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일 공식 지정, 사실상 확정 단계
공정거래위원회는 5월 1일 자산총액 5조 원 이상 기업집단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한국콜마그룹이 이미 기준을 충족했기 때문에 정식 발표는 시간의 문제다. 업계 관계자들은 "지난해 말 기준 자산총계가 5조 원을 넘어섰기 때문에 편입이 거의 확실시된다"고 평가하고 있다.
핵심은 집계 기준이다. 한국콜마와 HK이노엔의 2025년 말 자산을 단순 합산하면 5조 5547억 원으로 대기업 기준을 훌쩍 넘긴다. 다만 주목할 점은 HK이노엔을 제외할 경우 한국콜마 단독 자산은 3조원대에 머물러, 제약바이오 계열사의 성장이 그룹의 대기업 진입에 결정적이었다는 점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말의 최종 자산 규모를 근거로 올해 대기업 집단을 지정한다.
계열사 동반 성장과 글로벌 생산 확대
한국콜마의 2025년 말 연결 자산총계는 3조 4578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6% 증가했고, HK이노엔은 2조 969억 원으로 19.2%가 늘어났다. 특히 이노엔의 성장률이 더 가파르다는 점이 눈에 띈다. 제약바이오 사업군의 강한 실적이 그룹 외형 확대의 또 다른 축을 이루고 있다는 의미다.
실적도 튼튼하다. 한국콜마의 2025년 연결 매출은 2조 7224억 원(전년 대비 11.03% 증가)이고 영업이익은 2396억 원(23.6% 증가)을 기록했다. HK이노엔도 매출 1조 632억 원, 영업이익 1109억 원을 달성했으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5.7% 증가했다. 매출 성장보다 이익 성장 폭이 더 큰 것은 운영 효율성이 개선됐음을 보여준다.
글로벌 생산기지 확대도 성장을 견인하는 주요 요소다. 한국콜마는 2025년 7월 미국 펜실베니아주에 제2공장을 준공해 연간 3억개에 이르는 미국 내 생산 능력을 확보했다. 캐나다 법인까지 종합하면 북미 지역 내에서 연간 4억7000만개 제품을 생산할 수 있으며, 이는 북미 내 ODM 기업 중 최대 생산 규모다. 한국콜마는 전 세계 4300여 개 고객사로부터 인정받은 세종 공장의 선진화된 생산 시스템을 제2공장에도 적용해 K뷰티 기업과 글로벌 화장품사들의 관세 부담을 현지 생산을 통해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게 했다.
K뷰티 글로벌 확산이 달린 성장의 동력
한국 화장품 업계는 한때 중국 시장에 높은 의존도를 보였으나, 사드 사태 이후 시장 구조가 달라졌다. 미국과 동남아, 유럽에서 한국 화장품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커졌고, 해외에서는 한국 화장품이 "가격도 싸고 품질도 좋다"는 입소문을 탔다. 이는 단순 수출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신호였다.
한국콜마는 이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했다. K뷰티 수요가 수출에서 현지 생산과 현지 납품 체계로 옮겨가는 흐름에 맞춰, 미국 등 북미 생산거점을 확충하며 현지 대응력을 높였다. 짧은 제품 개발 주기, 제형 구현 능력, 트렌드 반영 속도, 품질 안정성은 고객들이 콜마와의 꾸준한 계약을 하게 만든 동력이 되었다.
경영권 분쟁을 겪고 확보한 2세 체제
콜마그룹은 최근 윤상현 부회장 중심의 2세 경영 체제를 확고히 했다. 창업주 윤동한 회장이 기업의 토대를 다졌다면, 2세는 외형 확장과 사업 다각화를 통해 대기업 집단 문턱을 넘었다. 2024년부터 계열사 콜마비앤에이치를 두고 남매 간 경영권 분쟁을 겪었으나, 지난해 10월 윤상현 부회장이 경영을 주도하면서 분쟁을 일단락지었다. 한국 재계에서 경영권 갈등을 거쳐 1세대의 사업을 2세대가 성공적으로 확장하는 사례는 여전히 드물다.
36년의 '우보천리' 정신이 맺은 결실
한국콜마 세종공장 입구에는 "우보천리(牛步千里)"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소는 느리게 걷지만 결국 1000리(약 400km)를 간다는 의미로, 콜마그룹의 성장 철학을 상징한다. 1990년 창업 이래 중소기업과 중견기업 단계를 차례로 밟아 올라온 한국콜마가 마침내 대기업 반열에 오르는 것이 이 정신의 결실이다.
대기업 지정 이후의 '규제 시대' 시작
성장의 결실은 동시에 새로운 책임의 시작이다. 한국콜마가 대기업이 되면 상호출자 제한, 내부거래 공시, 사익편취 규제 등 '재벌' 규제 정책을 받게 된다. 구체적으로는 상장회사의 총수 일가 지분이 30% 이상이면 사익편취(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되고, 상호출자나 순환출자 금지, 대규모내부거래의 이사회 의결 및 공시 등 상호출자제한 규제도 받는다.
이를 앞두고 콜마그룹은 이미 조직 재편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콜마는 계열사의 화장품 사업을 내부로 흡수하고 수직계열화해 효율화에 방점을 두고, 그룹 전체 자산 규모가 계속 커지면서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는 효과를 예상하고 있다.
한국콜마의 대기업 편입은 K뷰티의 글로벌 성장과 ODM 산업의 가능성을 동시에 증명하는 사례다. 작은 연구소에서 출발한 기업이 글로벌 ODM 기업으로 성장해 재계에 진입하는 것은 K뷰티 산업의 성장 궤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앞으로 콜마그룹은 성장의 다음 단계인 규제 리스크 관리, 지배구조 투명성, 경영 안정성이라는 현실적 과제를 안게 될 것이다. 대기업 지정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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