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통신 담당해야 할 공적 책무 재확인
이날 간담회는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렸다. 배경훈 부총리를 비롯해 정재헌 SK텔레콤 대표, 박윤영 KT 대표, 홍범식 LG유플러스 대표가 참석했다. SK텔레콤과 KT의 신임 대표가 공식 취임한 이후 부총리와 통신 3사 수장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인 공식 회동이었다.
특히 올해는 기존 간담회와 달리,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통신 3사가 '통신의 국민 신뢰·민생·미래를 위한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됐다. 선언문에는 보안 체계 전면 강화, 전 국민 기본통신권 보장, 차세대 AI 네트워크 투자 확대 등 세 가지 핵심 의제가 담겼다. 배경훈 부총리는 이 자리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분기별 CEO 협의체'를 정례화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협의체에는 부총리와 통신 3사 CEO, 각 사 최고정보보호책임자(CISO) 등이 참여하며, 분기마다 주관사를 정해 각 사를 방문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환골탈태 수준의 쇄신"…보안 패러다임 전환 주문
배경훈 부총리는 모두발언에서 지난해 통신업계를 강타한 해킹 사태를 정면으로 언급했다. 그는 통신사들의 사회적 책임이 한층 무거워졌다고 지적하면서, 단순한 재발 방지 수준을 넘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근본적 변화를 요구했다. 이어진 비공개 간담회에서도 정보보안 강화가 최우선 의제로 다뤄졌다. 배 부총리는 보안 사고 대응체계를 완전히 재편하겠다는 각오로 총력을 다해달라고 주문했다.
2027년 4월 시행 예정인 '디지털 포용법' 개정안에 따라, 침해사고 발생 시 디지털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상담·피해 신고 체계 구축에도 통신 3사의 협조를 요청했다. 통신 3사 역시 보안을 경쟁 영역이 아닌 '국민 편익을 위한 협업의 영역'으로 규정하고,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뜻을 모았다.
2만원대 5G 요금제 출시…연간 3221억원 통신비 절감 기대
간담회에서 가장 주목받은 합의 사항은 '기본통신권' 보장을 위한 통신 요금 체계 개편이었다. 같은 날 과기정통부는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TF' 회의에서 요금제 개편 방향을 공식 발표했다.
핵심은 통신 3사의 모든 LTE·5G 요금제에 요금 인상 없이 '데이터 안심옵션(QoS)'을 전면 도입하는 것이다. 기본 제공 데이터를 소진한 뒤에도 400Kbps 속도로 데이터를 무제한 사용할 수 있어, 카카오톡 등 메신저 이용과 지도 검색이 가능한 수준이 보장된다. 이를 통해 약 717만 명의 기존 가입자가 혜택을 받게 되며, 데이터 초과 사용 비용까지 고려하면 통신 3사 합산 연간 3221억원 규모의 통신비 절감 효과가 예상된다.
아울러 기존 250개에 달하던 LTE·5G 요금제를 절반 이하인 100여 개로 통합·간소화하고, 기존 3만원대 후반이던 5G 최저 요금 구간을 2만원대로 낮춘 신규 요금제를 상반기 내 출시한다. 만 65세 이상 고령층에게는 음성·문자를 무제한 기본 제공하며, 약 140만 명이 혜택을 받아 연간 590억원의 추가 통신비 절감이 기대된다. 청년·시니어 혜택은 별도 가입 없이 연령에 따라 자동 적용되는 방식으로 전환된다. 10월부터는 이용자의 데이터 사용 패턴을 분석해 최적 요금제를 주기적으로 안내하는 '최적요금제 고지 제도'도 도입된다.
통신 3사 CEO, AI 시대 협력 의지 확인
통신 3사 대표들도 정부 정책에 적극 호응했다. 정재헌 SK텔레콤 대표는 간담회의 핵심 주제인 신뢰·민생·AI에 대해 통신 3사가 머리를 맞대 헤쳐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박윤영 KT 대표는 기본통신권 정책의 취지에 깊이 공감한다면서, 국민 모두가 고품질 통신 서비스를 누리고 통신비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범식 LG유플러스 대표는 통신의 기본인 보안·품질·안전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AI 인프라 투자 15% 확대…AIDC 특별법 제정 추진
미래 성장 전략에서는 AI 인프라와 차세대 네트워크 투자가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배경훈 부총리는 AI 시대를 뒷받침할 차세대·지능형 네트워크 투자가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국가 인프라 투자라고 강조하면서, 통신 3사의 투자 확대를 강력히 촉구했다.
통신 3사는 이에 화답해 올해 네트워크 설비투자를 전년 대비 약 15%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AI 데이터센터(AIDC) 구축 및 관련 서비스 확대에도 적극 참여하기로 했다. 정부 측은 AIDC 특별법 제정을 조속히 추진하고, 통신사가 참여할 수 있는 대규모 공공 AI 사업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했다. 통신사 플랫폼을 활용한 독자 AI 모델 기반의 대국민 서비스 공동 개발도 논의됐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회동이 통신비 인하 등 사회적 책임에 무게가 쏠리면서, 통신 산업의 중장기 성장 전략에 대한 논의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해 물가지수에서 휴대전화 요금은 1.7% 하락하며 주요 가계물가 중 유일한 감소 항목이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 속에서 요금 인하 압박이 커지면 네트워크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통신, 다시 국가 전략산업의 중심으로
배경훈 부총리는 간담회를 마무리하면서, 이번 논의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정례 협의체를 통해 보안 상황과 민생 기여, AI 투자에 대한 종합적 점검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통신이 국민 생활과 국가 경쟁력의 핵심 기반인 만큼, 민생 안정과 AI 시대 글로벌 리더십 강화에 기여하는 중추적 역할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정부와 통신 3사가 보안·민생·미래라는 세 축을 놓고 공식적인 협력 체계를 가동한 만큼, 향후 분기별 협의체에서 어떤 구체적 성과가 도출되는지가 통신 산업의 방향을 가늠하는 핵심 잣대가 될 전망이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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