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15일 “포스코 직고용 문제는 이제 단순한 인사정책이 아니라 법원 판단 이후 원·하청 구조를 어떻게 정상화할 것인가의 문제”라며 “그동안 왜곡됐던 원·하청 구조를 어떻게 정상화하고, 기존 정규직과 직고용 인력 사이의 형평성과 수용성을 어떻게 확보할 지의 난해한 숙제가 동시에 던져졌다”고 진단했다.
15년 소송·노란봉투법 … 법적 리스크가 만든 결단
이번 결정의 출발점은 15년간 이어진 법적 분쟁이다. 포스코는 지난 4월 7일 포항·광양제철소에서 조업과 직접 연관된 지원 업무를 수행하는 협력사 현장 직원 약 7000명을 순차적으로 직고용하겠다고 발표했다. 2011년 협력사 노동자들이 처음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한 이후 2022년 7월 대법원이 노동자 승소로 결론을 내렸고, 이후 잇따른 하급심·항소심에서 포스코는 연이어 패소했다. 누적 소송 참여 인원은 2000여 명에 달한다.
올해 3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시행과 맞물려 결단은 더 미루기 어려워졌다. 직고용 대상 7000명은 포항제철소 3800여 명, 광양제철소 3200여 명 규모로, 포스코 철강 부문 정규직 대비 약 40% 수준에 달한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도 지난 3월 24일 주주총회에서 “단순 소송이 아닌 사회적 문제로, 조만간 확실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직군 70% 임금 … O직군 선례에 ‘2등 정규직’ 그림자 문제는 직고용의 ‘방식’에 있다. 포스코는 협력사 직원을 기존 정규 생산직(E직군)과 분리된 신설 조업시너지(S)직군으로 편입한다. S직군은 S1(기원)부터 S7(기정)까지 7단계로 운영되며, 임금은 기존 포스코 연봉 체계의 70% 수준이 기본 원칙이다. 전국금속노조는 실제 적용 시 60~65%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 측은 직무 차이에 따른 임금 차이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E직군이 제선·제강 등 핵심 제련 공정을 담당하는 반면, S직군은 원재료 운송이나 설비 보조 등 조업 지원 업무를 맡는 만큼 동일 임금 체계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노조의 시선은 차갑다. 2022년 대법원 판결 이후 신설된 O직군(별정직)의 임금이 기존 정규직 대비 60~70% 수준에 그쳤다는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같은 구조가 반복되면 직고용은 ‘말뿐인 정규직 전환’에 머문다는 우려다. 광양제철소에서 일하는 한 협력사 직원은 “총 연봉을 수평 이동시켜 주겠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성과급·잔업수당·야간수당 등을 뺀 기본급만 맞춰주겠다는 구조”라고 말했다.
소통 단절은 곧 행동으로 이어졌다. 기존 정규직 노조인 한국노총 소속 포스코노조는 경영진 사과와 별도 보상 방안 논의를 요구했지만 사측이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5월 6일 노사공동합의체 본회의는 합의 없이 끝났다. 노조는 5월 11일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했고, 조정 불성립 시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합법적 쟁의권을 확보하게 된다. 1968년 창사 이후 58년 만에 첫 파업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직고용 대상자 측 입장도 만만치 않다. 직고용 대상의 70%가량을 차지하는 민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청지회는 “별도 직군 방식의 차별 고용 중단”과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한 차별 없는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광양제철소 앞에서 규탄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2·3차 하청까지 포함하면 포스코의 총 하청 근로자는 약 1만 7000명에 이르는데, 이 가운데 7000명만 직고용 대상에 포함된 점도 반발의 근거다.
다만 한국노총 포스코노조 측은 즉각 파업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노조 관계자는 “포스코 노조는 파업을 해본 적이 없다”며 “노사관계 경쟁력이 포스코 철강 경쟁력이었던 만큼 파업까지 가지 않도록 사측과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고로 한 번 멈추면 수개월 … ‘산업 리스크’로 번지나
갈등이 장기화하면 후폭풍은 포스코 한 곳에 머물지 않는다. 철강업은 연속공정 산업이라는 특수성을 갖는다. 황 교수는 “파업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지만 철강업은 연속공정 산업이기 때문에 일반 제조업처럼 장기 전면파업으로 가는 데에는 구조적 부담이 크다”며 “고로는 조업 중단이 길어질 경우 재가동에 수개월이 걸릴 수 있을 정도로 민감한 설비”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파업 리스크 자체가 작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황 교수는 “철강은 자동차·조선·건설 등 여러 산업의 기초 소재이기 때문에 파업이 현실화되면 산업 전반에 파급효과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철강 업황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노사 갈등 장기화는 본업 경쟁력 회복에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비용·형평성·수용성의 삼각 균형이 관건
해법은 결국 ‘투명성’과 ‘협의 구조’에 달려 있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황 교수는 “회사는 직고용 원칙 자체를 흔들기보다 기존 정규직과 새로 직고용되는 인력 사이의 형평성과 수용성을 어떻게 확보할지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대상자 선정 기준과 직고용 순서, 직군 체계 설계 논리, 임금·복지·승진 원칙, 협력사 근속 인정 범위 등을 사전에 공개해야 양측의 우려를 동시에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황 교수는 “전환 비용은 회사가 책임지는 구조를 분명히 해야 정규직 노조의 형평성 우려와 협력사 노조의 차별 우려를 동시에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70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 기본급뿐 아니라 성과급·복리후생·퇴직급여 등에서 적지 않은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는데, 이를 기존 임금 체계 축소나 직군 분리를 통한 차등 보상으로 흡수할 경우 결국 노노 갈등으로 되돌아온다는 의미다.
포스코 사례는 단순한 한 기업의 노사 갈등을 넘어,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한국 제조업 전반이 마주할 ‘원·하청 구조 개편 시험대’로 평가받는다. 직고용이라는 결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기준과 방식으로 통합하느냐’이며, 비용·형평성·수용성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일이 향후 다른 대기업의 행보에도 기준점이 될 전망이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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