자동차·기아·한국전력공사에 이어 다섯 번째 규모다.
상승의 동력은 명확했다. 인공지능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폭증한 탓이다. 엔비디아와 같은 AI 칩 제조사들이 대규모 주문을 쏟아붓자, SK하이닉스는 생산 능력을 최대로 끌어올렸다. 이 같은 수요 호황은 올해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방산과 배터리, 한국 기업 새로운 먹거리
한화는 매출액 74조7854억원으로 7위를 기록했다. 작년의 10위에서 3계단 뛰어올랐다. 세계 방산시장의 확대가 직접적인 이유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고, 인도-태평양 지역 긴장이 고조되면서 각국의 방위비 지출이 늘었다. 한화의 무기·방어 사업이 호황을 맞은 배경이다.

SK온도 극적인 변신을 이뤘다. 60위에서 9위로 뛰어올라 톱10의 일원이 되었다. 매출액 56조7476억원은 작년보다 크게 불어난 규모다. 이 같은 약진의 비결은 합병 전략에 있었다. SK온은 2024년 11월 에스케이트레이딩인터내셔널, 2025년 2월 에스케이엔텀, 2025년 11월 에스케이엔무브를 연달아 인수하며 사업 규모를 확대했다. SK그룹의 '리밸런싱' 기조에 맞춰 배터리 사업을 중심으로 집중력을 높인 결과다.

200계단 이상 상승한 기업, 무엇이 달랐나
순위 상승의 스펙트럼은 다양했다. SK이노베이션이 356위에서 166위로 190계단을 올라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매출액 기준으로는 1조8749억원에서 4조8509억원으로 158.7% 증가했다. 배당금 수익이 3862억원에서 2조6253억원으로 폭증한 것이 주요 원인이었다.

삼성금거래소도 주목할 만한 성장을 보였다. 금·은 원자재 가격 상승에 힘입어 매출이 1조7135억원에서 3조6596억원으로 113.6% 증가했고, 391위에서 213위로 178계단을 올랐다. 인플레이션 우려와 지정학적 불안정으로 귀금속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결과였다.
이 외에도 SM상선(393위→273위), KCH에너지(448위→333위), KB금융(292위→201위) 등이 100계단 이상 순위를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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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과 소재 기업, 침체 신호를 보내다
반대편에선 추락이 심했다. POSCO홀딩스는 335위에서 498위로 163계단을 내려갔다. 매출액이 1조9971억원에서 1조4033억원으로 29.7% 감소했다. 배당금 수익이 1조8130억원에서 1조2343억원으로 줄어든 영향이 컸다. 철강 경기의 약세가 직접 반영된 결과였다.

DL건설은 285위에서 421위로 136계단 내려갔으며, 에코프로이엠은 322위에서 454위로 132계단 하락했다. 한일시멘트(384위→492위), 세아제강(367위→472위), 제주항공(344위→436위) 등도 100계단 이상의 큰 낙폭을 기록했다.

500대 기업 35곳 신규진입, 31곳 제외
올해 500대 기업에 새로 진입한 기업은 35곳이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아워홈을 인수하며 매출을 크게 불렸고, 소노인터내셔널은 티웨이항공(현 트리니티항공) 인수로 500대 반열에 올랐다. 메가존클라우드, 무신사, 쿠팡페이 등 신성장 기업들도 대거 신규 진입했다.

반면 500대에서 제외된 기업은 31곳이었다. 호반건설, 푸본현대생명보험, 대한해운 등이 탈락했으며, 에스케이엔무브·에이치디현대미포·에이치디현대인프라코어 등 3곳은 합병으로 소멸하면서 명단에서 사라졌다.

업종별로는 자동차·부품 기업이 49곳(9.8%)으로 가장 많았고, IT전기전자와 유통이 각각 39곳(7.8%), 서비스 38곳(7.6%), 석유화학 37곳(7.4%) 순이었다.

한 해 사이 한국 기업 지형에는 뚜렷한 변화가 생겼다. 인공지능·방산·배터리라는 세 가지 성장 동력이 새로운 리더들을 만들어냈고, 전통 소재 기업들은 경쟁력 재편에 직면했다. 500대 기업 명단의 변화는 한국 경제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뚜렷한 신호라 할 수 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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