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삼양식품은 12일 이사회를 열고 김정수 부회장의 회장 승진을 결의했다. 취임 일자는 6월 1일이다. 2021년 12월 총괄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 이후 약 5년 만에 승진이다. 회사는 "글로벌 사업 성장세에 대응한 리더십과 책임경영 강화를 위한 결정"이라고 했다.
매운맛의 확신, 글로벌 열풍으로 피어나다
김정수 회장이 불닭볶음면 출시 당시 "너무 맵다"는 세간의 평을 무시한 결정이 그의 경영 철학을 보여준다. 1년여의 개발 기간을 거쳐 한국인의 입맛에 맞춘 매운맛을 구현했지만, 세상은 다른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그는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디지털 공간에서 소비자들이 매운맛의 경험을 공유하고 즐기는 모습을 읽었기 때문이다.
그의 확신은 증명됐다. 유튜브에서 시작된 'Fire Noodle Challenge'는 단순한 마케팅이 아닌 글로벌 놀이문화로 자리 잡았다. 불닭의 매운맛은 스트레스 해소의 수단이자 세대 간 소통의 매개가 됐다. 누적 판매량 90억 개를 돌파한 불닭은 이제 '상품'이 아닌 '콘텐츠'이자 '문화'다.
내수에서 수출로, 930억 원에서 1조8,838억 원으로 불닭의 성공은 삼양식품의 구조적 변화를 견인했다. 2016년 불닭볶음면이 해외에서 관심을 받기 시작하자 김정수 회장은 즉각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섰다. 불과 2년 만에 80여 개국에 판로를 뚫었다.
숫자가 성과를 말한다. 2016년 930억 원에 불과했던 해외 매출은 2025년 1조 8,838억 원으로 9년 만에 약 20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해외 매출 비중은 전체 매출의 26%에서 80%로 치솟았다. 삼양식품은 2017년 1억불 수출에서 시작해 2025년 9억불 수출을 달성했다. 현재 한국 라면 수출의 약 60%를 담당하는 주역이 되었다.
글로벌 거점의 확산, 성장을 가속화하다
이 같은 성과 뒤에는 치밀한 전략이 있었다. 김정수 회장은 각 지역의 유통 구조, 소비자 식문화, 규제 환경을 세밀하게 분석했다. 일본의 편의점 중심 고회전 유통에는 제품 규격을 최적화했고, 동남아와 중동에는 할랄 인증을 선제적으로 확보했다. 미국에선 대형 유통 채널과의 전략적 협업을 강화했고, 중국에선 현지 생산 기지를 추진해 물류 효율성을 확보했다.
생산 인프라의 확대도 적극 추진했다. 2022년 5월과 2025년 6월에 완공한 밀양공장 1·2공장은 총 4,200억 원을 투자해 연간 13억 개의 라면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지난해 7월 착공한 중국 자싱공장은 2027년 준공을 앞두고 있으며, 연간 11억 개의 라면을 생산하게 된다.
연평균 4~5개월의 해외 출장 일정을 소화하며 직접 챙긴 해외사업은 결실을 맺었다. 2021년 6,420억 원이던 매출은 2025년 2조 3,517억 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고, 영업이익률은 10%에서 22%로 높아졌다.
경영 철학의 진화, 시대를 읽다
2023년 발표한 'Food for Thought'라는 비전이 그것이다. 성장과 가치 창출을 동시에 추구하는 방향성을 담았다. 이는 커머디티로만 인식되던 식품을 경험 기반 브랜드로 전환해온 경영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책임경영의 실천, ESG를 경영의 중심에
2021년 이사회 산하에 ESG위원회를 설치한 이후 김정수 회장은 위원장을 맡아 진두지휘했다. 사외이사를 확대하고 감사위원회, 보상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등 전문 위원회를 신설해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화했다.
배당정책도 공격적으로 추진했다. 2020년부터 2025년까지 배당 규모는 연평균 34.9%의 증가율로 확대됐다. 환경 측면에서는 녹색기술인증 포장재를 36개 품목에 적용했고, 밀양공장에 건물 일체형 태양광발전 시스템을 설치했다.
사회공헌에도 전력을 다했다. 취약계층을 위한 정기적 물품 지원과 함께 '지역인재 장학금', '미래인재 장학금' 등 다양한 장학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2025년 5월 MSCI 지수 편입, 밸류업 우수기업 선정 등으로 책임경영의 성과를 인정받았다.
글로벌 경제외교의 현장에서
김정수 회장은 경영진을 넘어 산업의 발언인으로 활동했다. 2024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단, 2025년 한국무역협회 회장단에 합류했다. 베트남, 한일재계, UAE, 경제성장전략 등 경제사절단과 국민보고회에 참여해 한국 식품산업을 대표했다.
국가도 그의 성과를 인정했다. 2017년 1억불 수출 달성으로 산업통상자원부장관 표창을 받은 이후, 해마다 수출 규모가 증가할 때마다 표창의 영예를 안았다. 2025년 9억불 수출로 '은탑산업훈장'을 수훈했고, 올해 '한국이미지상'과 여성 경영인 최초로 한국경영학회 선정 '대한민국 경영자 대상'을 수상했다.
글로벌 시대, 더욱 강해지는 리더십
김정수 회장의 승진은 단순한 인사가 아니다. 해외 매출 비중 80%의 글로벌 회사로 재탄생한 삼양식품이 지역별·국가별 전략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선언이다. 올해 추진할 중국 자싱공장 완공과 지역별 연락사무소 추가 설립 등은 글로벌 거점 확산의 신호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 확대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책임경영 강화 차원"이라며 "6월부터 김정수 회장의 리더십 하에 글로벌 사업 경쟁력과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하는 데 전사적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매운맛을 고집했던 한 여성의 선택이 어느새 전 세계 밥상을 바꿔놓았다. 불닭의 챔프에서 삼양식품의 회장이 된 김정수. 그의 리더십이 펼칠 글로벌 무대를 기대하게 하는 이유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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